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4>2012년 핫 키워드

세종 뜨고, 과천 지고 동탄 웃고, 김포 울고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유난히 명암이 뚜렷한 한해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그 와중에서도 부산이나 울산처럼 분양 실적이나 집값 상승률이 빛을 발한 지역도 있었다. 2012년도 집값 상승률 1위 지역과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 분양성적이 좋은 지역과 미분양이 쌓인 지역, 뜬 지역과 진 지역 등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2012년 부동산 시장의 관심 키워드를 알아봤다.

경북 경산·울산 동구
집값 가장 많이 올라

지난해 전국 집값은 평균적으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 시계열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부터 2012년 11월까지 전체 주택가격 변동률은 0%, 아파트가격은 0.1% 하락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역별 변동률 편차는 20%를 넘었다.

아파트가격을 기준으로 2012년 들어 전국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경북 경산과 울산 동구였다. 상승률이 각각 14.3%, 13.9%를 기록했다. 경산과 울산은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배경이 됐다.

주택가격 변동률 0%
아파트는 0.1% 하락

울산에서 최근 분양을 마친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울산은 전국적으로 소득 1위 도시인 데다 집값 거품이 없었다”며 “기업이 많아 실수요도 탄탄한데 2∼3년 동안 주택공급이 부진하다보니 매매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과천은 재건축 시장의 부진과 정부청사 이전 등의 악재에 시달리며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과천 집값 하락률은 9.8%로 김포(8.1%), 일산 동구 및 용인 수지(6.8%)보다 낙폭이 컸다. 과천은 2011년에도 7.3% 떨어져 하락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분양시장에서는 부산지역의 호조가 두드러졌다. 수년간 공급이 부족했던 덕분에 분양물량이 나오는 족족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청약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총 2만418가구가 분양된 부산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6.76대 1을 기록했다. 이어 광주 4.9대 1, 세종 4.5대 1로 나타났다. 부산은 단지별 청약경쟁률에서 1위를 ‘세종시 힐스테이트’(49.1대 1)에 내줬지만 남구 ‘대연 롯데캐슬’(44.6대 1)을 비롯해 해운대구 ‘해운대 더샵 센텀누리’ ‘해운대 센텀 두산위브’등이 2∼4위를 차지했다.

반면 수도권은 동탄2신도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다. 특히 김포는 미분양의 무덤으로 등장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1년 말 김포 미분양은 1048가구였지만 2012년 10월말에는 3797가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청사 이전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밑그림이 실현되고 있는 세종시와 2기 신도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초기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 중인 동탄은 개발 기대감으로 분양이 잘 되고 땅값도 많이 올랐다. 2012년 수도권 분양시장의 가늠자로 꼽혔던 동탄2신도시 첫 합동분양에서는 우남퍼스트빌이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라는 약점을 딛고 평균 9.2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동탄은 개발규모나 자족기능을 봐도 판교와 광교를 잇는 수도권 남부 대표적 신도시로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토지보상이 늦어지거나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된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인근지역과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은 개발 청사진이 퇴색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천과 경기 서부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대거 몰리며 오히려 사업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분양시장 호조
운정3지구 청사진 퇴색

그렇다면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관심 키워드는 뭐였을까.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집계한 키워드와 국토해양부 사이트 방문자를 집계한 키워드는 각각 차이가 있었다. 이는 각자 사이트 접속자가 다르고 성향에 따른 단순 차이로 보여진다.

부동산114의 2012년 부동산 인기 검색어 1위는 ‘전원주택’이다. 부동산114가 2012년 1월1일부터 12월까지 내부시스템을 검색한 결과 2011년 11위에 머물던 전원주택이 수년간 1위를 지키던 ‘전세’를 제치고 검색어 1위에 올랐다.

2012년 한 해 대한민국을 뒤덮은 ‘힐링’열풍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집구하기 어려워 발을 굴렀던 전세난민들의 관심사보다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반등기를 찾지 못해 장기 침체에 빠진 아파트 시장과 달리 삶의 여유와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전원주택이 1년간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셈이다.

힐링 열풍 영향
전원주택 인기

특히 전원주택과 유사한 주거형태인 ‘농가주택’도 톱10 안에 들면서 정형화된 주거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소비자들의 주거욕구를 그대로 반영했다. 주택의 개념이 투자대상에서 실거주로 전환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 새 서울과 인접한 경기 용인, 양평, 남양주, 광주 등에 전원주택이 집중 공급되고 도로 및 교통편이 개선된 것도 수요 심리를 자극했다.

과거 수십억원에 달하며 부유층의 상징물로 여겨지던 모습도 사라졌다. 수도권 인근에 3억원대에 중저가 전원주택이 늘어나서다. 실제 최근 용인시 일대에 공급된 도심형 전원주택의 토지 분양가는 3.3㎡당 최저 120만원, 건축비는 3.3㎡당 450만원에 불과했다. 토지면적 500㎡에 건축면적 99㎡짜리 집을 지을 경우 3억원대로 내집마련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힐링 열풍 속에서 대표 주거상품인 ‘아파트’는 상품별 검색 7위에 그쳤다. 매매시장 침체로 투자수요가 대거 빠진데다 꾸준한 전세난으로 아파트보다 ‘오피스텔’ ‘빌라’ ‘원룸’ ‘상가주택’의 인기가 더 높았다. 경제적 부담이 덜한데다 아파트 외 상품의 경우 경매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꾸준히 검색됐다. 게다가 이들 상품은 자본차익을 얻는 아파트와 달리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별로는 단연 ‘세종시’가 1위에 올랐다. 정부종합청사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데다 종전 과천 청사 공무원들의 이주가 시작되자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 결과 세종 청사 주변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동나고 첫마을 아파트의 경우 전세·매매 모두 매주 1000만∼2000만원씩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2위는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광교’가 차지했다. 단기간 대규모로 입주를 시작한 탓에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2012년 분양시장에서 선방한 ‘동탄2신도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로는 강동구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이 1위에 기록됐다. 종상향과 소형주택 30%룰 등으로 관심을 받아서다. 국내 최고 세대수를 자랑하는 ‘파크리오’도 이사철마다 검색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밖에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타워팰리스’는 ‘반값 추락’의 여파로 10위 안에 오른 경우다.

부동산114 측은 “기존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에서 벗어나 전원주택이나 농가주택 등 새로운 주거형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투자 상품으로서 오피스텔, 상가, 원룸, 도시형 생활주택 등도 당분간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인기검색어 ‘전원주택’
국토해양부 최다검색어 ‘공시지가’

국토해양부의 키워드는 ‘공시지가’였다. 국토해양부가 2012년 홈페이지(www.mltm.go.kr) 이용현황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검색어로 공시지가가 꼽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2년 주택과 토지 가격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국민들이 자신의 자산에 대한 평가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외에 ‘아파트실거래가’(2위), ‘실거래가’(토지+건물·각각 4위) 등도 올해 검색어 상위에 올라 홈페이지 이용자들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어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많이 검색된 키워드로는 ‘토지이용규제’(3위), ‘공동주택’(5위), ‘도시형 생활주택’(6위) 등이었다. 2011년 검색 순위 1위였던 ‘보금자리’는 지난해 8위로 떨어졌고,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함께 관심이 된 ‘개발제한구역’은 4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1년 내내 전세난
수익형 부동산 주목

홈페이지 내 분야별로는 주택·토지관련 분야의 정보가 가장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토지 분야는 이용자 정보 이용률이 21.15%로 나타났다. 이어 국토·도시(16.13%), 교통·도로(13.89%), 물류·항만(12.63%) 순으로 집계됐다.


2012년 국토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중에서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것은 5·10대책으로 발표된 ‘주택거래 정상화를 통해 서민생활 안정 도모’자료로 검색수는 총 2만5906회였다.

이밖에 트위터, 블로그를 포함한 인터넷상에서 국토해양과 관련해 가장 이슈가 된 관심어는 ‘4대강’ ‘여수엑스포’ ‘주택(뉴타운, 재건축)’ ‘철도경쟁체제’ 등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013년에도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계를 활성화해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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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