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노심초사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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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토끼' 잡으려다 둘다 놓칠라

[일요시사=경제1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한라건설 살리기에 두 팔을 걷어부쳤다. 그런데 주주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일부 주주들은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한라그룹 임원들이 자사주를 잇달아 매수하며 주주들을 달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 한라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다. 이런 순환출자는 적은 자본으로 여러 기업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동안 많은 재벌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계열사 한 곳이 '삐걱'대면 그 여파가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흔들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극동건설에 돈을 쏟아 붓다 망한 웅진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웅진 전철 밟나?

한라그룹에서는 한라건설이 삐걱댔다. 건설경기 침체 여파였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우량 계열사인 만도를 동원했다.

지난 12일 만도는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만도 측은 신사현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자료를 내고 "유상증자에 대한 충분한 법률 검토를 마쳤고 회계법인이 산정한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했다"며 유상증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자금 부담 탓에 만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은 한라건설과 만도의 경영 정상화에 불가피한 과정이었다"며 "무엇보다 모회사인 한라건설을 살리고 소속 종업원들과 협력 업체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데 최대 목표를 뒀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한라건설은 유상증자를 통해 3435억원 납입이 완료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대금은 정 회장이 50억원을, 나머지 전액은 마이스터가 납입했다. 추가로 물류창고 및 골프장 등 자산의 매각으로 5600억원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순환출자 구조상 한라건설이 흔들리게 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자금 지원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만도의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만도 지분 1.77%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사운용은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트러스톤 측은 "주금납입을 연기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만도가) 강행했다"며 "앞으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배임 혐의 고소, 주주 대표 소송 등 회사와 대주주 측의 책임을 묻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웅진사태에서 봤듯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다른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회수가능성에 대한 담보 없이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하는 잘못된 관행은 위법하고 부당할 뿐만 아니라 동반부실 위험 등 경제적 부작용이 크다"면서 "투자기업의 경영진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이를 막으려 노력하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만도 지분 9.7%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도 만도를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8개월 전 이른바 '한라공조 사태' 때 만도에게 힘을 보태준 바 있는 데 '뒷통수'를 맞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측은 "유증 참여자를 장 마감 후 기습 발표한 것도 그렇고 이번 과정이 전반적으로 불쾌하다"고 말했다.

계열사 동원해 건설 살리기…9100억 긴급수혈
유상증자에 주주들 반발 "소송 등 강력대응"

일단 이번 증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7일 한라건설은 전거래일 대비 320원(6.04%) 뛴 56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인 상태에서 이번 한 번의 자금 지원으로 한라건설의 회생이 해결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도 한라건설의 회생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정 회장은 왜 이렇게 한라건설에 집착하는 걸까?

1962년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한라그룹은 한 때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2위권 기업이었으나 지난 1997년 IMF 때 해체됐다. 당시 만도는 외국계 자본(선세이지)에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다. 정 명예회장이 작고한 뒤 만도 되찾기는 창업자의 유지가 됐고 정 회장은 한라건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을 통해 선세이지에 6500억원을 주고 만도를 되찾았다.

현재 한라그룹의 양대 사업축은 건설사인 한라건설과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만도다. 정 회장에게 한라건설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데 발판이 됐던 회사인 것이다. 이번에 만도의 돈으로 한라건설을 살리기로 결정한 것도 정 회장의 애착을 엿볼 수 있다.

유상증자의 성공으로 정 회장은 한숨 돌렸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한 소액투자자는 "그룹 오너가 우량한 회사를 개인의 사금고처럼 동원했다"며 "특히 정 회장이 만도 주식을 사들인 것은 주주들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소액주주 커뮤니티인 네비스탁은 "한라건설이 만도의 최대주주 중 한 주체인데 우량 자회사인 만도가 모회사의 부실을 지원하는 꼴이 됐다"며 "이는 만도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태"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회장은 16일과 17일에 만도 주식 1300주, 1200주를 각각 취득했다. 이로써 정 회장이 보유한 만도 주식은 17일 기준 137만5019주로 전체 지분의 7.55%가 됐다.

주주들 '콧방귀'

최병수 사장은 지난 9일 한라건설의 주식 1만주를 주당 6242원에 장내매수했으며 이원철 상무도 지난 15일 한라건설 주식 1500주를 주당 6200원에 장내매수했다. 만도 주가가 급락하는 기간 최대주주 그룹이 사들인 주식은 총 5240주로 약 4억원 규모다. 또한 만도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 유상증자 배경과 만도의 경영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한라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의 만도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 이후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며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난에 형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은 '콧방귀'를 뀌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까지 합심해 한라그룹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준비하고 있다. 한라그룹의 주주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라그룹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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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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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