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포스트 이석채’ 각축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3:31:05
  • 댓글 0개

주인 없는 ‘통신공룡’ 삼성맨이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버티고, 버티던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새 KT 수장 물색 작업에 쏠리고 있다. KT가 국내 통신업계의 간판 기업인 데다, 관치 논란이 뜨거운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다양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 과연 이석채호 바통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누가될까. 




소문은 무성하다. 통신 및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KT를 이끌 새로운 CEO 후보자로 민간출신 IT전문가들, 전직 고위관료 등 약 10명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출신 인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의 ‘스타 CEO’ 출신들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기업 유전자가 있는 KT가 글로벌기업으로 혁신하려면 ‘삼성’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선장 잃은 KT
참여정부맨으로?

이중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국비유학생 1호인 진 전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ㆍ박사를 마쳤다. IT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뒤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 연구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64메가, 128메가, 1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난 실적에 힘입어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을 거듭하다 지난 2000년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취임하면서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 등으로 불리며 디지털 세계화에 힘을 쏟아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맡으면서 스타 장관으로 떠올랐다. 자타 공인하는 IT전문가이자 KT 주무부처인 정통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진 전 장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쪽에만 강할 뿐 통신 쪽은 잘 모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KT회장 자리가 진 전 장관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버티던 이석채 회장 검 압박에 사의
세간 관심 자연스레 새 수장에 쏠려

진 전 장관의 급부상 배경에는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시각도 한 몫 한다.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KT 낙하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라 티 나는 낙하산을 내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 장관’ 출신의 진 전 장관의 이력은 매우 유용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분야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거론된다. 황 전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한 전통 ‘테크니션’ 출신이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1년 반도체 연구소 이사직을 맡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혁신적인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입사 5년 만인 1994년 ‘256 메가D램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IT업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KT 새 수장으로의 기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 신화에
친박계 인사까지

‘혁신 전도사’ ‘경영의 달인’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지난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40여년에 걸쳐 ‘월급쟁이’로 지내온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 달 월급이 21억 원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주목 받았다.




또 국내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남기는 한편, 삼성전자란 거대 기업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등 사업을 세계 1·2위로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배우 윤태영의 부친으로도 유명한 그는 ‘혁신 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금 스마트폰을 있게 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1973년 입사 이래 34년간 삼성전자에 뼈를 묻어 온 ‘순혈 삼성맨’이다. 회사 내에서는 무선 부문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이런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정보통신총괄부문 사장으로 올랐다.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7년 동안 ‘애니콜 신화’를 낳으며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황금알로 키웠다.

내부승진? IT전문가? 또 고위관료?
소문만 무성…후보자 10여명 거론

이 전 부회장이 하마평에 오른 것은 그의 ‘뚝심 경영’에 후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 출신으로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밟아 온 그가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 자리인 부회장에 오른데 대해 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라는 시각도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장 사장도 삼성출신 후보군에 포함됐다. 홍 사장은 2002년부터 5년간 KT 와이브로 사업 본부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돋보인다. 그는 이 회장 취임 전인 200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나,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경우 친정부 인사로 후보에 들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재계 내 IT전문가 중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2006년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현 전 회장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07년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 전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물러난 뒤 2006년과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후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었다. 현 전 회장은 현재 한국마사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 안팎을 중심으로 ‘삼성 발탁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 출신 인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KT 수장에 중용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출신이 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휴대전화, 반도체와 IPTV 등 내부 기기 등을 삼성 제품으로 구매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KT 잘 안다”
“관료의 관록”

이밖에 차기 KT 회장 물망에 오르는 그룹으로는 KT 출신과 ICT정책을 맡았던 관료출신이다. KT 출신의 경우는 전현직 사장급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표현명 T&C 부문장, 최두환 전 SD 부문장, 이상훈 전 G&E 부문장,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이다.

표 사장은 이 회장의 경복고 후배로 김일영, 김홍진 사장과 함께 KT내 실세 3인방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KT에 재직하면서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T의 무선사업의 수익 악화 등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사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고 후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전 사장은 미국 벨연구소 출신으로 정치색은 거의 없는 반면 KT 내부직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교수 스스로가 차기 KT CEO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사장은 KT내 ‘TK’세력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관료 출신 중에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세 사람 모두 정통부에서 잔뼈가 굵어,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 출신 ‘스타 CEO’유력
‘박근혜 캠프’인사들도 물망

이중 ‘박근혜캠프’ 출신인 형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행정고시 22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현재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이 한때 그를 대외업무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진대제 회장- 형태근 부회장’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색이 짙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재임 시절 청렴결백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ICT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데이콤 대표이사와 LG 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문기 장관 보좌관인 한운영씨와 연구원 근무 시절 인연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를 KT 회장 후보로 점치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선임 절차 가속도
제3 인물 가능성

여러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후임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임시 주총을 거쳐 새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KT 이사회는 우선 이 회장의 퇴임 일자를 정한 뒤, 퇴임일 기준 2주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사외 이사 전원(7명)과 사내 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에는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 이춘호 EBS 이사장, 송도균 태평양 고문(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등 7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김일영 그룹CC장(사장)과 표현명 T&C부문장(사장) 등 사내 이사 가운데 1명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맡고 회장 후보는 위원장을 제외한 7명의 재적위원 과반으로 결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미 2∼3달 전에 후보군 3배수에 대한 검증 작업이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대부분의 인사들이 대부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 정권 들어 유력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가 실제 등용된 경우가 적었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3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