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제2의 김고은’으로 불리는 신예 민지현. 그는 고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화제작 <노리개>에서 당당히 여주인공 ‘정지희’ 역을 맡아 수위 높은 노출신을 감행하며 열연했다. 사고로 인해 연기를 포기할 뻔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긍지로 여주인공까지 거머쥐었다. 떠오르는 신예 민지현의 ‘여배우 입성기’를 들어봤다.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버텼어요.”
영화 <노리개>의 여주인공 민지현은 스물아홉의 늦깎이 여배우다. 그가 데뷔한 지 무려 6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민지현이란 배우를 알아보는 대중은 없다. 민지현은 지난 2007년 <달려라 고등어>로 본격적인 연기인생의 막을 열었지만, 이후 단역으로 전전하며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졌다.
벌써 데뷔 6년차
“연기자로 걷고 있을 때쯤 한 작품에 출연하기 직전 오른쪽 뺨이 녹는 의료사고가 있었어요. 얼굴을 수도 없이 꿰맸고, 하루도 병원에 가지 않은 날이 없었죠. 갑자기 찾아온 사고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에 괴로웠어요. 당시 연기를 그만둬야하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연기만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지금 제가 한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리개>는 지난 2010년 연예계의 부조리함을 낱낱이 고발했던 고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는 성상납, 스폰서 등 연예계 어두운 이면을 조명해 제작 단계부터 대중과 영화관계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극중에서 파격 노출신을 소화해야할 여주인공 캐스팅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 신인인 민지현이 발탁되자 사람들은 내심 놀라면서도 기대감이 부푼 눈치였다. 고 장자연 사건은 당시 연예계 뿐 아니라 정재계까지 뒤흔들 만큼 민감한 사건이었기에 연기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여주인공은 기존 배우가 아닌 신예 민지현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과 희생당하는 여배우를 연기한다는 게 쉽진 않았어요. 민감했던 사건이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죠. 높은 수위의 노출신에 대해선 오히려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살을 빼는 외적인 것보다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하자고 다짐하며 심적으로 준비했던 게 컸어요.”
장자연 사건 다룬 <노리개> 여주인공 맡아
오른쪽 뺨 다친 사고로 연기 포기할 생각도
민지현 역시 극중 여주인공처럼 소속사의 횡포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갑자기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 회사가 부도나 유령회사로 전락돼 버린 적도 많았고, 돈을 떼인 적도 있었다. 소속사 대표가 그에게 구혼을 하며 연예계 활동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6년간 끝없는 악재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꿋꿋이 버텨 온 그는 연기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금의 자리에 섰다.
“제가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에요. 힘들 때마다 가족들이 옆에서 응원해줬던 것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었던 것 같아요. 성상납 제의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주위에서 비슷한 사례들은 많이 본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속상한 일이죠. 배우는 연기를 잘해서 인정받아야 하는데 다른 길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저 같은 경우는 혹 주연이 아니라도, 그 자리가 조금 늦게 찾아와도 된다라는 생각으로 잘 기다려왔던 것 같아요.”
<노리개>가 개봉하고 난 뒤 민지현은 <은교>의 히로인이었던 ‘제2의 김고은’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화제작의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갑자기 충무로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는 그는 갑작스런 대중의 관심과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하면서도 담담한 심경을 전했다.
“김고은씨와 비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아직 실감이 많이 안 나요. 제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뒤 기사들이 죽 나열되는 걸 보면서 ‘하나 해냈구나’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주위에서는 잘 봤다고, 잘했다고들 말씀해주시는데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충무로 무서운 신예
연기자의 삶을 걸으며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야 했지만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민지현.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길이 얼마나 험하고 고된 줄 알면서도, 사고로 인해 얼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연기는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열정과 긍지가 훗날 충무로를 뒤흔들 원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