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29>새로운 패러다임 따라잡기

힘겨운 보릿고개 “한방은 없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최근 부동산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매매 위주 투자에서 안정적이 수익을 보장하는 임대사업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더이상 자산증식 수단 아니다” 인식 변화
임대사업으로 투자 방향 선회…월세 선호

그동안 부동산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은 더 이상 시세 차익을 남기는 투자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국토해양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했다.

시세차익 수단?
일정수익만 나도…

전문가들은 월세 등 임대사업으로 투자자들이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가격은 좀처럼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집주인들은 당연히 일정수익을 발생시키고 싶어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임대료를 올리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집주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떨어져 결국 주택시장은 월세로 점진적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월세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방증이다. 이는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도 이미 부동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 한정됐던 임대사업이 주택분야까지 확대됐고, 최근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기존에 분양방식 뿐만 아니라 임대 관리와 관련된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임대관리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연말부터 이미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임대관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신생기업들에 대한 고민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 등 임대 시장이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만 해도 오피스텔 집중물량이 3만 세대 정도에 달한다. 자고로 수요와 공급은 일정해야 하는데 이처럼 지난해부터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워낙 많다보니 입주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도 바뀌고 있다. 아파트 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건물이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매매로 인한 수익보다는 금융리스크를 감안해 전세를 월세로 바꿔 안정적인 임대 수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직장인을 비롯해 학생, 주부 등도 투자에 적극적 이여서 이들 역시 투자 상품으로 단연 수익형 부동산을 꼽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부자들 역시 부동산 중에서도 빌딩·상가·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비중이 월등히 늘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오피스텔과 상가, 빌딩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 맞는 투자상품을 찾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공급이 많이 늘어난 만큼 신규 분양보다는 입주 5년차 건물에 눈을 돌려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임대료로 적정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바뀐 재테크 패턴
아파트 투자 줄고
수익형 투자 늘어


부동산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세권 오피스텔을 물론 대학가, 일산, 분당 등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나 벤처 밸리나 테헤란 밸리 등 산업단지 등에도 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유럽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계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저금리 추세가 사람들의 재테크 패턴까지 바꾸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에 부딪힌 사람들은 바로 그동안 여윳돈을 은행에 맡겨두고 이자로 노후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은행에 목돈을 맡겨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지급받기 때문에 오랜 기간 묶어둘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최근 건설사들도 주택 및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개척하거나, 기존과 차별화된 색다른 방식으로 분양에 나서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운 부동산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기존 개발과 분양방식의 단기 수익창출방식에서 벗어나 꾸준히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하는 곳도 있다.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오피스텔의 경우 레지던스로 업종을 변경해 수익률을 높이는 곳도 있고, 국내에서 수요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까지 판매망을 늘리는 사업장도 등장했다.

가격대 저렴한
5년차 이상 인기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짐에 따라 다양한 생존전략이 쏟아지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가 똑똑해지면서 정말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만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 = 우남건설이 오는 5월 분양할 예정인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은 주택형 구성부터 분양가 책정까지 모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지역내 중소형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중대형 택지로 받아놨던 용지를 대부분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변경했다. 세대수 변경 없이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함에 따라 용적률을 20%(기존 180%→160%)줄어들었지만, 그 부분을 조경 및 녹지공간을 더욱 확보해 제공할 계획이다.

▲마스터리스 사업 = 그동안 쇼핑몰·오피스·호텔·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렸던 SK그룹 계열의 디벨로퍼 SK D&D는 최근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소빌딩 ‘마스터리스(Master lease)’사업에 진출했다. 마스터리스란 장기로 건물을 통째로 임대, 이를 다시 재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방식이다.

연면적 3300㎡ 내외의 노후화된 중소형빌딩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리모델링이나 증축, 필요에 따라서는 신축을 통해 건물 가치를 상승시켜 임대료 수익을 극대화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 업체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계약을 한 후 벌써 총 3개 빌딩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맞춤형 제공에 장기형 진출
건설사들 저마다 살길 모색

▲아브뉴프랑 판교 = 주택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호반건설은 ‘아브뉴프랑’ 브랜드 론칭과 함께 복합형 수익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의미로, 길을 따라 걸으며 프랑스 파리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의미한다. 판교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아브뉴프랑 판교는 호반건설의 첫 수익부동산 사업으로, 100% 임대 직영운영체제로 운영된다.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률 우려감으로 단기임대로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하고 있다. 먼저 대우건설이 서울시 서초구에 공급하는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는 최근 오피스텔에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했다. 강남역 인근에는 호텔이 부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삼성타운 등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용산 큐브 = 4월 달 완공을 앞둔 ‘용산 큐브’도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레지던스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 큐브의 시행사인 킹스개발은 최근 분양계약자들에게 레지던스로 변경하여 운영하겠다는 동의서와 임대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아스테리움 용산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최고급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을 공급중인 국제빌딩주변 제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계속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이 조합은 4월 호주를 시작으로 심양·홍콩·북경 등에서 해외 VVIP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해외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해운대 푸르지오시티 =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분양한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레지던스형 오피스텔로 입소문을 타면서 평균 63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25∼29㎡(이하 전용면적기준)3실에는 6131건이 접수돼 최고 2043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그동안 소액 투자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 상승으로 점차 수익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로 분양을 받으면서도 호텔처럼 숙박 사업이 가능한 레지던스 오피스텔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업무·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호실별로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 운영회사와 임대차 계약이 체결,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돼 고정 임대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오피스텔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주거와 업무, 호텔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으로 회의실, 비즈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통해 업무 기능도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청소, 세탁, 수영장 등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모두 받을 수 있다.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용 오피스텔로 지어져 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받지도 않고 종합부동산세 누진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디아일랜드 마리나 = 서비스드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이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강원도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에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제주도 최고의 관광명소인 성산일출봉 근처인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01번지 일대에 ‘디아일랜드 마리나’를 분양한다. 이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지하 2층∼지상 8층 1개동 24.02∼92.82㎡ 총 215실 규모다. 특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수영장과 어린이풀, 카페테리아 및 비즈니스센터 등 호텔급 부대시설도 마련된다.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50%정도는 호실에서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다. 인근에 올레길 2코스가 지나고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우도, 만장굴, 아시아 최대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되는 ‘오션 마리나시티’등 개발 호재도 많다.

레지던스 오피스텔
틈새시장으로 부상


▲디아일랜드 블루 =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일대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시행하는 ‘디아일랜드 블루’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에 24.5∼69.2㎡로 구성된다. 단지 주변으로는 올레길 6코스를 비롯해 천지연폭포, 정방 폭포 등 다양한 관광지도 위치해 있다.

▲제주 아빌로스 = 아이콘아이앤씨는 제주시 도련1동 삼화택지지구에서 레지던스 오피스텔 ‘제주 아빌로스’를 분양 중에 있다. 지하 4층∼지상 10층 1개동 24.57∼84.55㎡ 171실 규모다. 3·6·9층은 필로티 설계가 적용돼 테라스가 설치된다. 3층에는 비즈니스센터, 회의실, 식당 등이 들어선다. 6층은 복층으로 설계된다.

▲벨리시모 =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서도 레지던스 오피스텔인 ‘벨리시모’가 분양 중이다. 한라콘테이너가 시행하는 이 오피스텔은 19.53∼24.98㎡ 72실 규모다. TV, 냉장고, 식탁 등이 빌트인 돼 있고 풀 옵션 가전 가구가 제공되며 잠실역 3분 거리의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평창 부띠끄마레 =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도 레지던스 오피스텔‘평창 부띠끄마레’가 분양중이다. 총 153실 규모로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곳에서 5분 거리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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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