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이상한 인사'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2: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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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끌어주고 직원은 밀어내고

[일요시사=경제1팀] GS그룹이 오너일가 '승진 잔치'를 벌였다. 반면 주력 계열사인 GS건설의 상무보 임원은 약 10% 감축했다. 추가 '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GS그룹은 "임원의 계열사 간 교류를 늘린 인사"라고 평가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너 3∼4세를 챙기기에 급급했다. 인사 대상자 37명의 임원 중 오너일가는 무려 7명이 포진했다.

 

GS그룹이 2013년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4일 GS그룹은 "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을 대표이사,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있던 허동수 회장을 GS칼텍스·GS에너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37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신임 허진수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허 회장과 사촌 간이다.

5촌조카까지 챙겨

허진수 대표는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 허준구 전 LS전선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호남정유에 입사해 정유영업본부·생산본부·석유화학본부·경영지원본부장 등 정유 산업의 생산에서 영업까지 전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로써 GS칼텍스는 이사회 의장과 CEO가 분리돼, 각각 허동수 회장과 허진수 대표가 전담하는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그룹은 이를 포함해 대표이사 선임 2명, 사장 승진 1명, 부사장 승진 3명, 전무 승진 12명, 상무 신규 선임 17명, 전환배치 2명 등 37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중 오너일가는 모두 7명이 포함됐다.


특히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를 상무로 승진시키고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도 부사장으로 발령하는 등 오너 4세 인사를 단행했다.

허윤홍 상무의 승진은 재무팀장 시절 연결재무제표(IFRS)를 전산화해 계열사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한 공로로 임원(상무보) 승진한 지 1년 만이다. 재계 일각에선 허창수 회장의 후계자인 허윤홍 상무가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1979년생인 허윤홍 상무는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허세홍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IBM과 셰브런 미국 본사 및 싱가포르 법인 등에서 근무하다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 부법인장 상무를 맡은 뒤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는 여수공장 생산기획담당공장장으로 근무했다.

임원 10% 감축 추진…구조조정 칼바람 예고
오너일가는 '승진 잔치' 3∼4세 전면 배치

허창수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허신구 GS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상품기획(MD)본부장 겸 정보서비스부문장을 담당하게 된다. 허신구 명예회장은 고 허만정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허연수 부사장은 고려대 전기공학 학사, 시라큐스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으로 LG상사 전기전자컴퓨터과에 입사해 새너제이, 싱가포르 지사장을 수행했다. 2003년 GS리테일로 옮겨 신규점 기획담당, 대형마트 점장, 편의점 사업부 상품구매 총괄, 영업부문 총괄 등을 거쳤다. 지난해부터 MD본부장으로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사업의 상품구매 전체를 총괄해 왔다.

허창수 회장의 사촌인 허용수 GS에너지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GS에너지 종합기획실장 겸 GS플라텍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5촌조카인 허준홍 GS칼텍스 부문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허연수 사장은 허신구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LG상사에 입사한 뒤 재경팀 부장, 싱가포르지사장, GS리테일 MD부문장 등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허완구 승산 회장의 아들인 허용수 부사장은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GS홀딩스에 입사해 사업지원담당 상무를 거쳤다. 허완구 회장은 고 허만정 창업주의 다섯째 아들이다.


허준홍 상무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으로 세브론에서 경력을 쌓고 2006년 GS칼텍스에 입사했으며 GS 오너일가들이 자본을 모아 렉서스 등 외제차 딜러 사업을 하는 센트럴모터스의 대주주로도 참여하고 있다.

임병용 GS 경영지원팀장 겸 GS스포츠 대표이사 사장은 GS건설 경영지원총괄(CFO)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살림살이를 챙기게 됐다. 임 신임 CFO 선임을 두고 재계에선 "건설경기 침체 속에 좀 더 강력하고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CFO가 필요해 소방수를 투입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임 사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조세법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공인회계사, 대학원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근무했다. 1991년 LG 구조조정본부에 입사한 후 LG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 GS그룹 사업지원팀장을 거쳐 2009년부터는 GS그룹 경영지원팀장을 맡아왔다. 2012년부터는 GS스포츠 대표이사를 겸직해왔다.

GS스포츠 대표이사는 장기주 GS건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자리를 채우게 된다. 김기환 GS 상무, 김준식 GS홈쇼핑 상무 등 젊은 인재도 발탁했다. GS그룹 관계자는 "조직 안정에 역점을 둔 인사"라며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관리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임박?

하지만 오너일가 3∼4세들이 약진한 가운데 GS건설은 상무보 임원을 약 10% 감축했다. 일부는 상무보에서 부장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임원이 부장급으로 강등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수주 영업이나 대외 업무 등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추가 인력 구조조정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임 신임 CFO 선임 때문이다. 임 CFO는 그룹측 자금통으로 알려져 있다. GS건설의 소방수로 투입된 만큼 자금뿐 아니라 인력재배치 등 조직개편도 병행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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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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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