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미디어 아티스트 김윤덕

"움직이는 것에 애정을 담죠"

[일요시사=사회팀] 어머니는 화가였다. 아버지는 글을 사랑했다.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예술적 기질'은 운명처럼 김윤덕씨를 예술가의 길로 이끌었다. 김씨가 처음부터 예술가를 꿈꿨던 건 아니다. 얼마 전까지 그는 '미래를 꿈꿀 수 없던' 평범한 한국의 20대였다.



영국 유학파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김윤덕씨는 움직이는 것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UWE)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김씨는 최근 설치미술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이 아닌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기발한 작업을 선호한다.

평범했던 20대

"제대하고 곧장 외국으로 갔습니다. 영국이었죠. 그곳에서 한국을 생각하니 막막했어요.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께 빌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부모님께선 '돈 때문에 회계학 같은 건 선택하지 마라'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으라'고 조언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한 뒤엔 사진도 찍고 영화도 하고 닥치는 대로 했죠. 그러다 찾은 길이 바로 애니메이션과 설치미술입니다."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와 달리 보통의 미술은 작가가 가진 의도를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설치미술은 하나의 작품이자 관객들을 흡인하는 매개로 사용될 수 있고, 작가 본연의 의도를 좀 더 명확히 드러내 주는 텍스트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영국의 전시장 혹은 박물관을 가면 재밌는 오브제가 눈길을 끌어요. 예를 들면 전시장 한 편에서 소리가 난다든지 작은 센서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 불빛이 나게 하고, 사람들이 조형물에 손을 대면 조형물이 움직이는 것 말이죠. 이게 다 일종의 설치미술이거든요. 설치미술의 장점은 관객들의 입장에서 '내가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거예요."


김씨는 촬영된 영상에 선을 입혀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록 김씨가 작업한 건 아니지만, 가수 드렁큰타이거가 발표한 '살자'라는 뮤직비디오에 나온 '무빙이미지'들이 그것이다. 김씨는 자신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저는 이미지를 움직이게끔 만드는 게 너무 행복해요. 사실 제 작품으로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런 작품은 주위에 많잖아요? 영화도 있고. 시도 있고. 제 작품은요. 가볍지만 보고 웃고 사람들이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 제가 같이 작업하고 있는 영화감독 한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살자' 뮤직비디오가 나오니까 상심하셨는지 '어쩌죠?'라고 제게 묻더군요(웃음). 그런데 전 또 '내가 생각했던 게 틀린 게 아니구나. 나만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에 든든했어요."

영국 유학파…설치미술·애니메이션 병행
촬영 영상에 선 입혀 '무빙 이미지' 제작

김씨는 유학 생활 도중 외국인들과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졸업과 함께 김씨는 귀국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슬로베니아 친구와는 앞으로도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슬로베니아 친구와 함께 브리스톨에서 열린 '5일 영화제(117시간 영화제)'에 참가했어요. 5일 만에 영상을 만들어야 했는데 주제는 저니(여행), 로케이션은 지하철 기지였죠. 그곳에서 한 청소담당 매니저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매니저 얘기가 아직도 기억나요. 그 여자 매니저는 지하철 차량 청소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놔두고 간 주사바늘에 찔려 감염이 된 적이 있어요. 또 어느 날은 지하철에 뛰어든 사람이 죽으면서 흘린 피를 닦아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매니저는 낙천적이었어요. '내가 깨끗이 치워야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런 얘기도 했고요.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소가 나오는 상황. 저희가 보여주려고 했던 건 결국 희망이었죠."

기발함 선호

김씨는 국내 애니매이션 시장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긴 유학생활 동안 얻은 최선의 결론은 "어떤 일을 하든 선을 긋지 말자"는 것이다.


"영국에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아드만 스튜디오가 있어요. 제가 브리스톨로 간 건 아드만의 방식을 배우고 싶어서였거든요. 전 캐릭터로 유명한 대형 스튜디오보다는 아드만처럼 고유한 작업 방식으로 더 유명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솔직히 전 화가로서 사실 묘사는 빵점이에요. 어찌 보면 좀 기괴할 수 있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뭐지' 했는데 '알고 보니까 강아지네'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좋게 보면 신선하다고나 할까(웃음). 저의 ‘못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어요. 부족한 게 있으면 조금씩 다듬어가면서 오랫동안 행복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윤덕은?]

▲2011 웨스트민스터대학교(영국 런던) Contemporary Media 학사
▲2013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영국 브리스톨) Animation 석사
▲Behind the Journey(2011), Sulla in Hooverland(2013) 외 다수
▲IndieCork 영화제(아일랜드), Interfilm 국제단편영화제(독일) 등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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