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무차별 학대 '아동 잔혹사'

자녀가 심심풀이 땅콩? 손가락 자르고 가죽벨트로 때리고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인천에서 한 계모가 의붓딸에게 엄청난 양의 소금을 밥에 섞어 강제로 먹이고 상습적으로 폭행해 10살인 아이가 결국 쇼크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금 학대사건 발생 2주 전에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3살 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젊은 부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흔히 영혼살인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 그 충격적인 실태를 파헤쳤다.

이른바 '영혼살인'이라 불리는 아동학대. 이 말 속에 숨은 의미는 성인이 돼서도 어릴 때 받은 학대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음을 뜻한다. 이처럼 한 번 곪은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원상복구 되기엔 쉽지 않다. 힘없는 아이들을 학대라는 굴레 속에 무참히 가둬버린 인면수심 어른들. 이들은 왜 아동학대를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

무차별 아동학대
스트레스 해소용?

최근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고 건수만 해도 1만 건에 달하고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친부모가 무려 86%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다. 대표적인 아동학대사건으로는 최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주남저수지 아동 유기사건’이 있는데 이 역시 친모의 소행이었다. 이처럼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는 친족 간에서 무수히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남저수지 영아 유기사건의 피의자인 최모씨의 아동학대는 남편과의 이혼과 육아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씨는 슬하에 3남을 두고 있었으며 셋째 아들 박모군이 “아빠가 보고 싶다”며 보채자 아이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아이를 살해했다. 이어 자신의 범행이 숨기려 미리 구입한 가방 속에 아이 시신과 돌을 넣어 저수지에 빠뜨렸다.

며칠 후 한 20대 청년이 낚시를 하다 박군이 담긴 가방을 우연히 발견해 피의자 최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저수지 속 가방에서 발견된 박군의 부검결과 위장에 음식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고, 경찰은 이 점을 미뤄 최씨가 박군에게 사건 당시 밥 한 끼도 주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의 이혼 소송 중 아이가 아빠를 찾으며 울고 보채기에 홧김에 때렸다”고 터무니없는 진술만을 남긴 채 입을 닫았다.


생활고에 시달려 영아 살해·유기 부모 급증
주폭 부모에 상습적 구타당하는 아이들 늘어

약 2년여 전 모 방송에서 갑자기 사라진 자매의 행방에 관련해 보도를 했었다. 이 방송에서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을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유유자적하고 있는 부부와 자매의 행방을 낱낱이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부부는 어느 날 두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난 뒤 10달이 되도록 행방이 묘연해진다.

시간이 지나 부부의 두 딸은 경기도 포천 여우고개 낭떠러지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부모의 시신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은박 돗자리에서 부부의 유서로 보이는 듯 한 종이가 자매의 시신 곁에서 발견됐다.

아이들의 엄마인 박모씨는 유서에 “죽으려 시도했는데, 그도 여의치 않네요.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어 용기를 내봅니다. 우리는 산정 호수에 빠져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의 시신이 잘 거둬지길 바라면서 세상을 떠납니다”라고 남겼다. 유서는 부부가 아이들과 여행을 떠난 후 딱 9일 만에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유서 작성 후 4일 후 은행에 예금을 인출하러 박씨 부부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의정부 한 은행에 다시 나타났다. 그렇게 박씨 부부는 현금을 인출해 농장과 산골 등을 오가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부부의 아이들은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의 생사를 묻는 사람들에게 “호주로 유학을 보냈다”고 둘러대며 자리를 피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이들은 야반도주를 하듯 머무르는 곳을 옮기며 아직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가 아이들만 버리고 자신들만 살아서 유랑생활을 이어나가는 박씨 부부.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못 이겨 동반자살을 선택했지만 결국 죄 없는 아이들만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주폭 부모, 아동에
구타·앵벌이까지

지난 2010년 이웃에 의해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는 알코올 의존도가 심한 주폭 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였다. 한 피해아동의 아버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아이들을 학대해왔는데, 부인이 가출하고 난 뒤 더 심해진 케이스였다. 그는 사건 당시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신 채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그는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수차례 찧게 했으며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을 뿐 아니라 들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 실신하게 만들었다. 결국 아이의 머리는 3군데나 찢어졌고 피해 아동의 언니가 “살려 달라”고 이웃에게 애원하면서 마침내 폭행은 중단됐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된 그는 “내가 내 자식 때리는 게 무슨 죄냐”며 “애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 의존 부모의 아동학대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6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했다. 홀로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던 백모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무차별 폭행과 욕설을 가했으며, 사건당일에도 술에 잔뜩 취한 채 약 4시간 동안 딸을 향해 욕을 쏟으며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등 강도 높은 폭행을 일삼았다. 백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실토했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1992년에 딸이 태어난 후부터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신체·정서적 학대를 해왔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백씨는 자신과 너무 많이 닮아있고 고집이 센 딸이 싫다는 이유를 들어 무차별 폭행을 가했으며, 수시로 자신의 딸에게 “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의 아동학대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바로 방임이었다. 방임하는 부모들은 빈곤 혹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끼니를 굶기거나 앵벌이를 시키는 등 파렴치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었다. 간혹 정신분열을 앓아 부득이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 하는 부모도 있지만 일반 부모들에 의해 방치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어린 형제가 부모에 의해 무차별 폭행에 시달린 후 방치된 사건이 있다. 3살 난 지민(가명)이와 형 지원(5·가명)이는 아빠와 계모랑 같이 살며 상습적인 구타와 방임에 시달려왔다. 지원이는 매번 온몸에 멍이 들 때까지 우산으로 맞았고 지민이는 생후 25개월에 몸무게가 10kg 안팎으로 또래보다 발육 상태가 나쁜 편이었다.

도가니 현실로…
장애아 학대 심각

두 형제는 하루에 제대로 된 한 끼도 먹어본 적이 없었고, 단지 부모의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만 살아가야 했다. 영양실조에 심각한 빈혈까지 앓고 있었던 지민이는 결국 집안 욕실에서 넘어져 뇌사 상태에 빠져 버렸고 형 지원이도 부모의 반복되는 구타로 인해 실신상태까지 가게 됐다.

다른 사례로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이를 쓰레기 더미에서 키우고 술값을 보태라며 앵벌이를 시킨 모진 엄마의 사례다. 남편과 이혼 후 알코올 중독증세가 더욱 심해진 이모씨는 5살 난 딸에게 온갖 욕설과 구타를 가하며 강제로 앵벌이를 시켰다. 물론 자신의 술값을 대기 위한 것이었다. 이씨는 전기도 끊기고 난방도 안 되는 쓰레기로 덮인 집에 아이를 방치한 뒤, 아이가 앵벌이 해온 돈으로 밖에서 술을 마시며 동네를 누볐다. 반면 이씨의 딸은 먹을 것이 없어 길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생활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은 이씨를 아동학대로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아이는 곧 엄마의 품을 떠나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아동이 일반아동보다 다양한 유형의 학대를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 김포시판 ‘도가니 사건’이 발생했다. 김포시의 모 장애아동복지시설 원장은 수년간 장애아동을 구타하고 굶기는 등 무차별 학대를 해오다 직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내용인 즉 원장 김모씨는 장애아동들의 뺨과 엉덩이, 손바닥 등을 나무 막대기로 때리고 끼니를 챙겨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오는 날 아이들을 시설 밖으로 내쫓아 장시간 비를 맞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씨는 아이들을 임의적으로 성인생활시설로 보내 학교에 등교시키지 않는 등 이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장애아동들 유형별 학대도구로 전락
미·중 등 선진국 아동학대 상상초월

하지만 김씨는 경찰조사 도중 “재활교사 또한 장애아동들에게 학대와 폭언을 일삼는다”고 폭로했다. 재활교사들은 단순한 체벌일 뿐 학대는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조사가 깊숙이 들어가면서 재활교사들의 파렴치한 행위들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재활교사들은 아동들에게 수시로 야간 시간 동안 2시간이 넘는 벌을 세웠으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호소한 여아에게는 서서 소변을 보라고 나무랐다. 또한 하반신에 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빨리 가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너 참 싸가지 없이 행동한다” 등의 매서운 폭언도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 강력한 사법체계와 복지혜택이 잘 마련된 선진국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아동학대가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친부모 혹은 계부모, 베이비시터 등이다.

대표적인 아동학대 살인사건으로 ‘브리아나 로페즈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아동은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친부모와 삼촌으로부터 무차별 폭행과 성적 치욕을 당했고 끝내 숨지고 말았다. 미국과 영국 전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브리아나 사건을 간단히 정리했다.

이유 불문
해외 아동학대

브리아나 로페즈는 지난 2002년 밸런타인 데이날 태어난 귀여운 여자아이로 첫돌이 되기 전부터 친부모와 삼촌에게 온갖 학대를 받아왔다. 브리아나의 친모와 친부, 삼촌은 재미로 아이를 하늘로 집어던져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아이가 울 때마다 온몸을 물어뜯어 상처를 냈다. 더 충격적인 점은 아이의 친부와 삼촌이 수십 차례에 걸쳐 100일도 안 된 브리아나를 강간한 것이다. 그러나 브리아나 친부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브리아나의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핑계로 물티슈를 손가락에 감아 아이의 항문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이후 브리아나는 세 어른들에 의해 매일 수차례나 천장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는 고통을 받아야 했으며, 이 학대로 인해 갈비뼈 2개가 부러지고 두개골이 골절됐다. 또한 아이의 팔과 다리도 모두 골절됐고 시신경과 뇌 주변은 피로 흥건했다. 결국 브리아나는 태어난 지 반년도 안 돼 온갖 수모를 겪으며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전역의 시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 하고 가해자들을 향해 “짐승만도 못한 악마”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판사 출신 아버지가 장애를 가진 친딸에게 가죽벨트를 이용해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는 사건도 있었다. 장애 여아는 성인이 된 뒤 이 같은 고통을 미국 전역에 알렸고, 텍사스 시민들은 분노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생후 17개월 된 남아를 친모와 계부가 무차별 폭행을 가해 척추뼈를 부러뜨리고 안면을 가격해 이를 먹게 했으며, 펜치로 손톱을 빼고 손가락을 자르는 엽기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버젓이 자행됐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아이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쇠사슬로 아이 목을 묶어 벌을 세우거나 줄을 목에 묶어 끌고 다니는 등 몰상식한 학대행위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행위,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는 그 아동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성장 후에도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가장 야만적이고 비열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수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

아동학대의 영향은 한 세대로 그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폭언과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중·고교에 진학하면 폭력성을 띠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즉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 최근 경제난에 서민가정이 무너지고 미혼모 가정이 늘면서 아동학대율은 증가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이 미흡한 상황이라 죄 없는 아동들은 어른들의 검은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도 학대를 받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대 피해자가
훗날 가해자로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 아동 격리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심리 치료를 시행함과 동시에 아동학대 전문 취급기관과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과 역량이 시급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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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