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내쫓는’ 롯데월드 노하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7 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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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장사했는데 ‘나가’…“10억 날렸다”

[일요시사=경제1팀] 잠실 롯데월드 내 점포 임차인들이 ‘롯데 횡포’를 들고 일어났다. 대기업의 이름만 믿고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는 것. ‘점포 창업’이라는 장밋빛 꿈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바랬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지하 3층. ‘월드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 상인들이 계약 1년도 되지 않아 방을 빼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장품, 액세서리, 인삼, 잡화 등을 판매하는 이 쇼핑몰은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방 빼”vs“못 빼”

쇼핑몰 상인들은 지난해 2월 롯데월드 상품팀과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으로 롯데월드 지하3층 소재의 마르쉐 매장이었던 장소를 사용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프리미엄몰 상인 대표 이모씨는 “계약이전에 롯데월드 담당자와 영업의 특수성에 대해 충분히 협의해 실제 기본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을 겨울시즌으로 잡고 매출 목표치 또한 2012년 12월∼2013년 4월까지로 봤다”며 “또 롯데월드 측에서 해외판촉팀과 더불어 홍보 및 영업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계약 이후 이전 매장의 철거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롯데월드 측이 입점 오픈을 독촉한 것이다. 당초 약속과 달리, 상인들이 사비를 털어 철거 공사를 마무리 하자 롯데월드 측은 ‘신임 대표이사의 첫 프로젝트’라는 점을 들어 3월 20일까지 무조건 오픈하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해왔다고 한다.


이씨는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철거공사를 떠안고 야간공사까지 강행하여 3배가 넘는 야간수당을 지급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겨우 가오픈을 하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정상오픈을 하라고 지시하여 그간 해놓은 인테리어를 다 철거하고 다시 인테리어를 하는 등 5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엄몰 상인들은 또 롯데월드 측의 영업지원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롯데월드 측이 계약 당시 여행사 영업 활동에 용이하도록 자유이용권 할인권을 제공해주겠다고 했지만, 대표이사 교체 이후 제소전 화해조서 미작성을 이유로 단 한번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롯데월드 측에서 자유이용권을 1만원 할인권을 제공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나머지차액을 상인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여행사 측에 관광객들을 데려오면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자유이용권을 무료로 주겠다는 공지를 내건 상태였다”며 “롯데월드 측의 약속 불이행으로 1만원 할인액까지 전부 상인들이 감수해 약 1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롯데월드 해외 판촉팀 직원과 롯데면세점 영업직원이 여행사를 방문해, 프리미엄몰이 곧 폐점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알게 됐고, 2달 후 프리미엄몰 상인들은 롯데월드 측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매장 문을 연지 5개월 만이었다. 롯데월드 측은 상인들을 모아 놓고 “조기 리뉴얼에 들어가야 하니 2013년 2월19일까지 매장을 철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롯데’이름만 믿고 투자했다 막대한 손해
리모델링 이유로 해지 통보 뒤 소송 반복
계약 때 이의제기 못하게 미리 각서 받아

롯데월드는 프리미엄몰 계약 당시 상인들로부터 “롯데월드의 리뉴얼 공사에 따라 중간에라도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각서를 받아 둔 상태다. 그러나 상인들은 “롯데월드 측이 계약당시 2015년에나 리뉴얼 공사를 하고 그때까지는 매년 계약 갱신을 통해 영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위배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영업활동을 한 기간은 3개월이 채 못된다”고 주장한다.

상인들은 또 롯데월드 측이 계약해지 통보 직전에 쇼핑몰 주출입동선의 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로 인해 단체입장객이 입구를 못 찾아 헤매다 돌아가는 일이 속출하고, 결국 여행사들의 거래가 끊기면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씨는 “나가라는 명령에도 대부분 나와 자리를 지키던 상인들이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몇몇 상인들은 생계를 위해 주유소에서 일하거나 행상을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상인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총 30억원이 넘는다.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맡아 10억 원의 손실을 떠앉은 상인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매출의 13∼15%를 롯데월드에 지불하는 ‘수수료 매장’이어서 재계약이 5년 동안 보장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상인들은 롯데월드 측에 통로폐쇄로 인한 영업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및 지난해 12월 롯데월드 측이 제기한 점포명도 청구 소송에 대한 반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몇몇 상인들만 남아 프리미엄몰 공간을 지키고 있다. 상인들은 또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말, 롯데월드 측의 리뉴얼팀과 상품팀이 무단침입하여 상품을 치우고 가설물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롯데월드 측에 가설물 철거를 요청했으나 “다시 야간에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와 공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명도소송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인들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 법적으로 침해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롯데월드 측은 자력구제의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롯데월드 측은 “상인들의 주장이 사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롯데 관계자는 “임대기간이 1년인 임대차 계약으로, 2015년까지 영업보장 약속은 금시초문”이라며 “리뉴얼 계획 역시 미리 공지한 부분으로 1년 만에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은 상인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인테리어를 강요했다는 것은)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방적으로 출입문을 막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고 일축했다.

2년 전에도 갑질

롯데는 2년 전인 2011년 3월에도 잠실에 대규모 ‘롯데타운’ 조성을 추진하면서 잠실월드쇼핑몰에 세들어 있는 200여명의 상인들을 쫓아내고 점포명도소송을 강행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롯데월드쇼핑몰의 상인들은 지하1층과 지상1∼2층의 상가를 지난 1988년부터 임대해 사용해 오고 있었지만, 롯데 측이 직영으로 운영하기 위해 리뉴얼 공사를 핑계로 계약연장을 해주지 않고 매장을 비워줄 것을 요구해 온 것이다.

상인들은 롯데 측이 임차 상인들을 상대로 건 명도소송에 대해 반소를 제기했고,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만 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상권이 회복되니 영업을 계속해달라고 하더니, 이제 상권이 활성화되니까 갑자기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나가라는 것은 상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쫓겨나는 세입자 실태
장사 될 만하니 “가게 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피해사례 발표회가 지난달 28일 참여연대에서 열렸다. 이날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두고 많은 임차상인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이선민씨는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 케이스다. 이씨는 지난 2009년부터 인테리어 비용 2000여만원, 설비 비용 6000여만원을 투자해 친구와 함께 카페를 열었다. 카페를 시작하고 8개월이 지났을 즈음 이씨는 건물주로부터 “재건축을 해야하니 가게를 빼달라”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이씨는 “건물주에게 현실적인 이주 보상을 요구했지만 1500만원을 주겠다는 답만 돌아왔다”면서 “보호법의 예외조항인 '재건축'항목은 임차인의 영업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상경한 박성준씨도 제주시 연동의 일명 ‘바오젠거리’에서 꼬치가게를 운영하다 새로운 임대인으로부터 재건축을 이유로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상인들은 결혼 자금을 투자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돈으로 장사를 시작한 영세상인”이라며 “새로운 임대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이용해 우리를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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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