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정치풍자 개그 논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06 1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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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따위가 감히 대통령에 말을 놔?

[일요시사=사회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용감한 녀석들'에게 철퇴를 날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다. 용감하던 그들이 이번 제재 조치에 자칫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박근혜를 박근혜라 부르지 못하는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중 하나인 '용감한 녀석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경고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다. '용감한 녀석들'은 그간 정치나 사회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직격탄을 날리는 포맷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방심위가 이른바 '품위유지'를 근거로 '용감한 녀석들'에 제재를 가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치풍자 코미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훈계조 발언 문제

사건은 지난해 12월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감한 녀석들'에 출연 중인 개그맨 정태호는 이날 방송된 촬영분에서 박 당선자를 지칭하며 "드디어 18대 대통령이 당선됐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란 인사를 한 뒤 "박근혜, 님 잘 들어"라는 도입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당신이 얘기한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며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국민을 웃기는 건 우리가 할 테니 나랏일에만 신경 쓰길 바란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태호의 발언이 '반말'이었다는 것에 있었다. '용감한 녀석들'의 콘셉트상 '반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일부 박 당선자 지지자들은 KBS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SNS에서 '명품타임라인'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윤정훈 목사(@JunghoonYoon)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태호의 발언을 인용한 뒤 "정치권도 2∼3개월은 허니문 기간인데 코미디언이 (박근혜) 당선자를 벌써부터 공격하다니"라며 "정태호 및 <개그콘서트> 담당PD 퇴출 움직임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파장은 미미했다. 정태호와 <개그콘서트>를 총괄하는 서수민 PD에게 보수 성향 악플러들의 인신공격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연예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여론이 더 우세했다. 더욱이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서 PD는 방송 다음날인 24일 자신의 트위터(@samsooni)를 통해 "특정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 오해 말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사건은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또다시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지난달 16일 방심위가 주관한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용감한 녀석들'의 정치풍자 코너를 놓고 회의를 벌인 것. 이 회의에서 방심위는 "방송법 제100조 1항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내용이 '용감한 녀석들'에 있었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

방심위는 행정지도 조치와 함께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도 않은 당선자에게 훈계조로 발언한 것은 바람직한 정치풍자가 아니다"라며 "당선자에게 '잘 들어', '지키길 바란다' 등의 반말을 사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 유지 차원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선인에 반말 '용감한 녀석들' 찬반 논쟁
결국 방심위 "방송 품위 지켜라" 행정지도

비록 행정지도가 경미한 조처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나온 만큼 '용감한 녀석들'과 관련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온라인에서도 정치풍자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가열됐다.

아이디 @kore*****는 "풍자라 하면 양 진영이 웃을 수 있는 풍자가 진짜 풍자"라면서 "그날 정태호의 발언은 그냥 예의 없는 헐뜯기 수준 밖에 안 됐다"고 주장했다.

닉네임 @1004Di*****는 "풍자를 빙자해 개그를 통해 박근혜를 까고 싶어하는 좌클릭PD의 찌질함"이라면서 서 PD를 비방했고, 닉네임 빨갱이사살2(@cheje*****)는 "정태호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한테도 똑같은 말 하면 이번 징계를 풀어주마"라고 진영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많은 트위터러들은 이번 징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아이디 @Attac******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대통령한테 훈계조로 말했다고 징계를 받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다"라면서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캐릭터화 한 '노통장'이 바보 연기를 했던 때랑 비교된다"고 평가했다.


아이디 @nodo****는 "대통령 취임식 때 싸이가 말춤을 춘다던데… 박근혜 당선자 앞에 앉아 있는데 노래 부르면서 손가락으로 '그래 너, 그래 바로 너'라고 하면 반말했다고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거냐"라고 비꼬았다.

아이디 @Prosec******* 역시 "그나마 요즘은 참 좋은 세상이지"라고 적은 뒤 "박통 때 같았으면 공안실로 끌려가서 고문 받고, 북한 지령 받아서 그랬다고 자백하라 했겠지"라고 써 이번 조처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아이디 @metta****도 "아빠 때는 '왜 불러'가 반말이라고 금지곡 지정하고, 그의 딸의 시대를 앞두고는 <개그콘서트>에서 반말했다고 행정지도 처분하고.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라고 우려를 덧붙였다.

이번 징계가 필연적(?)이었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디 @Beak****는 "행정지도가 현재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적절한 조치"라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이 회장, 사장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봐라"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 전체가 윗사람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현재 분위기인데 우리나라의 이 권위주의가 어디 가겠냐"고 지적했다.

명불허전 친박

아이디 @ysi****는 방심위를 겨냥해 "엄밀히 말하면 당선자의 캐릭터를 풍자한 것도 아닌, 정치인 일반에 대해 '웃자고 하는 엄포'같은 거였는데 그 대명사로 현재 가장 유명한 정치인이 호명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 뒤 "일을 괜히 더 크고 지저분하고 악하게 만드는 권력형 해바라기들"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 PD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해달라는 뜻으로 말했는데 다른 쪽으로만 얘기되는 게 억울하다"며 "출연자 정태호가 지금까지 테러 수준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디 @DAGA****는 "시청자에게도 반말을 하는 '용감한 녀석들'이 대통령에게만큼은 꼭 격식을 지켜야 하느냐"면서 "저들은 정말 유신이 돌아오길 기대하는 걸까. 아님 왕이라도 뽑았는가"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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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