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5> 설문으로 본 시장 전망

며느리도 모르는 불황의 끝은?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부동산, 그 불황의 끝은 언제쯤일까. 안개 자욱한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분양상담사들과 네티즌 등에게 물었다. 물론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했다.

분양상담사 절반 이상 “지금이 바닥”
‘언제 활성화?’질문에 “올해 하반기

경기 불황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은 거래 실종 속에 마치 끝을 모르는 ‘불황의 터널’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치고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도 있지만 언제가 바닥인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모델하우스 현장 등에서 고객 분양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분양상담사들은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2·3분기 저점
좀 더 시간 필요”

최근 부동산정보업체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이 분양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분양상담사들에게 2013년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분양상담사를 통한 대규모 조사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분야 상담만 10년 이상 한 현장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 작성을 통해 20일간 진행했다(복수응답).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별 유망지역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먼저 ‘부동산경기가 지금 바닥인가?’라는 질문에 30명중 18명(60.0%)이 ‘지금이 바닥이다’, 12명(33.3%)이 ‘올해 하반기가 바닥이다’라고 답해 부동산 거래 침체가 올해 안에 끝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활성화 할 것으로 전망하나?’라는 질문에는 ▲올해 하반기 18명(50.0%) ▲내년 하반기 12명(33.3%) ▲내년 상반기로 6명(16.7%)이 응답했다.


올 상반기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대답은 다소 적어 부동산 경기가 단기적으로 활성화 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행사 본부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부동산 정책과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나, 효력이 발생 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시기를(내집 마련 포함)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올해 중반기와 하반기라고 각각 12명(44.4%)이 답해 대부분 부동산 경기가 올해 2·3분기에는 저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한 분양업체 이사는 “주택가격은 현재 조정기에 있고 주택가격이 한없이 내려가지만은 않는다”면서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이미 조정되거나 소폭의 조정을 더 하게 될 것이므로 빠르면 올 중반기나 하반기에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유망한 부동산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피스텔 15명(31.3%) ▲상가 12명(25.0%) ▲아파트 9명(18.8%) ▲도시형 생활주택 6명(12.5%)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유망해질 부동산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역시 ▲오피스텔 15명(31.3%) ▲상가 12명(33.3%) ▲아파트 9명(18.8%)으로 현재 유망한 수익형부동산 상품들이 향후에도 유망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 시행사 팀장은 “예금 금리 연 2% 시대에 접어든 지금 연 5∼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은 인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구로구 대림역, 신도림역, 가산디지털단지 인근과 신촌역 등이 임대수요도 많고 수익률도 높아 유망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의 상무도 “지방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그렇지 않다”면서 “아파트는 그동안 형성된 거품이 빠지는 것일 뿐, 조정이 완료된 소형아파트는 여전한 좋은 투자대상”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정상화 위해선?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
네티즌 “올 집값 보합세”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 한 것은 어디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18명(33.3%)이 내수경기, 15명(27.8%)이 지난 정부정책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에서 가장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취득세 감면연장이 21명(50.0%), 부동산 보유세 조정이 18명(43.0%)으로 나타나 세제를 비롯한 정부의 역할에 기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데 가장 중요시 되는 경제 지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39명(81.4%)이 내수경기 진작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부동산 경기도 살아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상품을 파는 분양상담사들은 지금의 부동산 불경기에 수입이 얼마나 줄었을까.

“내수 살아야
부동산도 산다”

‘연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괜찮은 수입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귀띔했다. 한 분양업체 본부장은 “분양상담사들 대부분이 수입이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 “그래도 꾸준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양상담사들은 수입 변동이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업무 특성상 다양한 부동산 지식과 깊이 있는 정보를 요하는 이들이지만 부동산 불경기를 맞아 금융, 세법을 공부하거나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곧 다가올 부동산 호경기에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전세수요가 증가해 전세가가 치솟는 지금이 가격 조정기”라며 “경기 사이클에서 지금은 수축기 또는 하강기고, 다음은 상승기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될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네티즌 10명 중 3명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라고 답했다. 올해 집값에 대해서는 보합세로 전망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닥터아파트가 온라인 회원 334명을 대상으로 최근 5일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28.14%가 ‘양도세 중과폐지’를 꼽았고, ‘하우스푸어 대책’(20.06%), ‘분양가 상한제 폐지’(11.38%) 등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가장 바람직한 부동산 대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단발성 아닌 종합적인 대책’이라는 답변이 35.93%로 가장 많았다. ‘호황기 때 규제정책 대폭 폐지’답변도 23.65%로 집계됐다.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는 ‘DTI, LTV 등 주택담보대출규제 완화’(27.8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25.75%), ‘취득세 감면혜택 연장’(20.36%)이었다.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가장 시급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서도 역시 ‘DTI, LTV 등 주택담보대출규제 완화’가 37.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득세 감면 연장’(33.53%), ‘금리 인하’(12.28%) 순이었다.

지속되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답변이 22.75%로 가장 많았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 확대’(21.26%),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공급 확대’(19.16%) 등의 응답 비율도 높았다.

주택시장의 저점(바닥)을 묻는 질문에는 30.54%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답했으며, 18.56%는 ‘2014년 이후’를 꼽았다. 실수요자가 내집 마련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는 ‘올 2분기(4∼6월)’가 32.9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014년 이후’가 22.16%, ‘2013년 3분기(7∼9월)’가 16.47%이었다.


올해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보합세’가 31.74%로 가장 높았고, ‘소폭(2% 미만) 오른다’가 19.76%, ‘소폭(2% 미만) 하락한다’가 14.97%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투자가치가 있는 부동산 상품을 묻는 질문에는 ‘기존아파트’가 32.63%, ‘토지’가 13.47%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분양 받고 싶은 아파트는?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

한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네티즌들은 하루빨리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대출규제와 완화, 세제 완화 등 현실적인 대책이 나와야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뽑은 수도권에서 가장 분양 받고 싶은 아파트는 어딜까.
포스코건설이 오는 3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에 들어가는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가 수도권에서 가장 분양받고 싶은 아파트로 꼽혔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최근 수도권 거주 회원 1583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유망한 분양 단지’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61명(22.8%)이 선택한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가 1위를 차지했다.

이 아파트는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에 들어서 동탄역 복합환승센터와 중심상업지구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초·중·고교도 단지 인근에 문을 연다. 최근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면적 84∼97㎡(옛 30평대)가 753가구로 전체(874가구)의 86%에 달한다. 동탄2신도시는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 외에도 2위(동탄 푸르지오)와 10위(동탄 롯데캐슬 알바트로스)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예비 청약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자가치 상품은?
“아파트, 토지”


한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동탄2신도시는 지난해 7500가구 분양이 성공리에 끝나면서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였다”며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 업체 분양이라는 점도 인기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교통과 편의시설 등 입지 여건이 좋은 도심권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대치 청실’(3위)과 북아현동 1-2구역, 아현동 아현4구역을 각각 재개발한 ‘북아현 푸르지오’(5위)와 ‘공덕 자이’(7위)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진출입이 쉬운 ‘광교산 자이’(4위)와 판교신도시의 관문인 신분당선 판교역 주변에 들어서는 ‘판교 알파돔시티 주상복합’(8위) 등 작년부터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단지들도 10위권 안에 포진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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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