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자동차 '계약사기'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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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보관 '맘대로' 명의이전 '맘대로'

[일요시사=경제1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중 하나인 한성자동차 방배지점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동차등록증 사본을 고객 동의 없이 별도 보관하고 고객 차를 불법 명의이전했다. 딜러라는 직위를 이용해 말을 바꾸는 방법으로 고객 돈 5000여만원도 강탈했다.



지난해 5월, A씨는 한성자동차 방배지점 딜러 주모 차장을 소개받았다. 이후 차량 문제로 종종 연락을 했고 A씨는 주 차장의 권유로 부친 소유의 S500(약 1억5000만원) 차량을 팔고 GLK CLASS(약 6000만원) 신차를 출고하기로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S500 매매 대금을 신차 출고 시 계약금으로 대체하기로 했고 며칠 후 딜러의 "계약금을 먼저 입금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A씨는 3000만원을 입금했다.

"개인간 거래"

같은 해 8월에는 A씨 소유의 NEW E-CLASS(약 9000만원) 차량을 팔고 S350 BLUETEC(약 1억2000만원) 차량을 신차 출고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주 차장의 권유로 중고차 대금을 신차 계약의 보증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 차장의 말이 바뀌었다. 보증금을 좀 더 넣어달라는 것.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2000만원을 지급했고 주 차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A씨가 돌려받지 못한 돈은 5000만원에 이른다.

A씨는 주 차장을 자신의 지인 B씨에게도 소개했다. B씨는 지난 7월, 주 차장에게 NEW E-CLASS를 구매했다. 당시 주 차장은 B씨의 카드를 이용해 차량대금 외에 2800만원을 추가 매출을 일으키고 그 금액을 상환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B씨로부터 대금 상환 요구 연락을 받아야만 했다.

A씨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한성자동차 본사에 항의했다. 본사의 상무와 방배지점의 지점장, 주 차장, A씨가 한 자리에 모여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A씨에 따르면 한성자동차 측은 개인 간의 돈 거래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A씨는 "개인 딜러와 거래한 것이 아닌 한성자동차와 거래를 한 것이고 딜러는 단순히 그 계약을 대리한 것"이라며 "한성자동차는 본사 직원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과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시스템 부재의 책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성자동차는 B씨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해결에 나섰다. 한성자동차 방배지점 지점장은 지난 5일 B씨를 찾아가 사과하고 2800만원을 입금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한성자동차는 비교적 시일이 가깝고 회사의 귀책사유가 큰 건은 소문이 나지 않게 빨리 처리하고 시일이 오래 되고 귀책사유가 적다 싶으면 개인 간의 거래로 치부해 책임없다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딜러에 입금한 계약금 5000만원 떼먹어
회사 측 "개인간 돈 거래…책임 없다"

이와 관련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한성자동차는 신차를 판매하는 회사로 딜러와 고객간의 중고차 거래에 관여하지도, 관여해서도 안된다"며 "주 차장과 해당 고객 간의 개인적인 채무관계지 한성자동차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B씨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에 대해서는 "B씨와 A씨의 문제는 유형 자체가 다르다"며 "B씨와 주 차장의 거래에서는 증거자료도 명확하고 사측의 책임소재가 분명해 해결했다. A씨는 어떤 증거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한성자동차 방배지점은 중고차매매 사기도 발생했다. 고객 동의 없이 보관하던 자동차등록증 사본을 이용한 불법 거래였다. 지난 7월19일 주 차장은 몇 달 전 자신에게 CLS63 AMG(약 1억5000만원)를 구입한 고객 C씨에게 신차 구매를 제안했다. 주 차장은 C씨의 기존 차량의 중고가로 1억3000만원을 제시했고, 더 높은 가격을 알아봐 주겠다는 주 차장의 말에 C씨는 자동차등록증을 빼고 차키와 차량을 넘겼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고 목포에 거주하던 C씨는 7월29일 차를 찾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주 차장이 가져간 차량이 하루 만에 시세의 절반도 되지 않은 6000만원에 주 차장의 상사 명의로 이전된 사실을 알게 된 것.

게다가 자동차양도증명서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도장이 찍혀있었고 자동차등록증까지 첨부돼 거래가 성사됐다. 자동차등록증 사본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C씨의 당혹감을 더 컸다. 이에 주 차장은 "벤츠 신차 출고 시 고객들 등록증 한부씩을 복사해 보관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영업 매뉴얼이 있다"고 말했다.


사본 보관 관행?

업계 관계자도 "한성자동차 뿐만아니라 자동차 딜러사 및 소속 딜러들은 자동차등록증과 주민등록등본 등 고객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사본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딜러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객 차를 명의이전해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제21조 '개인정보의 파기' 등의 조항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 시 반드시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처리 목적 달성 시 지체 없이 파기해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딜러사와 소속 딜러들이 고객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들을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사본을 만들어 보관한 것은 위법이다.

주 차장의 이 같은 횡포가 전해진 뒤 한성자동차는 주 차장의 딜러 영업을 중단시키고 대기발령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해고 후 주 차장을 고소·고발 조치했다.

한성자동차 측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해당 서류들을 회사에 보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알려진 것과는 달리 고객 개개인의 동의를 받고 보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중고차매매사기사건의 경우 중고차 거래를 담당한 업체에서 책임을 지고 C씨와 원만한 해결을 봤다"며 "한성자동차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C씨에게 사과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말했다. 또 "한성자동차도 주 차장의 불법적인 딜러 영업으로 본 피해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피해자이다"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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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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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