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불륜사건 전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2: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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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외도에 내연녀 협박…부인은 괴로웠다

[일요시사=사회팀]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남편이 기혼을 숨기고 연수원 동기와 바람이 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내가 신혼집에서 목을 매달았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자주 등장하는 막장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사건을 두고 양가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지난 7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전 남편인 사법연수생 B씨의 불륜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법연수생 불륜사건’이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유부남 사법연수원생의 불륜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다.

숨진 A씨의 어머니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법무법인 앞에서 “내 딸 목매달아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 “법조인이 될 자격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해당 법무법인에서 연수 중이던 C씨가 사위인 B씨와의 성관계 내용을 문자로 보내는 등 딸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22일 ‘사법연수원생 불륜사건’의 시작과 끝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건의 논란은 지난 7월, 30세의 A씨가 자신의 신혼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자살사건 직후 A씨의 유가족은 “사법연수원생인 남편 B씨(31)가 연수원 동기인 C씨(28)와 불륜을 저질러 A씨를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자살 원인 둘러싸고 
양측 가족 진실공방

실제로 B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C씨와 교제를 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생이면 누구나 아는 ‘공인커플’이 됐으며, C씨는 B씨가 유부남인 사실을 안 뒤에도 관계를 정리하기는커녕 오히려 B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 A씨에게 보내며 이혼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A씨는 결혼 전부터 시댁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어머니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받아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또한 B씨 집안은 A씨에게 7000만원짜리 고급 외제차와 서울시내 5억원짜리 아파트, 일산 소재 2억원짜리 전셋집과 9000여만원의 카드빚을 갚아줄 것을 요구했고, A씨 측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소중한 딸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을 택했던 것이다.

A씨와 B씨는 5년간 캠퍼스 커플로 만나다가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와 내연녀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A씨는 결국 신혼집으로 마련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어떻게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8개월 동안 모를 수 있느냐’며 조롱했고, 자신이 B씨와 은밀히 나눈 대화 내용까지 고스란히 A씨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총각행세’유부남 연수원생 동기와 교제
내연녀 이혼 요구하는 문자 보내 조롱
밀애 눈치챈 아내 충격 받고 목숨 끊어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법연수원 게시판에 ‘불륜 커플 처벌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수없이 올려 한때 게시판이 폐쇄되기도 했다. 추석연휴 동안에도 ‘사법연수원생 불륜’은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를 유지했다. 누리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법연수원이 진상 규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누리꾼들은 B씨와 C씨를 간통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간통죄를 적용하려면 간통을 한 날짜를 비롯해 장소와 물증 등이 확보돼야 하고, 간통을 한 당사자들의 자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5급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은 견책·감봉·정직·파면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삼촌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사법연수원 간통사건 묻혀선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호소글을 게재했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A씨가 B씨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개 공개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글에서 그는 “B씨와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A씨가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한 후 B씨의 가족은 A씨를 예비 며느리처럼 극진히 대접했지만, 고인이 2차에 실패하고 2010년 아들이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하자 B씨의 어머니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A씨의 시어머니는 “내가 너라면 혼인신고로 남자 발목 안 잡을 것” “네 년 찢어 죽여도 분 안 풀려” 등 문자메시지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B씨의 가족은 강남집, 외제차, 현금 10억원에 이르는 혼수를 요구했다. 오랜 시간 만났고 외로움을 많이 타던 고인은 사랑하는 B씨와 헤어질 수 없었고, 그걸 너무 잘 아는 고인의 어머니는 결혼시키기로 결심했다”며 “무리한 요구였지만 어머니는 집을 팔아 가락동 아파트(5억원), 차량(7000만원), A씨의 빚(9000만원), 전세아파트(2억원)를 혼수로 해줬다”고 밝혔다.

간통죄로 처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또한 “하지만 B씨의 가족은 고인이 애비도 없고, 2차도 합격 못했는데 응당 주어야 할 현금 5억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내용을 고인에게 밤새 전화와 문자로 쏟아 부었다”며 “고인은 그때부터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손발이 극심하게 떨리고 심장이 뛰는 불안증 때문에 결국 사시 2차 시험 도중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B씨와 불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된 연수원생 C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가족과 고인 사이에서 중재를 해줬어야 할 B씨는 연수원에서 총각행세를 하며 동기 C씨와 바람을 피웠다”며 “고인이 사준 외제차를 타고 장모가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를 쓰며 B씨와 C씨는 8개월 동안 부부와 다름없이 생활했다”고 전했다.

또한 “B씨가 기혼자임을 알게 된 C씨는 A씨의 이혼을 요구했다”며 “B씨가 선뜻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자 C씨는 협박하기 시작했다. 고인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은 물론, B씨와 C씨 둘 사이에 있었던 온갖 문자와 편지, 채팅 내용을 캡처해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B씨의 어머니 이씨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그저 피해자 가족이 작성한 내용에 가설이 보태져 카더라 통신처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 사실 확인이나 여과 없이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혼의 달콤함
물거품처럼…

이어 “가족이 속한 학교와 교회에까지도 피해가 커지는바 저희도 조만간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때가 되면 모든 정보를 다 들으시고 올바른 판단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유족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사법연수원은 관련자들을 불러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연수원은 유족 측의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자 지난 10일부터 A씨와 B씨, C씨의 어머니를 직접 불러 조사를 벌였다. 연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조사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예민한 사안이지만 사실에 기초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칠 것”이라며 “관련자들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자 A씨를 옹호하는 카페가 개설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지난 17일 “기사에 관한 입장표명글을 추가로 올린다”며 “먼저 저희 대신하여 열심히 청원 올려주시고, 저희 위해 싸워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되고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유가족 입장은 사실 처음에 상간녀 C측에 바란 것은 정말 진정한 사과였던 것 맞다. 또한 이렇게 까지 인터넷 상으로 확대될 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이모양과 신모 군 측은 진정한 사과를 하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인터넷 글 지우기만 급급해서 정말 분개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청원만큼은 지속적으로 올라왔으면 하는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사법고시 합격하자 시댁 태도 돌변
아파트·외제차에 수억 지참금 요구
심한 불안과 우울증 시달리다 결국…

A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B씨 집안은 ‘사’자가 아니면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B씨의 아버지는 현재 H대학교 교수고 그 여동생은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학생이다. 여동생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의사를 만나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고. 그리고 평소 B씨 자체도 사치스러웠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 6개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로 명품을 팔기도 했다. 사치성을 알았더라면 결혼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그저 혼인신고만 했을 뿐이었다. 이후 B씨의 어머니가 딸에게 ‘널 저주하는 데 내 인생 다 바치겠다’는 식으로 저주의 문자를 퍼부으며 괴롭혔다고. A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전화번호를 여러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의 책임 절반은 B씨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토로했다.
내연녀 C씨는 사건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뒤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등 2차 피해를 입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씨의 어머니는 ‘기자들께 보내는 당부의 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권력집단과 피권력집단의 문제도 아니고 사법연수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더더욱 아니다.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더욱 많은 정보들이 공개됐을때 그 파장은 너무 커서 양쪽 가족 모두에게 지금보다 더욱 크나큰 상처가 되고 심지어 고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하도록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사돈 집안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수원 진상조사 나서
내연녀 신상털기 조짐

A씨는 Y대 학부 졸업 후 지방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리고 남편 B씨는 지방대에서 Y대로 편입해 사법시험을 패스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B씨의 아버지는 지방대 교수로 알려졌다. 현재 숨진 A씨의 휴대폰은 잠금 상태고 공장 초기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족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불륜 사건이 인구에 오르내리면서 법조인 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은 사법연수원 측의 진상조사 결과 및 징계 수위를 눈여겨 볼 것이다. 만약 식구 감싸기 식의 형식적인 조사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명을 다루는 법조인들에게 기본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번 불륜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도덕성 측면을 충분히 감안해 그에 상응하는 징계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앞으로 법조인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계속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자는 결코 남에게 엄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법조인을 차단할 수 있는 사전 정화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판사들 출신 보니…
3분의 1 이상 ‘강남 사람’

매년 신규 임용되는 판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가치관에 귀 기울여 사회적 갈등을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사법부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지역·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사 임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10∼2012년 신규 임용 판사 499명 가운데 특목고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강남 3구’ 출신은 174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특목고 졸업생은 전체의 24.6%인 123명, 강남 고교 출신은 51명으로 10%를 넘었다. 강남·특목고 출신 판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고교별로 보면 대원외고 출신 신임 판사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학교 출신은 2위인 명덕외고(18명)의 배에 가까웠다. 3년 동안 10명 이상의 새내기 판사를 배출한 고교는 네 곳으로 한영외고(17명)와 대일외고(10명) 등 모두 수도권 소재 외국어고였다.

강남·특목고 졸업자 법조계 점령
지방 명문은 뒷걸음…편중화 지적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했던 과학고 출신 판사도 서울과학고 4명, 한성·광주·강원·대구과학고 각각 2명 등 16명이나 배출됐다. 특목고를 제외한 서울 일반고 출신 판사들 사이에서는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부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임용된 이들과 달리 올해부터는 최소 3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만 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 출신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법조계에 대거 수혈된 탓에 이들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로스쿨이 사법고시를 대체하는 법조인 양성 통로가 되면서 오히려 특목고·강남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졸업하기 시작한 로스쿨 출신들은 2015년부터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2012년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614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은 219명(35.7%),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은 98명(16.0%)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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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