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1>2013년 달라지는 부동산 세제&제도

썰렁한 분위기 내년엔 좀 나아지려나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에 찬바람만 불었던 2012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내년엔 좀 나아질까. 훈풍을 기대해도 좋을까. 이를 미리 점칠 수 있는 2013년 달라지는 부동산 세제와 제도를 알아봤다.

새로운 제도보다 단기성 정책 많아
대선 후 경기 연착륙용 깜짝카드 기대

2013년 바뀌는 부동산 제도들은 새로 시행되는 것보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적용됐던 정책들이 종료되는 것이 많다. 9·10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면제와 같은 제도는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강력히 요구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폐지나 분양가 상한제 관련 법안들은 여야 간 의견 차이를 보이며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도움으로 내년에 뭐가 달라지는지 알아봤다. 먼저 부동산 세제다.

취득세 추가 감면
종료…50%만 혜택

2012년 9월24일부터 시행됐던 부동산 취득세 추가 감면 혜택이 오는 12월31일자로 종료된다. 취득세 감면 혜택으로 급매물 위주의 매매거래가 반짝 늘긴 했지만 거래를 활성화시키기엔 3개월이란 시간이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추가 감면 혜택은 종료되지만 취득세 50% 감면 혜택(4% → 2%)은 2013년 말까지 연장된다. 따라서 현재 1∼2%였던 취득세율은 내년 1월1일부터 2∼4%로 조정된다. 내년부터 무주택자나 일시적 2주택자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2%의 취득세를 적용 받고 9억원 초과의 1세대 1주택자는 4%의 세율을 적용 받는다.


일시적 2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3년(현행 2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취득세를 감면 받을 수 있다. 1억원 미만, 40㎡ 이하의 서민주택(건축물 및 부수토지 포함)과 임대사업용으로 최초로 분양 받는 전용면적 60㎡ 이하 공동주택 또는 오피스텔을 구입한 경우의 취득세 면제 규정은 2015년 말까지 연장된다.

미분양 취득 5년간
양도 비과세 종료

 
연내 9억원 미만의 미분양 주택을 취득 시 5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면제받는 혜택도 오는 12월31일이면 종료된다.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자는 주택 취득 후 5년 이내에 양도하면 계약일로부터 5년까지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5년이 지난 후 양도할 경우에는 주택 취득시점부터 5년까지 발생한 양도소득금액을 공제한 후 남은 기간 동안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김포 한강, 용인 등 수도권 중소형 미분양 물량이 일부 소진되는 등 분양시장에 잠시나마 온기가 돌았다. 그러나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적은 기대감과 중소형 아파트 선호로 미분양 물량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 면적대는 여전히 소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제혜택 시한이 약 한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요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인 분양에 나서기도 하고 발코니확장, 등기비용 등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고 있다. 연내 미분양 아파트 구입에 관심 있는 수요자라면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해보고 입지여건 등 주거환경을 꼼꼼히 따져본 후 거래에 나서야만 향후 얻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 혜택 종료

1994년 도입된 이래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을 부풀게 하고 세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던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된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을 통해 마련한 목돈으로 주택마련에 사용했는지 검증이 어려운 가운데 비과세와 소득공제 등 이중혜택을 받고 있어 비용이 아닌 저축액을 소득 공제하는 것은 과세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입 당시 총 급여 8800만원 이하면 가입 후 총 급여 기준을 초과해도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연말을 끝으로 장기주택마련 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기로 했다.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2007년 투기방지 목적으로 제정된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서 세부담이 줄어든다. 현행 세법상 나대지, 잡종지 등 비사업용토지를 매각하는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및 60%의 높은 중과세율을 적용 받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년 1월1일부터 양도하는 비사업용토지에 6∼38%의 일반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게다가 3년 이상 장기 보유 시 9∼30%에 이르는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단, 투기지역 내 거래의 경우 양도차익의 10%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는 영구 적용키로 결정했다.

1년 안에 팔아도
양도세 기본 적용

내년부터 2014년 말까지 취득하는 주택은 1년 안에 팔아도 양도세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40%의 단일세율(종전 : 50%)로 과세하고 2년 내 양도할 경우 6∼38%의 기본세율(종전 : 40% 단일세율)로 전환된다. 또 원조합원입주권 및 승계조합원 입주권의 단기양도도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분양권은 현행대로 1년 내 50%, 2년 내 40%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149㎡ 이하 주택
리츠 신축 소득공제

전용면적 149㎡ 이하인 주택을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신축하거나 매입해 임대하는 경우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기존 50%에서 100%로 확대된다. 당초 적용기한은 올 연말이었으나 2015년으로 3년 연장 적용된다.

임대주택 펀드
세제지원 확대

자산총액 50% 이상을 임대주택 기준시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149㎡ 이하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회사, 부동산집합투자기구에 대한 세제지원이 확대된다. 임대주택 리츠 펀드 투자자의 배당소득에 저율분리과세 적용 기준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3억원 이하의 보유주식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은 5%, 3억원 초과일 경우 14% 분리과세하며 2014년 12월 말까지 적용된다.

취득세 감면·양도세 면제 등 반짝효과 끝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폐지 등 법안 ‘쿨쿨’

2013년 부동산 제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다. 지원이 끝나거나 혜택이 확대되는 제도들이 많다. 다음은 내년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다.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자대출 종료

도시형 생활주택, 다세대·다가구 등을 지을 때 연 2%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 사업자대출이 연말 종료된다. 2011년 2월 전월 세 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중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전월세난 완화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기금 이자율 인하지원이 종료되면 소형 주택은 물론 임대주택의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연장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를 만큼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사업자 대출에 대해 재연장 없이 올해 말에 종료된다. 이에 따라 연 2% 금리였던 국민주택기금 사업자 대출이 주택 유형별로 이자가 차등 적용되어 2013년부터 시행된다.


주택구입자금 등
자격·금리 정비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는 국민주택기금 주택구입자금 등의 대출 자격기준 및 대출 금리가 대폭 정비된다. 현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과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각각 5000만원 이하, 3000만원 이하인 경우이나 개정되는 소득기준은 상여금 등을 합산한 실질소득을 반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연소득 기준에는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만을 고려해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소득자가 대출대상이 되는 문제가 있었으나 소득기준에 상여금 등을 포함한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대출 취지에 부합하도록 했다. 다만 상여금이 연소득에 포함되면서 대출대상이 축소될 것을 고려해 현재 소득 기준을 상향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국민주택기금 대출의 종류별로 각기 다른 소득 산정 기준을 통일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부부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하지만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가구주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 모두 소득 산정 대상을 부부합산 방식으로 일원화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국민주택기금 대출 중 서민들이 이용하는 전세자금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근로자 서민 주택구입자금 등의 대출금리가 0.5%p씩 내린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의 2차례 기준금리 인하 조치 등으로 시중 대출·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 저금리 기조에 맞춰 청약저축금리도 가입기간별로 각각 0.05%p씩 내린다.

민영주택 청약
재당첨 제한 폐지

5·10 대책의 일환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한 민영주택에 대해 청약 재당첨 제한이 사라진다. 현재 분양주택에 당첨된 사람은 1∼5년 동안 다른 분양주택에 청약 할 수 없으나 민영주택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내년 3월까지 적용을 배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재당첨 제한이 무의미해 짐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외 민영주택에 대해서는 재당첨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마지막 투기과열지구였던 강남3구가 작년 12·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빠지면서 전체 민영주택에 대한 재당첨 제한은 이미 사실상 풀리게 됐다. 다만 국민주택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외 지역이라 하더라도 공급기회의 형평성을 위해 재당첨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재건축 연한 미달
아파트도 추진 가능

2013년 9월부터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한 아파트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20년)이 도래하지 않더라도 건축물에 중대한 기능적·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 주민의 1/10의 동의를 받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 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구조나 설비의 심각한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연한이 안 돼 안전진단조차 받을 수 없었던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서울의 목동과 상계동 등과 같은 1980년대 준공된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추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거건설 기준
22년 만에 개편

다양한 주거수요와 빠른 속도로 변하는 주택건설 기술을 반영하기 위해 22년 만에 개편한 주택건설 기준이 2013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주민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단지가 계획될 수 있도록 일률적인 복리시설별 설치기준을 폐지하고 총량면적 이상으로 주민공동시설을 선택해 설치하도록 했다.
또 층간 소음 완화를 위해 바닥시공 기준이 강화된다. 현재는 일정 두께, 소음성능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했다. 1층 주민이 지하층을 주택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해 그 동안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1층이 명품 주거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게 됐다. 주거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은 2013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18대 대선 이후
활성화 대책은?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재 입법 예고되거나 개정 예정인 부동산 관련 정책은 많지 않다.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을 앞에 두고 여야간 대통령선거에 집중함에 따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 운영 등과 같은 시급한 법안들이 대선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후보 각자가 공약은 다르나 모두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든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부동산 개발보다는 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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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