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모유 찾는 남자들 '천태만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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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어른들이…현대판 변태 젖동냥

[일요시사=사회팀이른바 ‘현대판 젖동냥’이 유행이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모유를 거래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황당한 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성인 남성들도 모유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판매자 여성들에게 직거래를 요구하며 변태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모유거래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끝나면 한고비 넘긴 것 같지만 또 하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모유수유다. 분유보다 소화도 잘되고 면연력 향상과 두뇌발달에도 좋은 모유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러나 먹이고 싶어도 모유양이 적거나 엄마가 아파서 먹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현대판 젖동냥에 나선 엄마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모유거래가 극성이다.

인터넷 사이트서
은밀한 모유거래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중고물품 사이트인 ‘중고나라’ 등에서 최근 모유를 사고파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모유 판매자들의 대부분은 주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전업주부들이다. 이들은 모유를 저장팩에 담아 낱개로 냉동실에 얼린 뒤 모유팩의 사진을 찍어 홍보글을 올리며 모유 판매에 나서고 있다. 모유의 평균 거래가는 200㎖ 기준으로 약 500∼2000원 선이다.

모유공급의 수요층은 주로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이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모유가 분유에 비해 여러모로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남의 모유라도 사서 먹이고 싶은 엄마들이 부쩍 늘었다.

문제는 판매자들이 이 같은 모유 판매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유 판매자 L씨는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며 모유를 판매하고 있었다”며 “불법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법이라면 홍보 게시글을 지우겠다”고 말한 뒤 모유 판매글을 바로 내렸다. 사실 대다수의 모유 판매자들은 대단한 수익을 올리고자 모유를 판매하는 게 아니다. 그저 모유량이 넘치기 때문에 나누고자 인터넷 상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모유 거래는 지난 2008년 도입된 모유은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터넷 통해 산모들 모유 거래 늘어
건강에 좋다?…구매자 대부분 성인남

강동 경희대병원 모유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정식 모유은행은 산모로부터 남은 모유를 기증받아 살균 처리 후 수유가 어려운 조산아, 저체중아, 입양아 및 영·유아 환자에게 제공한다. 기증 조건도 까다로워 출산 1년 이내의 건강한 산모로 매일 수유 중이고 모유를 보관할 시간이 따로 있는 엄마만 기증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기증자는 신청 후 병원에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서, 기증동의서 등을 제출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고 전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해 개인적으로 매매되는 모유의 경우 집유 중 안전수칙 소홀로 모유 변질 등의 위험은 물론 모유 제공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각종 감염의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위험한 개인거래
감염에 노출될라

그러나 모유은행의 공급은 현저히 부족해 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모유은행을 이용하려면 우선순위에 들어야하는데 이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를 충족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하루 이용에 보통 1만6000원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모유를 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모유 수요자의 절반이 남성이라는 께름칙한 사실이다. 이에 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모유를 판패중인 H씨를 만나 모유 거래 내용을 들었다. H씨는 총 8차례 모유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매자 8명 중 3명이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구매자 2명은 택배로 거래했지만 1명은 직거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H씨는 “직거래를 요구한 남성은 30대 초반이었다. 그는 거래 장소에서 모유를 받으며, 다음에는 바로 유축한 따뜻한 모유를 받고 싶다”며 변태적인 말을 하며 “거래 후에도 끊임없이 문자를 보냈다고”말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H씨는 “곧바로 번호를 차단하고 이후 남성과의 모유거래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황당한 일이 H씨에게만 일어난 건 아니다. ‘중고나라’에서 모유를 판매하던 K씨는 모유를 구하는 한 남성에게 변태적인 쪽지를 받았다. 그 쪽지의 내용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음은 그 쪽지의 내용이다.


흑심 품고 판매 여성에 직거래 강요
“직접 먹어볼 수 없나?”직수 요구도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에 살고 있는 32세 남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모유가 많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용돈벌이를 알려드리고자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모유가 어느 정도 나오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저에게 직접 모유를 수유해주시는 겁니다. 부담 없이 아기에게 수유해주시는 것처럼만 직접 수유 해주시면 됩니다. 기본 양쪽 수유해주시고 5만원 드리고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는 아기엄마분이 편한 시간에 제가 가겠습니다. 장소는 어디든 좋습니다. 차 안에서도 가능합니다. 오로지 수유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모유를 수유 받으려는 이유는 엄마젖에 대한 어떤 동경심 때문입니다. 모유를 먹고 있는 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까지 구합니다. 수유는 주기적으로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젖이 뭉쳐서 고통스러우신 엄마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전에도 모유수유를 해주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도 간단하게 용돈벌이가 돼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시고 답장 꼭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한 시간대와 연락처도 같이 적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밤 시간까지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실례가 됐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K씨는 이 쪽지 내용을 엄마들의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모유 추축한 걸 사먹는 것도 충격적인데 직수를 요구하다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직수? 미친 거 아닌가요?” “직수요구는 대놓고 바람피자고 하는 거죠” “모유 구매로 이렇게 접근하다니 정말 치가 떨리네요. 너무 충격 받았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인 위해서”
 거짓말로 접근

모유를 찾는 남성들은 보통 자신의 부인을 위해서 구매한다고 항변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유를 마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모유비누도 찾고 있다. 모유비누는 아이들 아토피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모유로 직접 비누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C씨에 따르면 모유비누 구매자의 절반이 남성이라고 한다. 즉 이 남성들은 C씨를 통해 모유와 모유비누를 동시에 구해 마시고, 세안을 하는 것이다.

C씨는 “4만원이면 비누가 10∼11장 정도 나온다. 보통 택배를 이용해 얼음팩에 채워보 보내준다”고 말했다. 구매자의 대부분이 남자지만 이들에게서 변태적인 문자를 받은 적은 없기 때문에 불쾌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남성들을 무조건 변태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건강이 불편한 일부 남성들이 모유를 사먹는 건 종종 있어왔던 일이다. 실제로 모유는 ‘아기에게 하늘이 내린 영양의 선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소화 흡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모유를 받아먹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인터넷 모유 구매가 위험한 이유는 수유한 엄마의 몸 상태를 모른다는 점, 충분히 위생적으로 보관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보관 개월 수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불법 유통 모유의 가장 큰 위험은 혈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중 일부가 모유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유로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는 매독, 에이즈, HTLV, 간염, CMV 등이다.

강동 경희대병원 배종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유를 제공하는 산모의 건강상태, 모유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감염과 변질의 위험 등을 검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모유은행연합기준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저온살균과 영양상태, 감염에 대한 검사를 거친 후 제공되는 모유인지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운송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기에 안전한 운송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개인 간 모유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규제가 현재로선 없다”고 말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매매 가격 200㎖ 기준 2000원
불법…모유은행 통해서만 가능

결국 현재로선 ‘모유은행’이 가장 안전하다는 지적이다. 모유 기증이 활발해져 모유 공급이 원활해진다면 굳이 개인 간 거래를 하지 않아도 안전한 모유를 구할 수 있다. 그럼 인터넷 거래는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다. 개인 거래가 줄어들면 모유를 구하는 변태적인 남성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중국 직장여성들
모유 판매 유행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유거래가 중국에서는 더욱 더 극성이다. 중국 부자들의 경우 아예 집에 모유수유 도우미를 들여놓고 바로 먹고 싶을 때 마다 유축해 먹는다는 것이다. 도우미의 임금은 월 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중국에서 성인들의 ‘모유 마시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대도시에서 모유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발행되는 <심양만보>는 시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모유 거래 현장을 취재했다.

한 때 모유를 직접 팔았다는 한 여성은 “선양에서 모유 거래가 시작된 것은 이미 반년이 넘었다”면서 “모유는 보통 성인들이 사서 마시며 신선한 것과 냉동한 것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0㎖ 한 봉지에 20위안(3700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신선한 모유는 2시간 이내의 것이고 냉동 모유는 3개월을 넘지 않은 것을 사고판다고 귀띔했다.

제보를 받은 기자가 구매자로 가장해 모유 판매 여성에게 연락하자 해당 여성은 생후 4개월가량 된 아기를 안고 약속 장소로 나왔다.


그녀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아기를 데려왔다”면서 “모유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 매일 3∼5봉지를 쉽게 판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에게 장기간 마실 것을 권하면서 신선한 모유와 냉동 모유 2봉지를 시세보다 싼 30위안(5500원)에 팔았다.

신문은 모유 판매가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간호사, 회사원, 상점 직원 등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 사이에도 부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모유를 팔고 있는 한 간호사는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모유를 다 먹지 못해 팔기 시작했다”면서 “모유 판매로 적잖은 부수입을 올릴 수 있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법률 전문가들을 현행법상 개인 간의 모유 거래가 위법하지는 않지만 사회도덕을 해치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의과대학의 한 전문가는 “간염이나 에이즈 등 전염성 질병은 모유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으며 모유 제공 여성이 질병에 걸렸거나 항생제를 남용했을 경우 모유를 마신 사람도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중국 남방도시보는 최근 광둥성 선전의 부유층 사이에 영양 보충을 위한 모유 마시기가 유행해 유모 중개회사까지 등장했으며 고객이 원하면 유모의 가슴에서 직접 모유를 먹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유 수유 엿보면?
“엄연한 성범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이성의 신체를 엿볼 목적으로 모유 수유실에 침입하면 성범죄로 처벌받는다. 공중화장실과 목욕탕, 체육시설 탈의실 등에 대한 침입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한 데 이은 후속조치로 지금까지 사법당국은 남성이 모유 수유실 등에 침입하더라도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어 건조물침입 혐의로 처벌해 왔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처벌법 제12조는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공장소에 침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공중화장실, 목욕탕, 체육시설 탈의실 등 공공장소에 침입해 이성의 신체를 훔쳐보거나 소리를 엿듣는 등 변태적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근거 조항을 성폭력특별법 제12조에 신설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번 재개정을 통해 무단 침입해서는 안 되는 공공장소로 ▲모유 수유시설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 점포의 탈의실이나 목욕실 ▲관광지로 지정된 곳의 탈의실이나 목욕실을 추가했다.

 

방송중 모유 수유 ‘발칵’
방청객 가슴에 입 대고 ‘쪽쪽’

네덜란드의 유명 코미디언 폴 드 레이우가 방송 중 모유를 직접 먹어 보는 행동을 저질러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코미디언인 폴 드 레이우는 지난 5월12일 모유 수유를 주제로 한 그의 토크쇼 ’랑 디 리우브’(Langs De Leeuw)에서 상의를 올리고 양쪽 유방을 내놓은 한 모유 기증단체 여성 회원의 가슴에 입을 대고 모유를 먹었다.

레이우는 모유를 맛 본 직후 “맛있는데 어제 당신이 먹은 아스파라거스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농담을 하기까지 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레이우가 자신의 토크쇼를 진행하던 중 모유 기증단체의 한 회원에게 이같은 돌출행동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시청자들은 레이우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비록 여성 출연자의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네덜란드 시청자들은 대체로 “역겹고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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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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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