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거제시 커넥션 의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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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떼먹어도 면죄부 추잡한 빅딜

[일요시사=경제1팀] 현대산업개발과 거제시 간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다. 거제시가 관급 공사비 수십억원을 빼돌린 현대산업개발에 내린 행정조치를 경감한 정황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갑자기 면죄부를 준 이면엔 어떤 내막이 있는 것일까. 밀월 또는 빅딜이 의심되는 지난 8년간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현대산업개발과 거제시 간 커넥션 의혹의 발단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산업개발은 그해 4월 거제시가 발주한 162억원 규모의 장승포 옥포지구 하수관거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 2008년 4월 공사를 마쳤다. 이 사업은 장승포와 옥포지역 33.4㎞에 하수관로를 매설하는 공사다.

소송으로 시간 끌고

그러나 5개월 뒤 경남지방경찰청은 사업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허위서류를 만드는 수법으로 공사비 수십억원을 부당 수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사에 참여한 한 내부고발자의 제보가 있었다. 가설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는데도 공사대금을 수령했다는 내용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비리를 신고해 공사비를 환수하는데 기여한 제보자에게 3억7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실제 경찰 조사결과 현대산업개발 등은 총 6.2㎞의 에이치파일 및 시트파일 가시설(하수관거 매설을 위한 도로면 절개 시 측면 붕괴를 막기 위한 가설시설물) 중 800m만 시공하고 기성금과 준공금으로 44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10여명이 무더기 형사 처분을 받았다.

즉각 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거제시는 2009년 9월 지방계약법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에 5개월 동안 국가기관 발주 공사 입찰제한 처분(부정당업자 제재)을 내렸다. 부정당업자 제재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의무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 일정기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관급공사비 44억 빼돌려 5개월 입찰 금지 
돌연 1개월로 감경 결정…유착 의혹 제기


현대산업개발은 곧바로 거제시를 상대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 거제시를 상대로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1심(창원지방법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승소했고, 2심(부산고등법원)에선 거제시가 뒤집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발끈한 이유는 당시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각종 공공공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관급공사 입찰제한이 영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개월 행정처분이 확정될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수주손실액은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나마 현대산업개발은 소송 제기로 지금까지 입찰 참가자격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대법원 판결이 임박하자 현대산업개발은 다시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히든카드'를 뽑아들었다. 거제시에 입찰제한 기간을 줄여주면 그만큼 보상하겠다는 '빅딜'을 제안한 것.

일각서 심의위원 로비 의혹 
정치권 입김 작용설도 돌아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월 거제시에 민원 재심의를 신청했다. 이어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순국 상무는 "부당하게 수령한 공사대금은 전액 반환했다. 비리 관련자들은 모두 형사처분을 받았다"며 "행정처분이 과중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가 우려된다. 처분기간을 1개월 또는 45일로 줄여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밑밥'을 깔았다.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입찰제한이 최소 1개월 이상 줄어들면 거제시를 지원할 구체적인 계획을 공증절차를 거쳐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액션'도 빼놓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6일 거제시 장승포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발전 및 상호교류를 합의하는 자매결연을 맺었다. 회사 측은 지역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시설 개선 및 확충, 새로운 관광개발 콘텐츠 개발 등 주민숙원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제시는 밑밥을 덥석 물었다. 거제시는 지난달 31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의 재심의 신청을 받아들여 입찰제한을 당초 5개월에서 1개월(6월7일∼7월6일)로 감경했다. 심의위는 ▲현대산업개발이 부당 이득금 44억7000만원을 반환한 점 ▲하수관거 준공 이후 결함이 발생하지 않은 점 ▲장기간 입찰참여 제한에 따른 회사 손실과 협력업체의 어려움 ▲지역 사회발전에 기여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감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검토한 결과 재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따라 심의위를 열었다"며 "공식 절차를 밟은 만큼 심의위의 결정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감경 조치는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현산 '밑밥'
거제 '덥석'

이쯤 되자 특혜·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봐주기'란 지적이다. 거제시가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현대산업개발에 내린 행정조치를 대폭 경감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국민 세금을 떼먹은 기업을 봐줬다"며 "불법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거제시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영거제환경연합은 "심의위를 개최한 것 자체가 현대산업개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스스로, 그것도 소송 중인 행정처분을 번복한 재심의는 현대산업개발의 들러리"라고 꼬집었다.

최종심 앞두고 읍소

일각에선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사전에 심의위원 명단을 확보,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은밀히 로비를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위원은 "현대산업개발 측이 집까지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입장을 집요하게 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뇌물을 건넨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현대산업개발의 치밀한 물밑작업을 통해 부탁을 받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구린 냄새를 맡은 사정기관은 비밀리에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의 입찰제한 기간을 감경한 배경과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 정치권의 압박 여부 등을 캔다고 한다. 만약 수사로 전환될 경우 이를 둘러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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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