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 MB정부 출범, 그 이후…⑤벌벌 떠는 MB 낙하산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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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MB동아줄, 놓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경제1팀] '낙하산?' 공수부대보다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MB정부'다. MB정부의 하늘은 여기저기서 내려오는 낙하산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다가왔다. 낙하산 인사를 없앤단다. MB '빽'만 믿고 호의호식을 누리던 낙하산인사들 발등에 뜨거운 불이 떨어졌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 2008년 4월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를 신호탄으로 금융공기업 기관장부터 감사, 비상임이사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 후 5년 동안 MB정부는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질타 속에서도 꾸준히 낙하산을 투하 2011년에는 공기업 수장의 절반이 교체됐고, 최근에는 70% 이상이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게 없는 강만수
시름깊은 금융황제

대표적 낙하산 인사는 강만수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1997년 3월부터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근무했던 강 회장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1998년 3월 관가를 떠났다. 10년 후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 이후 대통령 경제특보를 거쳐 현 산은지주 회장까지 꿰찼다.

그런데 마땅히 한 게 없다. 서민경제 파탄의 주범 'MB노믹스'는 강 회장의 작품이고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하며 받은 '산업은행 민영화' 특명도 번번이 실패했다. '메가뱅크'를 기치로 뛰어들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실패했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 인수도 추진했으나 HSBC가 과도한 요구를 해 산은이 협상을 포기했다.

남은 임기는 1년2개월여. 거취는 불분명하다. 강 회장의 계사년 신년사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고민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민영화 추진과 함께 글로벌 성장기반을 확대하고 강한 KDB그룹문화 형성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산업은행 민영화나 기업공개(IPO)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 "한 방울의 오물까지 씻어 낼 것"
낙하산 척결 천명에 공기업 기관장 '전전긍긍'

지금은 공기업이 아니지만 전에 잘나가던 '철밥통' 공기업이었던 KT는 여전히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낙하산 소굴'이다. 몸통은 이석채 회장이, 오른팔은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이, 왼팔은 오세현 신사업본부장이 맡고 있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이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친이계로 분류된다. KT의 경쟁업체인 SK그룹의 SKC&C 현직 사외이사를 지낸 이 회장은 사장 공모과정에서부터 정관상의 결격사유 논란이 일었지만 KT는 정관을 바꾸면서까지 이 회장을 낙점해 청와대 개입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2년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오는 2015년까지 수장직을 유지하는 연임을 승인받은 이 회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2일 김은혜 당시 GMC전략실장 전무와 오세현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를 각각 커뮤니케이션실장, 신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이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김 실장은 MBC앵커를 거쳐 현 정권하에서 청와대 제2대변인을 지내 대표적인 청와대 인사에 속한다. KT는 김 실장을 영입하면서 그룹 콘텐츠 전략담당이라는 자리도 신설했다. 당시 김 전무의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KT직원이 보복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 본부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으로 MB정권의 친세력으로 평가받으며 KT 입사 당시 MB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물로 꼽혔다. 오 본부장은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 상무로 일하다 지난해 1월 KT 상무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전격 승진했다.

김은혜 비판 직원
보복인사 조치 의혹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2008년 7월 취임 후 3년 임기를 마치고 두 차례 연임했다. 안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인에 가깝다. 15·16·17대 총선에서 자민련과 한나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던 중진의원 출신이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2008년 7월 신보 이사장으로 선임된 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대표적 MB맨이다. 그는 최근 연임 과정에서 퇴임식까지 치렀다가 다시 이사장 자리로 돌아오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전문성' 잣대를 들이밀면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진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 투입된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제회는 지난 17일 늦은 밤 기습적인 표결로 3년 임기 새 이사장으로 이진규 전 청와대 비서관을 선출했다.


이사장 선출 과정은 파행을 거듭했다. 공제회는 당초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 선출 절차를 밝으려 했으나 건설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회의장을 점거, 이사회를 연기했다. 같은날 오후 5시께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려 했지만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열지 못했고 어수봉 이사회 의장직무대행이 밤 10시께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사회에서 "이 전 비서관은 공제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데다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이사장 선출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는 백석근 이사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으로 있는 이정식 이사가 이사직을 사퇴한 상태에서 이 전 비서관이 이사장에 선출됐다.

책임 작고 권한 막강
감사 자리 입지 불안

지난 7월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에 임명된 이재호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출판 분야 비전문가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점 때문에 출판계가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1년 연임이 확정된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김 이사장의 연임은 '임기 보장'보다는 '잡음 피하기' 성격이 짙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사 잡음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었다는 분석이다.

공공기관 중 최초로 각종 정책을 대통령직인수위에 직접 보고하겠다고 나서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정창영 코레일 사장도 감사원에서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만큼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4대강 사업을 도맡아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박 당선인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탓에 입지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MB정부의 '낙하산 인사 및 보은인사'로 꼽힌 변정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과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도 물갈이 가능성이 높다.

책임은 작지만 권한은 막강한 '감사' 자리도 낙하산 투성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국감정원은 유정권 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을 지낸 박병옥씨를 각각 감사로 선임했다. 또 코트라 감사에는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에는 이성환 전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이 임명됐다.

새정부 출범 직전까지 꽂히는 MB맨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까?

지난해 11월 에너지관리공단 감사로 온 이규태 전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보통신부 고위공무원 출신이고 8월에는 이성호 전 국방대 총장이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로 부임했다.

재벌 및 CEO,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8일까지 28개 공기업의 상임, 비상임 임원 320명 중 해당회사 출신으로 임원이 된 경우는 84명으로 전체의 2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공기업 임원의 70% 이상이 관료 및 정치권 인사 등 낙하산으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정부 출신 임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대한석탄공사로 임원 9명 중 7명(77.8%)이 관료 출신이고 한국중부발전은 8명 중 6명(75%), 한국도로공사는 15명 중 8명(53.3%)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어 한국전력공사(46.7%), 한국철도공사(46.2%), 한국조폐공사·한국감정원(45.5%),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남부발전(44.4%), 인천국제공항공사·부산항만공사(4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8개 공기업 임원 320명 가운데 청와대 관련 임원은 22명이나 됐으며 이 대통령의 후광이 의심되는 현대건설 관련 인사 3명도 기관장급에 자리를 잡았다.

사외이사로 불리는 비상임이사의 경우 자사출신은 전체 171명 중 4명. 반면 관료는 73명이나 됐고 학계출신이 28명, 타 기업출신이 33명이었으며 정계출신은 17명, 언론계출신이 15명으로 나타났다.

MB정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던' 낙하산 인사들이 최근에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한 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합병설 '솔솔'
CEO들 좌불안석

박 당선인은 특히 "1리터의 깨끗한 물에 한 방울이라도 오물이 섞이면 마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99%의 공무원이 깨끗해도 1%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민들은 공직사회 전반을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 당선인의 발언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CEO와 감사, 이사의 교체 예고와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무가 겹치는 몇몇 공기업과 평판이 좋지 않은 공기업의 경우는 합병도 유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험한 꼴' 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들리기도 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융권 MB맨들

박근혜발 인사태풍 부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올해 7월까지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데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점이 더해서 임기를 다 채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무리하게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임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 대통령과 대학 동문에 대선 특보를 지낼 정도로 남다른 인연을 가져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진행된 민영화가 모두 좌절됐고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인사철마다 외풍에 시달렸던 만큼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인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게다가 농협 역시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임기 보장은 미지수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두 금융지주는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부 입김을 비교적 덜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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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