불꽃 튀는 ‘포스트 이석채’ 각축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3: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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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통신공룡’ 삼성맨이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버티고, 버티던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새 KT 수장 물색 작업에 쏠리고 있다. KT가 국내 통신업계의 간판 기업인 데다, 관치 논란이 뜨거운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다양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 과연 이석채호 바통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누가될까. 




소문은 무성하다. 통신 및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KT를 이끌 새로운 CEO 후보자로 민간출신 IT전문가들, 전직 고위관료 등 약 10명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출신 인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의 ‘스타 CEO’ 출신들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기업 유전자가 있는 KT가 글로벌기업으로 혁신하려면 ‘삼성’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선장 잃은 KT
참여정부맨으로?

이중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국비유학생 1호인 진 전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ㆍ박사를 마쳤다. IT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뒤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 연구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64메가, 128메가, 1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난 실적에 힘입어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을 거듭하다 지난 2000년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취임하면서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 등으로 불리며 디지털 세계화에 힘을 쏟아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맡으면서 스타 장관으로 떠올랐다. 자타 공인하는 IT전문가이자 KT 주무부처인 정통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진 전 장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쪽에만 강할 뿐 통신 쪽은 잘 모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KT회장 자리가 진 전 장관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버티던 이석채 회장 검 압박에 사의
세간 관심 자연스레 새 수장에 쏠려

진 전 장관의 급부상 배경에는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시각도 한 몫 한다.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KT 낙하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라 티 나는 낙하산을 내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 장관’ 출신의 진 전 장관의 이력은 매우 유용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분야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거론된다. 황 전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한 전통 ‘테크니션’ 출신이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1년 반도체 연구소 이사직을 맡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혁신적인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입사 5년 만인 1994년 ‘256 메가D램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IT업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KT 새 수장으로의 기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 신화에
친박계 인사까지

‘혁신 전도사’ ‘경영의 달인’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지난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40여년에 걸쳐 ‘월급쟁이’로 지내온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 달 월급이 21억 원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주목 받았다.




또 국내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남기는 한편, 삼성전자란 거대 기업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등 사업을 세계 1·2위로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배우 윤태영의 부친으로도 유명한 그는 ‘혁신 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금 스마트폰을 있게 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1973년 입사 이래 34년간 삼성전자에 뼈를 묻어 온 ‘순혈 삼성맨’이다. 회사 내에서는 무선 부문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이런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정보통신총괄부문 사장으로 올랐다.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7년 동안 ‘애니콜 신화’를 낳으며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황금알로 키웠다.

내부승진? IT전문가? 또 고위관료?
소문만 무성…후보자 10여명 거론

이 전 부회장이 하마평에 오른 것은 그의 ‘뚝심 경영’에 후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 출신으로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밟아 온 그가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 자리인 부회장에 오른데 대해 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라는 시각도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장 사장도 삼성출신 후보군에 포함됐다. 홍 사장은 2002년부터 5년간 KT 와이브로 사업 본부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돋보인다. 그는 이 회장 취임 전인 200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나,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경우 친정부 인사로 후보에 들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재계 내 IT전문가 중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2006년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현 전 회장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07년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 전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물러난 뒤 2006년과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후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었다. 현 전 회장은 현재 한국마사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 안팎을 중심으로 ‘삼성 발탁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 출신 인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KT 수장에 중용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출신이 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휴대전화, 반도체와 IPTV 등 내부 기기 등을 삼성 제품으로 구매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KT 잘 안다”
“관료의 관록”

이밖에 차기 KT 회장 물망에 오르는 그룹으로는 KT 출신과 ICT정책을 맡았던 관료출신이다. KT 출신의 경우는 전현직 사장급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표현명 T&C 부문장, 최두환 전 SD 부문장, 이상훈 전 G&E 부문장,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이다.

표 사장은 이 회장의 경복고 후배로 김일영, 김홍진 사장과 함께 KT내 실세 3인방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KT에 재직하면서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T의 무선사업의 수익 악화 등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사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고 후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전 사장은 미국 벨연구소 출신으로 정치색은 거의 없는 반면 KT 내부직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교수 스스로가 차기 KT CEO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사장은 KT내 ‘TK’세력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관료 출신 중에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세 사람 모두 정통부에서 잔뼈가 굵어,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 출신 ‘스타 CEO’유력
‘박근혜 캠프’인사들도 물망

이중 ‘박근혜캠프’ 출신인 형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행정고시 22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현재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이 한때 그를 대외업무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진대제 회장- 형태근 부회장’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색이 짙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재임 시절 청렴결백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ICT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데이콤 대표이사와 LG 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문기 장관 보좌관인 한운영씨와 연구원 근무 시절 인연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를 KT 회장 후보로 점치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선임 절차 가속도
제3 인물 가능성

여러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후임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임시 주총을 거쳐 새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KT 이사회는 우선 이 회장의 퇴임 일자를 정한 뒤, 퇴임일 기준 2주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사외 이사 전원(7명)과 사내 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에는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 이춘호 EBS 이사장, 송도균 태평양 고문(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등 7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김일영 그룹CC장(사장)과 표현명 T&C부문장(사장) 등 사내 이사 가운데 1명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맡고 회장 후보는 위원장을 제외한 7명의 재적위원 과반으로 결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미 2∼3달 전에 후보군 3배수에 대한 검증 작업이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대부분의 인사들이 대부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 정권 들어 유력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가 실제 등용된 경우가 적었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3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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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