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정권별 '재계인사 키워드' 전격비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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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줄 잘 대면 5년이 편하다”

[일요시사=경제1팀] 정권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새 정권 아래서 승승장구 하기 위해 최소한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 권력에 줄을 대려 애쓴다. 경험상 권력과의 친분은 어떻게든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 이러한 시도는 곧 정기인사로 나타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새 정권 출범은 주요그룹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력과 줄대기가 향후 5년간 기업성패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던 만큼, 과거 주요 그룹들은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곤 했다.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연이든 학연이든 새 지배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을 그룹 핵심 포스트에 전진 배치하는 것 또한 당연한 관행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재계는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공통 키워드는 ‘여성’이다.

여기도 '여' 저기도 '여'
핵심 포스트에 포진

재계의 ‘여성 파워’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그간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대기업 최고경영진에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여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인재들은 특유의 치밀함, 유연성, 남성 못지않은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각 분야에 중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 해외 법인장에 여성 임원을 임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7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22일자로 양호영 스테인리스열연판매그룹장을 상무보로 승진시켜 중국 청도포항불상유한공사 법인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포스코에서 여성이 해외법인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의 이번 인사에서는 처음으로 공채 출신 여성 임원도 뽑혔다. 최은주 사업전략2그룹장이 포스코A&C의 상무로 승진한 것.


포스코에서는 2010년 오인경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가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됐지만 아직까지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은 나오지 않았다. 이 밖에 유선희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은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해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에 임명되는 등 이번 포스코 정기 인사에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도 올해 여성 임원 발탁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삼성 그룹 전체의 여성임원은 42명으로 올해 임원 인사에서 12명 여성 인력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여성 승진 규모는 역대 최대다. 삼성 여성 임원 승진자는 지난 2011년 7명, 2012년 9명에 이어 2013년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승진자 중 부사장과 전무에 오른 여성 임원은 2명이다. 삼성전자 이영희 전무가 1년 발탁으로 부사장에, 삼성SDS 윤심 상무는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여성인력 활용을 강조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 등 부사장급 이상의 고급 여성 인력을 양성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시대, 여성 임원·CEO로 전진배치
이명박 시대, 고대 출신 그룹 실세로 부상

LG그룹 에서도 여성인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의 경우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의 김희연 상무와 LG U+의 백영란 상무, LG생활건강의 김희선 상무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코오롱도 올해 그룹 임원 정기인사에서 이수영 코오롱 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 본부장 전무를 공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코오롱그룹 여성 최고경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3년 차장으로 코오롱그룹 웰니스TF에 입사한 뒤 10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문화 콘텐츠를 강조하는 CJ그룹 역시 여성임원을 앞세워 부드러운 리더십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2명의 여성임원이 배출됐다. 바이오 사업에서 기술개발 혁신에 기여한 김소영 바이오 기술연구소 팀장과 지역채널 매체 경쟁력 강화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강명신 CJ헬로비전 커뮤니티 사업 본부장이 각각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MB정부 출범 땐
고대 출신으로

이는 MB정부 출범 때와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주요 그룹들은 공격경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사를 단행하고 ‘고려대 출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주류를 이뤘다.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40대 후반의 ‘젊은 피’ 임원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수장들을 대거 기용하고 공격경영에 나섰다.

장경작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호텔부문 총괄사장직에 임명하고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롯데대산유화 대표이사에 겸직하게 하는 등 총 155명의 임원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중 승진 인사만 142명. 당시 롯데 인사는 거의 ‘파격’에 가까웠다. 특히 호텔부문 총괄사장에 임명된 장경작 대표는 이 대통령과 고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으로 재계의 대표적인 ‘MB라인’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혈연·지연·학연 인맥 총동원 코드 맞추기

MB를 있게 한 현대가의 인사에도 고려대 출신이 눈에 띄었다. 정몽윤 회장이 이끄는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는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이철영 현대해상 경영총괄 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했고,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최재국 현대차 사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출신의 김용환 현대차 사장이 유임에 성공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 자신이 고려대 출신인 SK그룹에선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컴퍼니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조기행 사장과 SK인천정유에서 SK텔레콤 CFO로 인사 이동한 이규빈 전무 등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참여정부 내내
대대적 물갈이

대림그룹은 최재신 대림산업 관리본부 부사장을 고려개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고려대 공업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1981년 대림산업에 입사해 1997년 자금 담당부 담당 이사 대우에 오른 이후 건설 사업부 담당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일해 왔다.

㈜두산 사장으로 승진한 이태희 사장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1977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그는 1996년 두산건설 이사, 1999년 ㈜두산 상무, 2003년 ㈜두산 부사장을 거쳤다. 이 외 코리아나 화장품 유상옥 회장의 사위로 마케팅 영업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김태춘 사장 역시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노무현 시대, 젊은피 수혈로 세대교체 바람
새 대통령 탄생하면 재계도 덩달아 ‘호흡’

앞서 참여정부에는 15년 만에 등장한 50대 젊은 대통령을 의식했는지 재계 인사에서도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LG전자 인사에서는 상무급 승진에 30대가 2명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임원 평균연령이 44세에 불과했다.

SK그룹도 신임 임원 49명의 평균연령이 44세였다. 40대 초반 임원 승진이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30대 임원 승진도 3명이나 됐다. 사장단에서는 SK케미칼 홍지호 대표가 유일하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 사장은 SK케미칼을 화섬업체에서 정밀화학과 생명과학기업으로 변신시킨 주역으로서 SK가 추구하는 투비모델(To be Model)의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당시 인사에서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의선씨를 비롯해 조카 정일선, 둘째사위 정태영, 셋째사위 신성재씨 등 가족 4명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시키며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30, 40대 오너 출신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 역시 박삼구 회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임원 26명이 새로 승진했다. 한진도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그룹 회장을 승계하면서 이에 따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한화석유화학의 허원준 대표는 전무 승진 1년 만에 최고 경영자로 발탁돼 주목 받기도 했다.

“한국은 인맥 사회
사업에도 상승작용”

이런 흐름에 대해 한 대학 교수는 “새 정권 초반부터 미운털이 박힐 경우 향후 5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요 그룹들은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밖에 없다”며 “한국은 여전히 인맥을 이끌고 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인사 코드 맞추기가 그 시작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재벌기업들은 연줄을 통해 권력기관으로부터 특정 사업권을 따내는 등 탁월한 실적을 내 왔다”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연줄이 다시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인사 관행에서도 과거 정경유착관계의 변화까지 읽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박근혜 시대’그룹 후계자들은?

눈치 안보고 초고속 점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주요 그룹들의 2∼4세들이 경영 전반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오너 3∼4세들은 그룹 전반의 경영에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승진시키며 후계 구도 안착에 주력했다. 승진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했으나 당시 이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된다. 정 부회장은 2009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국내외 영업과 기획을 총괄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도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사장 직할 경영혁신 담당 상무로 승진했으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그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3세들도 나란히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 경쟁이 본격화됐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과 장남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올라섰고,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는 상무로 승진했다.

주요 대기업 오너 2∼4세 대부분 승진
족벌경영 사전포석…점차 영향력 확대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사장은 지난해 9월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한 차남 조현범 사장은 그룹 주력인 타이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세창 부사장은 지난 1월 금호타이어의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6월 직접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회장의 장녀 임세령 식품사업총괄 부문 상무와 차녀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이 일선에서 뛰고 있다.

LS 그룹은 창업 2세가 모두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며 구자엽 LS산전 부문 회장이 LS전선 부문 회장을 맡았다.

그는 LS그룹의 공동 창업자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내년에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 회장으로 이동하는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구자홍 회장의 막내동생인 구자철 한성 회장은 한성의 대주주인 예스코 회장으로 올랐다.

구자열 회장의 친동생인 구자용 E1 회장은 이번에 LS네트웍스를 포함시켜 사업 부문으로 승격시킨 E1 부문 회장이 된다. 동생인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산전 부문 총괄 부회장으로 역할이 커진다.

8명의 사촌형제 중 유일하게 CEO가 아니었던 구자은 LS전선 사장도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이번에 CEO가 됐다. 구자명 회장의 외아들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가 오너 3세로는 처음으로 상무가 됐다. 구 이사는 지난해 이사가 된 뒤 1년 만에 다시 승진한 케이스다.

이들 기업들은 2∼4세의 전면배치에 대해 ‘세대교체’로 포장하고 있지만 ‘족벌경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이들이 자신의 ‘몫’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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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