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⑩명절만 되면 생각나는 추억의 스타들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17 07:17:41
  • 댓글 0개

TV 켜면 아이돌 일색…어르신들은 따분하다

[일요시사=특별기획팀]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만 되면, TV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아이돌’ 특집 프로그램들이 수없이 쏟아진다. 우리 부모들에게도 한 때 로망이었던 스타들이 있었다. 이젠 추억이  된 그 스타들. ‘어른’을 위한 스타, 누가 있을까.




요즈음 TV에는 수많은 아이돌이며, 다들 비슷하게 생긴 배우들 등 정신없이 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이 지나간다. 얼굴도 알아보기 어려운 어린(?) 스타들 사이에서 가끔씩 떠오르는 옛 스타들이 있다. 예쁜 외모 또는 뛰어난 노래실력들로 당시의 화제가 되었던 스타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잊혀진 스타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도 후배 연예인들의 성대모사 대상이 되고 있는 ‘꺾기’창법의 대가, 나훈아는 1966년 당시 19세 나이로 ‘천리길’을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 ‘강촌에 살고 싶네’ ‘님 그리워’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정통 트로트를 고수했다. 71년 ‘가지 마오’를 통해 KBS 음악대상을 수상하고 그 이후로도 ‘고향역’ ‘머나먼 고향’을 차례로 히트시켰다.

나훈아는 노래실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곡, 작사 능력으로 100곡 이상의 곡을 만들어 내면서 ‘대한민국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데뷔 이후 약 2500곡을 녹음하고 19개의 정규앨범을 포함하여 총 200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행적에 대한 관심
언론의 억측들로

가수로서 완벽했던 나훈아는 완벽하지 못한 사생활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75년 첫 번째 아내, 이숙희씨와 이혼한 그는 76년 당시 유명했던 배우 김지미와 결혼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그는 공식적으로 3번의 결혼을 했는데 85년 김지미와의 이혼 이후, 후배가수였던 정수경씨와 결혼했지만 현재 이마저도 순탄치 못했다. 2007년 예정됐던 공연 취소를 끝으로 그가 노래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던 그가 2008년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해 ‘신체절단설’을 부인했고 그것이 공식석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간혹 그의 근황이 들리고 있지만 그의 모습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최근 한 종편방송에 출연한 나훈아의 지인은 “나훈아가 양평의 실버타운 같은 비싼 요양원에 있다”고 전했다.

영화 <변강쇠> ‘옹녀’역의 영화배우 원미경은 당시 짙은 농염함으로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섹시배우다.

원미경은 78년, 18세에 미스 롯데 선발대회에서 ‘미스롯데’로 선발됐고 TBC 공채탤런트 20기로 데뷔하며 이미숙, 정애리와 함께 80년대 트로이카로 불렸다.

70∼80년대 스타덤 올랐다 홀연 사라져
은퇴 후 억측기사와 황당소문에 시달려

연기자로서 그의 첫 작품인 79년 MBC 드라마 <청춘의 덫>은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도중 중단되었다. 이어 영화 <청춘의 덫>이 제작되며 영화배우 원미경으로서 영화계에 데뷔했다. 영화 <청춘의 덫>은 박근형, 한진희, 유지인이 함께 출연한 영화로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당시 그의 나이 20살.

영화 <청춘의 덫>에 이어 영화 <제3 한강교>를 통해 깊이 있는 멜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원미경은 ‘제 18대 대종상-신인상’ ‘백상예술대상-신인상’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색깔있는 여자> <F학점의 천재들> <심장이 뛰네>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단아함과 청순함의 대표 아이콘이던 원미경은 86년 영화 <변강쇠>에서 섹시한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보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음 해인 87년 당시 출연 중이던 MBC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의 담당PD인 이창순과 2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 후, MBC 드라마 <아줌마>에서 억척스러운 ‘주부’역할을 하며 ‘MBC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섹시스타에서 억척스러운 아줌마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던 그는 2002년 MBC 드라마 <고백>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활동을 중단한 원미경은 현재, 남편인 이창순PD와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 중이다. 원미경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 다만 언제라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실망스럽지 않은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여운 아역배우 출신
시대흐름에 외면당해

“아저씨∼계란 드실라우?”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귀여운 목소리의 아역배우 전영선.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전영선은 영화배우였던 고모 나애심(본명 전봉선)의 권유로 영화 <종말 없는 비극>을 통해 데뷔했다.

아역 전영선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였던 영화는 1961년에 제작된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이다.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최은희, 김진규, 도금봉 등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옥희’역의 전영선 또한 앙증맞은 표정연기와 똑부러진 소녀의 아역배우로 거듭났다.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통해 천재적인 자질을 보여준 전영선은 안성기, 안인숙 등과 함께 '꼬마별'로 불리며 <불효자> <슬픔은 없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등 약 25편의 작품에서 아역을 도맡아 출연했다. 

그 중 신상옥 감독의 영화 <이 생명 다하도록>은 전영선에게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이 생명 다하도록>에 출연한 전영선은 6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아역특별연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독일의 분위기가 분단과 전쟁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기 충분했다고.




69년 영화 <암살자>를 마지막으로 영화계에서 사라졌던 그는 75년 고영남 감독의 영화 <서북청년>의 주연을 맡았다. 아역스타답게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었지만 외모를 중요시하는 시대 흐름 때문에 성인 여배우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다시 영화계의 별이 되고자 했던 전영선은 81년 영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조연으로 출연했고 이 작품이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70년대 당시 연애잡지였던 <아리랑>과 <명랑>은 문희, 남정희, 윤정희를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라 칭했다. 그 이후로 당대 인기있는 여배우들을 ‘2세대, 3세대 트로이카’라고 지칭하곤 했다.

여배우 트로이카
여전히 아름다워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에 이어 70년대 후반에는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가 2대 여배우 트로이카로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에서도 단연 외모가 돋보였다는 정윤희. 지난 2005년 한 여성잡지에서 영화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국 여배우 최고 미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정윤희’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게 배우 수애와 닮아 관심이 높아진 영화배우 정윤희는 75년 영화 <욕망>으로 데뷔했다.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여자와 비>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및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인기 절정이던 84년, 정윤희는 조규영 중앙산업개발 회장과 결혼하며 영화계 은퇴선언을 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2대 여배우 트로이카, 유지인, 장미희와는 달리 배우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정윤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계속됐지만 결혼 이후 단 한 차례도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그는 2005년 MBC 한가위 특집다큐 <우리가 사랑한 여배우들-카페 정윤희>를 통해 “직접 만나 뵙고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아직까지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자필편지로만 소식을 전했다. 최근 한 언론사에 의해 공개된 그녀의 최근 모습에 대한 네티즌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배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소탈하고 검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팬들의 바람대로
조용히 활동 재개도

70년대 소녀들의 우상이던 포크계의 전설, 그룹 ‘어니언스’. 당시 가요계는 신나는 ‘팝계열’의 음악이 등장하고 있었다. 72년 ‘작은 새’로 가요계에 데뷔한 포크 그룹 어니언스의 등장은 포크음악의 대중화에 본격적으로기여했다. ‘편지’ ‘저 별과 달을’ ‘외길’ 등 이들의 앨범에 수록된 곡 전부가 히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쾌하고 잘생긴 외모 또한 여고생들의 마음을 흔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들의 인기를 당시 한 음악잡지에서는 “이대강당에서 지난 74년 5월 4일 열렸던 어니언스의 리사이틀은 모여든 관객들을 제 시간에 입장시키지 않고 있다가 관객들이 강당에서 이대교문까지 장사진을 이루는 등 대학가에서 흔치 않은 진풍경을 보인 뒤에야 뒤늦게 시작됐다. 교복차림의 중고교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 관객들은….”이라고 했다. 이후 멤버였던 이수영은 영화 <그대의 찬 손>에 출연하는가 하면 74년 KBS 방송가요 대상을 받으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이들은 75년 멤버 이수영의 군입대와 함께 해체됐다. 홀로 남은 임창제는 ‘어니언스 임창제’라는 이름으로 가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이수영은 군 제대를 하며 79년 ‘하얀 면사포’와 80년 ‘숙녀’라는 이름의 두 앨범을 마지막으로 가요계를 떠났다. 가요계를 떠난 그는 종합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2002년 건설업 중견 사업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이수영과 임창제는 ‘어니언스’라는 이름의 와인바와 카페를 각자 운영해오며 팬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004년, 어니언스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에 따라 ‘추억의 낭만 콘서트’를 통해 해체 후 30년 만에 변하지 않는 호흡을 보여줬다. 같은 해, 8월 이수영은 ‘프레셔스 메모리즈’를 발표하며 홀로 음악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다른 멤버인 임창제는 지난 2월 KBS의 한 프로에 딸 임나경과 함께 출연해 과거 싱어스 누들(성대에 생긴 양성종양)로 인한 후유증 등을 고백하며 근황을 전했다.


좋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면…
복귀 언제쯤? 기약 없는 귀환

66년 걸쭉하고 허스키한 저음으로 무대를 압도하던 소녀, 문주란. 당시 16세란 나이와 앳된 소녀얼굴과 달리 카리스마있는 저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가수다. 데뷔와 함께 주목을 받았던 10대 신인스타, 문주란은 ‘보슬비오는 거리’ ‘파란 이별의 글씨’ ‘낙조’ 등의 히트곡을 내며 무명생활없이 스타가 되었다.

65년 잡지 아리랑에서 주최한 연말 시상식에서 최고 인기상 독수리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MBC 10대 가수 가요제 가수상, TBC 신인상 수상 등을 수차례 수상하며 당대 최고가수였던 남진, 이미자와 같은 선배들과 한 무대에서 섰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며 인기를 누리던 문주란은 데뷔 3년 만에 한 방송국 PD와의 스캔들과 언론의 억측기사들로 힘들어하다 음독자살을 시도를 하며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80년대 다시 가요계로 돌아온 문주란은 일본에서 활동하며 국내에서도 ‘백치 아다다’ 등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곧 활동을 중단했다. 그 이후에도 국내 가요계에 간혹 앨범을 발표하며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길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신곡 ‘양재동 거리’를 발표하며 SBS <도전 1000곡>,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인간 문주란으로서의 모습을 공개했다. 청평의 한 카페를 운영하며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던 그는 데뷔 45년만인 지난 6월 첫 대형 콘서트를 시작으로 중후한 매력의 가수 문주란으로 돌아왔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2의 전성기 스타들
안방 여왕들 속속 귀환

연예계를 은퇴했던 스타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시 복귀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드라마 <모래시계>를 끝으로 배우 고현정은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10년만에 이혼하며 연예계에 컴백한 고현정은 SBS 드라마 <봄날>을 시작으로 <선덕여왕> <대물> <여왕의 교실>등의 드라마를 통해 실력있는 연기파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배우 오현경 비디오 파문으로 은퇴한 지 2년 만에 결혼하며 배우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2006년 안타까운 이혼소식과 함께 돌아온 오현경은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로 연예계에 복귀한 이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을 통해 다양한 매력의 연기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