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좌지우지’ 동양 막후 실세들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11: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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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

[일요시사=경제1팀]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인물들이 있다. 이른바 숨은 막후 실세들. SK그룹의 김원홍이 그랬듯 이번에 무너진 동양그룹 역시 그룹을 좌지우지했다는 핵심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동양사태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 꼴’이라는 분석이다. 그 폐해는 그룹이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5만 여명의 금융소비자에 대해 2조원의 피해를 일으킨 동양 사태. 그룹이 법정관리에 이르기까지의 전말이 숨은 실세들의 부상으로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초점은 한때 재계순위 5위까지 올랐던 동양그룹이 왜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는지, 동양 사태를 야기한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그룹 쥐고 흔든
이혜경 부회장

우선적으로 ‘동양 사태’는 사위 경영의 한계와 한때 재계에서 ‘내조의 여왕’으로 통했던 이혜경 부회장의 ‘오판’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장녀이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그는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달리 30여년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자녀들의 교육과 가정살림에만 전념했다. 대신 검사 출신에 스마트했던 현 회장이 1983년 동양시멘트 대표로 부임한 후 줄곧 그룹 경영의 전반을 담당했다.

순탄하던 이들의 관계는 지분관계가 뒤바뀌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1990년대까지는 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 지주회사인 ㈜동양의 지분율은 이 부회장과 창업주의 부인인 이남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더 높았다.


사위 경영인 역할만 해오던 현 회장이 2000년대 들어 금융 계열사를 인수하기 시작했고, 이 부회장을 제치고 1대 주주에 올라서면서부터 내부 불만이 쌓였다는 것이다.

현 회장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동양그룹 내부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이 부회장은 2008년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화여대에서 생활 미술학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디자인 경영’을 선언,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나섰다. 그룹 내 디자인 업무를 시작으로 계열사의 디자인 관련 업무 역시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쳐나갔다.

이 부회장은 특히 2008년 건립된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 안성시 웨스트파인 골프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2009년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 디자인을 직접 도안하는 등 디자인 경영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엔 ‘내가 아버지의 회사를 구해야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동양그룹 내에서는 이 부회장의 비선 조직까지 생겨났다. 동양그룹 내 숨은 실세로 지목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도 이때 등장하게 된다.

동양 접수한
‘김철 라인’

1975년생으로 올해 39세에 불과한 김 대표는 2008년 이 부회장과 인연을 맺고, 동양그룹 기획실 산하 유통 부문 본부장(임원)급으로 영입되면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했다.


그의 이력이나 경력에 대해선 그룹 내부에서도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경상남도 출신으로 한국종합예술학교를 중퇴한 뒤 인테리어와 유통업 등에 종사하다 새롬기술의 후신인 솔본의 자회사 솔본미디어 대표를 지낸 것 정도만 알려져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골프장과 증권 지점 디자인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이 부회장의 후광과 비호를 통해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설립된 MRO(소모성자재공급업체) 회사 미러스 대표를 시작으로 2011년 동양시스템즈와 합병한 동양네트웍스 출범과 함께 대표를 맡으며 그룹 내 실세로 급부상 했다.

그룹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한 김 대표는 곧바로 인사권을 장악해 나갔다. 지난해 부터 소위 ‘김철 라인’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핵심 계열사 대표로 앉히기 시작했다. 대표적 인물로는 이상화 동양시멘트 대표와 김정득 전 ㈜동양 건재부문 대표이사가 꼽힌다.

부인 이혜경 절대적 영향력 행사…인사도 장악
김철·이상화·김정득·오세경 두고 세력 확장

이 대표는 김 대표가 MRO 계열사인 미러스 대표로 있을 때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일했다. 이 인연으로 지난 해 3월 동양시멘트 상무보(영업본부장)에 오른 지 불과 7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동양시멘트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초고속 승진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또 다른 인물인 김 전 대표는 강릉고를 졸업하고 경남기업 이사와 금진생명과학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김 대표가 세운 미러스에 2011년 2월 금진생명과학 주식 42만주(70%)와 경영권을 54억8500만원에 넘겼다.

이 거래를 계기로 김 대표와 가까워졌고 동양그룹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동양 건설부문 겸 동양시멘트이엔씨 대표까지 오르며 그룹 내 실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2월 동양생명과학 잔여 보유지분을 동양네트웍스에 매각한 뒤 돌연 회사를 떠났다. 동양그룹 내에선 소위 ‘김철 라인’ 내의 다툼에서 밀려 갑작스레 사임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MB라인 출신
‘숨은 실세’

‘이 부회장-김 대표’가 주축인 비선 라인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핵심 인사는 감사권을 행사했던 오세경 전무다. 오 전무는 동양 네트웍스 법정관리 사태가 불거진 직후 김 대표가 있는 동양네트웍스로 소속을 옮겼다.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오 전무가 지난해 입사한 시기를 기점으로 기존 법무조직을 법무와 감사를 통합해 담당하는 클린경영팀으로 재편했다. 클린경영팀은 오 전무가 담당했으며 여타 그룹사의 일반적인 법무조직과 달리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감찰할 수 있는 독특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무는 본래 검사 출신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연루됐던 BBK 사건 때 이 전 대통령을 돕는 등 측근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오 전무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청계천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서울시 특명감사반’에 오 전무가 합류하면서 부터다.

오 전무는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자 BBK, 다스 비리 의혹 등을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무행정분과위 전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MB 라인으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부산 동래구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낙선하면서 공직에서 멀어졌다.

오 전무는 동양 건재부문 대표였던 김 전 대표와 개인적인 연을 바탕으로 동양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전무가 ‘김철-이상화-김정득’ 등과 함께 김철 라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전무는 또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레저 외에 동양시멘트ㆍ동양네트웍스 등 그룹 법정관리 현황을 마지막까지 알고 있었던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사외이사·감사
산은출신 포진


오 전무 외에도 동양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비상근 상무이사 등이 동양 사태의 숨은 실세로 꼽힌다. 그 자리에 정계와 재계, 법조계 유력 인사가 대거 포진해 그룹 부실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주식회사 동양과 동양시멘트, 동양증권 등 동양그룹 계열사 9곳에서 41명의 정권 측근 인사와 금융당국 관계자, 법조계 출신 인사가 발견됐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동양파워 대표이사를 지냈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역임한 조동성씨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였다. 홍두표 동양시멘트 고문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선대위 직능총괄본부 협력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홍기택 현 KDB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를 지냈고,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은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차관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한부환 변호사가 (주)동양의 감사위원으로 등재됐다.

“비선라인이 주도하다 피해 키웠다”
로비용? 보험용? 외부 방패세력도

강 의원은 “2011년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을 검사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동양증권의 투자자 소송 가능성 등을 보고서에 포함했으나 금감원 최종보고서에는 관심촉구 수준으로 완화됐다”며 “당시 동양증권 상근감사가 금감원 출신권정국 감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듯 영입된 인사들이 동양그룹의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로비의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들의 화려한 이력이 동양그룹 사태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6년 역사의 동양그룹 몰락 원인을 놓고 아직 설왕설래가 여전하지만 동양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숨은 실세들에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실로 보인다. 특수 관계로 묶여 있는 이들이 대기업 오너의 경영판단에 대한 문제제기, 경영실패에 대한 감시·감독·견제 등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사외이사들은 동양그룹의 계열사 간 자금거래의 핵심고리였던 동양 파이낸셜 대부를 동양증권 100% 자회사로 두는 결정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동양사태’를 불러 온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 역시 그룹 붕괴의 중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라며 “(이 부회장의 추천으로 동양에 들어온) 김 대표를 시작으로 그 라인 인물들이 줄줄이 주목받는 이유도 사실상 이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내편들로 채워진 사외이사들 역시 지금의 동양 사태와 무관하다 볼 수 없다”며 “또 다른 동양을 막기 위한 여러 대비책 중 하나로 유명무실해진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실세 의혹’김철이 지목한 실세는?
“보이지 않는 손 따로 있다”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동양그룹 숨은 실세설’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동양네트웍스 홈페이지를 안내문을 통해 “오해는 갈수록 증폭되고 의혹으로 번지고 있어 저는 어떠한 발언도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 했다”며 “오늘은 사기꾼이 되고 있다. 미러스를 창업하고 부터 지금까지 함께 달려온 임직원들보기가 너무 부끄러워 의문에 관해 상세히 해명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우선 자신의 동양그룹 입사 과정과 그룹의 실세설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동양그룹에 오게 된 계기는 이혜경 부회장이 디자인경영에 관한 포괄적인 계획안을 원해 실무와 이론이 적절히 융합돼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며 “이는 일종의 컨설팅 의뢰로 당시에는 유학준비로 인해 입사를 거부했지만 수 개월 후 자연스럽게 회사에 조인했으며 대표를 맡은 건 2010년 스스로 미러스를 설립하면서부터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미 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었으며 그룹 전, 현직 기득 세력의 압력과 반대를 무릅쓰고 강남구청에 가서 자본금 1억원의 법인을 설립하며 스스로 대표이사가 됐고 초고속 승진이 아니라 단 한 번도 승진을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 “내가 대표로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주식조차 한 주 갖지 못했다”며 “비자금에 관해서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 또 이번 동양그룹의 CP 문제를 주도한 것은 자신이 아닌 ‘제3의 실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CP발행의 당사자인 동양레저, 동양인터네셔날, 동양의 대표들은 그 분들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회사가 수천억의 CP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실제로 CP를 발행하는 업무는 해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P를 판매한 직원들 역시 회사의 고수익상품을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판매했을 것”이라며 “이모든 정책을 만들고 운영한 분들이 아마 보이지 않는 손이거나 구조조정의 실세들일 것”이라며 지적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동양네트웍스 임직원들은 현재까지 단한명의 이탈도 없이 숨 죽인채 협력업체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가며 버티고 있다”며 “참 직원들보기 부끄럽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법정관리인 선임여부와 상관없이 당분간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나로 인해 불편을 겪으시는 모든 분들과 투자자, 협력사 그리고 동양네트웍스 임직원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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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