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베가 아이언' 표절 의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01 14: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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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달랄 땐 거절하더니 신제품에 '헉'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 스마트폰 2위 탈환에 나선 팬택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팬택이 야심차게 출시한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이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인 것. 한 아마추어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것인데 실제로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팬택은 “우연의 일치”라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한 아마추어 디자이너 A씨는 전자업종 회사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익힌 컴퓨터 그래픽 실력을 토대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디자인 개발 작업을 해왔다. 특히 스마트폰 디자인에 관심이 있던 A씨는 지난 2009년과 2011년에 총 3개(출원번호 3020090045795·3020110003973·3020110053050)의 스마트폰 디자인을 특허 출원했다.

"베꼈다"

스마트폰의 가장자리 부분을 엔드리스 메탈로 디자인(끊김없이 통 메탈로 이루어진 테두리)해 베젤(액정화면 크기)을 극대화한 디자인이었다.

이후 A씨는 2010년 12월 팬택 서비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팬택에 디자인 제안을 했다. 회사 홈페이지 제안코너와 우편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제안서를 보냈고 2011년 7월에는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를 찾아가 디자인 담당자와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A씨와 디자인 담당자는 디자인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팬택은 A씨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질문했고 미팅 후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e메일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만남 후 팬택은 "당장은 (A씨의 디자인을) 채택하기는 어렵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A씨는 올 초까지 10여 차례 정도 조금씩 콘셉트를 수정하며 디자인 제안을 계속했지만 팬택은 이후에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몇 달 뒤인 지난 4월 A씨는 TV 광고를 보고 깜짝 놀라야 했다. 팬택이 출시한 신제품 '베가 아이언'의 디자인이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특허 출원 스마트폰 디자인 무단 도용 주장
제안 무시하다 출시 "테두리·모서리 유사"

팬택은 지난해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초 출시한 베가넘버6는 기대보다 실적이 저조하다. 2010년 3분기 20%에 육박했던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한 자리 수(9.3%)로 떨어지면서 LG전자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팬택 위기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한 '베가 아이언'은 팬택이 LG전자에 밀린 국내 스마트폰 2위 탈환을 위해 출시한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팬택은 내수 시장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베가 아이언'을 출시하면서 팬택은 "세계 최초로 ‘엔드리스 메탈’을 구현한 고품격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라고 광고했다.

지난 4월18일 팬택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부사장은 "2년의 개발기간이 걸린 베가 아이언은 200억원의 추가 개발비용을 들여 5회의 설계 변경과 10회의 디자인 변경 끝에 나온 역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특허청을 통해 디자인권을 등록한 디자인 3건과 '베가 아이언'이 유사한 점이 많다는 데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나로 이어진 금속 테두리'다. 이는 A씨와 팬택 모두 가장 크게 내세우는 디자인 포인트다.


아마추어 디자이너 작품을…

스마트폰 4개의 모서리를 직각이나 둥글게 처리하지 않고 45도 각도로 표현한 형태도 동일하다. A씨는 "기본의 둥글거나 딱딱한 직사각형 형태에서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며 "모서리 부분에 각을 2번 넣어서 기존의 비슷비슷한 디자인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디자인이다"고 말했다. 이것 역시 A씨가 2009년 특허청에 출원한 디자인이다.

또한 팬택이 전 세계 최소 폭이라고 강조한 2.4mm의 베젤과 풀 스크린도 A씨가 등록한 디자인과 동일하다.

아래쪽에 2개의 사선을 넣은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지만 A씨는 "이 디자인은 수년 전부터 팬택에 제안했던 디자인 제안서의 디자인 포인트 중 하나"라며 "밑 부분을 대각선으로 선을 긋고 그 부분을 LED를 넣어서 표현한 것인데 그것을 오른쪽 윗부분으로 위치를 바꾸고 크기를 조금 줄여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1일 팬택에 항의 문서를 보냈다. "팬택의 최근 출시작 ‘베가 아이언’은 본인의 디자인 권리를 무단으로 도용해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 수년 전부터 10차례 이상 디자인 제안을 했고 담당자와 만나기까지 했는데 당시에는 별 다른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모든 디자인이 팬택의 결과물인 것처럼 출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누가 봐도 베꼈다' '특허까지 있는데 거의 똑같은 수준의 디자인은 문제다' '힘 없는 개인만 손해본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가 아이언'에 대한 불매운동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적법한 거래와 절차에 따른 합의 및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

팬택은 "우연의 일치"라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가 디자인 제안을 해 와서 담당자가 만남을 가진 것은 맞다"면서도 "'베가 아이언' 디자인 개발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지난 5월 문서를 보내와 회사에서 법적 권리 침해 여부를 검토해 봤지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A씨의 디자인은 아래쪽 사선이 핵심인데 베가 아이언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속 테두리와 모서리 디자인에 대해서는 "우연히 일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금속 테두리는 몇 년 전 애플이 아이폰에 적용하려 했던 점만 보더라도 이미 널리 알려진 디자인이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디자인 도용이 일어나면 피터지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흔하고, 오고 가는 피해보상 규모도 엄청나다"며 "반면,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의 지적재산권은 무시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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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