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⑥추석 연휴면 충분한 '5일 맞춤성형' 공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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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성형 예약 폭주…10명 중 6명 "병원 가겠다"

[일요시사=특별기획팀] 올 추석을 맞아 각 인터넷 게시판에는 ‘퀵성형’을 문의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작성자 중 상당수는 지방에 살면서도 이번 연휴동안 서울로 올라와 수술을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가올 5일의 황금연휴 동안 어떤 성형이 가능할지. 추석 대목을 맞아 5일 맞춤형 성형을 알아봤다.




공중파만 보는 시청자들, 특히 남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TV프로그램일 수 있겠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 중 매회 화제를 낳으며 수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렛미인>이다.

<렛미인>은 외모 때문에 극도로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제작진의 도움으로 성형을 받고 미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일명 '메이크오버쇼'다. 장안의 화제인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단 하나. 성형을 통한 인생역전이다.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거나 콤플렉스를 가졌던 여성들은 '렛미인 닥터스'로 불리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집도로 완벽한 변신을 한다. 그리고 누가 봐도 '예쁜 여자'로 스튜디오에 등장한다.

방청객들은 눈앞에 벌어진 놀라운 광경에 탄성을 지른다. 박수를 치는 그들의 얼굴에 진심이 묻어난다. 진행자는 감격에 겨워 오열한다. 가식 없는 진실의 눈물이다.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이자 인생의 주인공이 된 출연자는 유유히 스튜디오를 거닐며 한껏 여성미를 뽐낸다. 이 드라마틱한 과정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안방에 있는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예쁘면 그만
성형은 대세


한편에서는 "TV를 통해 성형수술을 조장한다"며 <렛미인>에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많은 열혈 시청자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며 성형수술을 옹호한다.

그러나 이들의 격한 설전과는 별개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성형공화국'이 됐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2011년 기준 대한민국의 성형시장 규모는 세계시장 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 어떤 누구의 추격도 허용치 않는 압도적인 1등이다.

성형 수술은 이제 더이상 우리 사회의 감춰진 은막이 아니다. <렛미인>처럼 잘 빠진 성형 결과는 사람들의 '커튼콜'을 부른다. "칼과 친해지면 남편 연봉과 얼굴이 바뀐다"는 우스갯소리가 터무니없는 허언이 아니다. 예뻐지고자 하는 그녀들의 욕구는 오늘도 병원 로비를 분주하게 만든다.

이번 황금연휴는 평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성형수술을 미뤄왔던 이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경우에 따라서 무려 9일의 휴가가 가능하기 때문. 모처럼 찾아온 황금연휴 탓인지 이미 지난달부터 '성형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 일대가 뜨겁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들은 VIP 고객의 빗발치는 예약전화와 사투 중이다.

이른바 ‘의느님’(의사를 높여 부르는 말)의 기적을 바라는 '신도'들은 지금 하나둘 강남으로 모여들고 있다.

학교나 회사를 다닐 때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성형수술. 그래서 이번 연휴는 '성형의 대목'으로 불린다.

얼굴의 중심
코에는 연골을


해당 병원이 위치한 지역과 네임벨류에 따라 다르지만 몇 년 전부터 추석 기간에는 평소보다 20∼50% 이상의 수술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터넷 성형 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탄 성형외과들은 사전 예약이 꽉 차 고객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다. 

'외모가 경쟁력'인 풍토답게 성형외과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더불어 성형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성형 수술을 공개적으로 원하는 사람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4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형을 원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모두 970명이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65.8%를 차지한다.

이중 '가장 성형을 하고 싶은 부위(복수응답 가능)'를 꼽는 질문에는 43%가 '코 성형'을 지목했다. 이어 ▲눈 성형 34.1% ▲광대·턱뼈 등 안면윤곽수술 34% ▲몸매 성형 29.7% ▲이마 성형 16.8% ▲입술 성형 8.7% ▲기타 2.3% 순으로 희망 부위를 꼽았다.

'성형을 하게 된다면 언제가 좋은가'란 질문에는 34.1%가 '여름휴가기간'을 꼽았다. 이 뒤를 설·추석 등 연휴기간(26.8%)이 따르면서 통계적으로도 추석시즌이 성형의 대목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막상 수술을 결심하면 아무래도 회복기간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큰 맘 먹고 성형을 했는데 부기 등이 안 빠져 선글라스를 끼고 출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족한 휴식으로 내 얼굴과 몸이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도 고민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번 5∼9일의 연휴동안 어떤 성형을 권했을까. 먼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인 '코 성형'부터 살펴보자. 서울 강남의 복수 성형외과에 따르면 모든 성형 중 가장 상담 수가 많은 성형은 '코 성형'이다.

코는 얼굴의 중심에 있어 사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첫인상을 좌우하는 핵심 부위다. 특히 코 성형은 얼굴 전체를 손대지 않고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많은 환자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코 성형은 수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해 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도 제약이 덜하다.

하지만 코 성형은 재수술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에 어색하지 않은 느낌을 주기 힘들어서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라인을 만들 수 있는 '자가조직 성형'이 대세라고 전문가들은 홍보한다.

자가조직 성형에는 인체의 일부인 귀 연골이나 비중격연골, 늑연골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연골은 귀 연골과 비중격연골이다. 그러나 더 이상 채취할 연골이 남아있지 않을 때는 늑연골을 사용한다. 늑연골이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늑연골이 첫 수술에 쓰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못난 코'의 경우 늑연골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낮거나 짧은 코를 세우고 길이를 맞추려면 풍부한 양의 연골이 필수다. 그래서 처음부터 연골의 양이 풍부한 늑연골을 채취하면 더욱 아름다운 코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늑연골이 수술 받는 환자의 몸에 이식되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타인에게서 기증된 늑연골을 채취하여 멸균한 뒤 인체삽입물로 제품화 한 것이 바로 기증 늑연골이다. 이 기증 늑연골은 자가 늑연골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흉터 등이 걱정되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소개된다.

S라인 위해
허벅지살 이식

여기서 코 성형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환자는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하이라이트 성형'을 병행할 수 있다. 코와 함께 이마에도 볼륨을 넣어 얼굴 전체의 입체적인 라인을 살리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코와 이마가 함께 높아지면 또렷한 이목구비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가 설명한 '하이라이트 성형' 단계는 이렇다. 먼저 코 수술은 앞선 방법과 비슷하다. 실리콘이나 코어텍스 등 보형물로 콧대를 세운 뒤 각종 연골을 이식해 코의 라인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코의 길이나 높이에 맞춰 이마를 부각시키는데 여기에는 허벅지·복부·엉덩이 등의 자가지방이 사용된다.

허벅지에 있던 자가지방은 이마로 이식된다. 이 과정에서 감춰졌던 얼굴의 S라인이 살아난다. 재수술도 없다. 이것이 '하이라이트 성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성형 경험자는 의미 있는 조언을 했다. 그녀는 "코의 경우 주기별로 유행이 빠르게 바뀌어 2년 전에 유행했던 코가 조금만 지나면 촌스러운 코가 되는 일이 다반사"라면서 "코 성형은 한 번 시작하면 주기적으로 리뉴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유행을 타지 않는 코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코보다는 눈에 더 관심이 많은 예비 환자들도 있다. 눈 성형도 코 성형처럼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성형으로 꼽힌다. 크고 아름다운 눈은 얼굴의 여러 단점들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LH성형외과의 이용국 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매듭 연속 매몰법'을 소개했다. 그가 말한 매몰법의 장점은 부기가 빨리 빠진다는 것에 있다. 또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 원장은 단매듭 연속 매몰법에 대해 "눈꺼풀을 집는 기존 매몰법에서 업그레이드가 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3∼4군데의 구멍을 통해 연속으로 매몰시키는 방법이라 풀릴 염려도 거의 없다"면서 "눈 성형을 한 후 쌍꺼풀 라인의 수정까지 가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절개가 동반되지 않은 눈 성형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업계에선 '시술'로 불린다. 환자 입장에선 티가 나지 않는 게 핵심. 그렇다면 가장 티가 안 나는 눈 성형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유착법이다.

자연유착법은 바늘구멍을 이용한 수술로 20∼30분의 수술시간, 2∼3일의 회복기간만 거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강제적으로 쌍꺼풀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쌍꺼풀 라인을 따라 피부와 눈근육을 자연스럽게 유착시키는 방법이라 선호도 역시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수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매직앞트임이나 매직뒷트임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더욱 크고 선명한 눈매로 발전하기 위한 옵션들이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자연유착법이 권유되는 건 아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선 부분절개가 필요하고, 이 경우 연휴 내 완벽한 회복은 일정상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너비성형외과 장철호 원장의 팁도 귀 기울여 볼만하다. 그는 "사람마다 눈 모양과 눈꺼풀 지방 정도 등이 달라 각자에게 맞는 수술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 수술법만 권하는 병원은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퀵성형 유행
고난도 수술도?

앞서 언급한 코 수술, 눈 수술에 비해 안면윤곽수술과 가슴수술 등은 수술 경과가 까다롭고, 회복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연휴기간 중 수술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안면윤곽수술은 부기가 심하고 회복기간이 길어 1달가량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을 비웃듯 세계적인 성형강국 대한민국은 독보적인 수준의 광대뼈축소술을 개발, 안면윤곽술의 변형 '퀵광대축소술'을 시행하고 있다. 놀랍게도 퀵광대축소술의 수술시간은 15∼20분에 불과하다.

가슴 성형 역시 마찬가지. 과거 '죽음의 72시간'이란 후기가 나올 정도로 통증이 심했던 가슴 성형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의 집대성으로 그 회복기간이 비약적으로 짧아졌다.

무엇보다 추석을 전후해 '가을 날씨'가 찾아오면서 수술 부위의 노출 빈도가 낮아졌다는 점은 많은 여성을 가슴 성형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을 반영하듯 올 추석에는 두 가지 수술을 동시에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제보다. 어차피 부위별로 회복기간은 비슷하기 때문에 시간절약 차원에서 두 가지 이상의 수술을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설명이다.

이렇듯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대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렛미인> 출연진만이 아닌 듯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즘 성형 대세는…실리프팅 시술?

자연스러운 피부 효과

절개를 하는 리프팅 수술에서 변형된 '실리프팅'은 말 그대로 실을 이용한 리프팅이라 절개가 없다는 장점을 갖는다. 얼마 전까지 리프팅 수술은 두피 속에 작은 절개창을 내고 인위적으로 피부를 잡아당기는 수술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실을 이용한 리프팅 수술은 실이 밀려나오는 증상 등을 포함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PDO(Polydioxanone)라는 소재의 실을 이용한 시술이 인기가 많은데 이 PDO실은 인체에 삽입된 후 서서히 녹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DO는 녹으면서 그 주변에 콜라겐 조직 형성을 돕는데 이는 환자들의 맑은 피부, 부드러운 피부결, 탄력적인 피부에 일조한다.

아울러 실리프팅은 시술시간도 20분 정도로 비교적 짧고, 마취연고만으로도 시술이 가능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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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