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 본격 '호텔 전성시대'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06 1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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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된다 싶으니 너도 나도 '러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호텔들이 물밑들 밀려들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했고 재벌가들은 앞 다퉈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유소 부지까지 밀면서 호텔을 여는 것을 고려중이라니 말 다했다. 가히 호텔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아주그룹이 서울 마포 서교동에 있는 '호텔서교' 신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아주그룹은 최근 서울 마포구청에 호텔 신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아주그룹은 현재 최대 500% 이내인 건물 용적률을 최대 900%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경 신청이 통과되면 아주그룹은 현재 지하 2층~지상 13층에 135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서교를 지하 5층~ 지상 22층에 378개 객실을 가진 대규모 호텔로 건설할 계획이다.

아주그룹 호텔 운영
신라·롯데 어깨 견줄 듯

새 호텔이 신축되면 아주그룹은 제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특1급 호텔을 운영하게 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국내 유명 호텔체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전망이다.


아주그룹은 지난 2000년 365억원을 투입해 특1급 호텔인 하얏트리젠시 제주를 사들인 바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호텔은 4년 안에 전국 각지에 2200실 규모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신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까지는 국내외 40곳으로 늘린다는 게 롯데호텔의 입장이다.

비즈니스호텔은 객실 크기와 서비스, 식당·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최소화해 특급호텔 대비 가격을 30% 이상 낮춘 호텔을 말한다.

롯데호텔은 2014년 2월 제주시에 262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개관을 시작으로 같은 해 3월 대전시 유성구 스마트시티, 6월 서울 구로구, 10월 울산시 달동에 비즈니스호텔을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매입한 을지로 장교동 시그니쳐타워 인근 호텔부지와 세종호텔 인근 주차타워에 각각 270실, 43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열기 위해 장기 임차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한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에도 300실 규모의 호텔 운영을 계획해 4년 안에 롯데호텔계열 비즈니스호텔이 7곳 더 생기게 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사업확대·신규진출
롯데·삼성·SK·GS…잇달아 대형 프로젝트 선언


이에 앞서 2009년 마포에서 선보인 '롯데시티호텔마포'는 오픈 3년 만에 연간 객실 판매율 90%를 돌파하며 성공적 입지를 굳혔고 지난해 김포국제공항 롯데복합쇼핑몰에 문을 연 롯데시티호텔 2호점 '롯데시티호텔김포공항'도 비즈니스호텔 업계를 이끌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인 호텔신라는 최근 '신라스테이'라는 브랜드로 KT자산운용이 개발하는 역삼동 KT영동지사 부지, 서대문구 미근동 옛 화양극장 부지,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옛 JW중외제약 부지 등 총 5곳을 선보일 계획이다.

KT영동지사 부지는 KT가 발주한 14층짜리 비즈니스호텔로, 코오롱글로벌이 공사를 맡고 완공 후에는 호텔신라가 신라스테이 간판을 달고 위탁경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화재는 지난 9월 서울 관훈동 보유 부지를 비즈니스호텔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개발계획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했다. 이곳 역시 호텔신라가 위탁운영을 맡은 가능성이 크다.

GS그룹 계열 호텔 전문회사인 파르나스호텔(옛 한무개발)은 서울 명동에 첫 번째 비즈니스호텔을 연다.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명동 세종호텔 인근 삼윤빌딩을 리모델링한 비즈니스호텔 '나인트리 명동'을 12월1일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주유소 밀고 호텔
외연 확장 집중

나인트리호텔 명동은 총 144개 객실을 갖추고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전 직원이 일본어 사용을 하고, 중국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상시 배치된다.

한진그룹의 숙원사업인 7성급 호텔 신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관광호텔 건립·증축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학교반경 200m 이내에는 관광호텔을 신·증축할 수 없지만 정부가 마련한 개선안은 카지노와 유흥주점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 인근에도 지을 수 있게 했다. 대한항공이 확보한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 부지 인근에는 3개 여자 중·고교가 있다.

만약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진그룹의 호텔 건축 프로젝트는 사실상 순풍을 타게 된다.

워커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는 영업이 부진한 SK주요소 부지를 이용,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할 계획이다. SK네트워스는 현재 특1급 호텔인 쉐라톤그랜드 워커힐과 W서울워커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 중구 오장동 SK수도주유소 부지에 비즈니스호텔을 새로 지어 자산 효율화에 나선 다는 것. 실제로 SK네트웍스는 지난 2005년 서울 여의도 주유소 용지를 36층 규모 오피스텔로 개발해 300억원 가량 수익을 낸 바 있다.


업황 부진 건설사
호텔로 반전 도모

애경그룹 계열의 수원애경역사는 수원역과 AK플라자 수원점 옆 부지에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가칭)을 2014년 7월 오픈할 예정이다. 노보텔 앰버서더 수원은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로 총 295실의 객실을 갖춘 특2급 호텔로 신축되며 호텔 운영은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담당한다.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는 프랑스 호텔그룹 아코르사와 국내 호텔그룹 앰배서더가 공동출자한 호텔운영전문 그룹이다. 아코르는 전 세계 92개국에 4426개의 호텔을 운영 중인 세계적 그룹이다.

애경그룹은 민자 역사로 개발하는 경의선 홍대복합역사에도 비즈니스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6월 서울 6성급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을 인수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월16일 반얀트리 인수를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5개월여에 걸친 실사를 마무리 짓고 최종 인수계약을 했다. 인수 가격은 1635억이다.

반얀트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옛 타워호텔을 부동산 개발업체 어반오아시스가 2007년 인수해 새로 단장한 호텔이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 서귀포에서 해비치호텔을, 현대중공업은 경주·울산·목포·강릉·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현대호텔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웨스턴조선호텔은 쌍용건설이 서울 동자동에 건립 중인 용산 쌍용플래티넘 콤플렉스 내 359실 규모의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에 뛰어든다.

오는 201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이 빌딩은 오피스텔 한 동과 호텔·오피스 복합빌딩 한 동으로 구성, 쌍용건설은 호텔부문을 떼어내 900억원 안팎에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했다. 맥쿼리 측은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호텔 운영을 조선호텔에 맡기기로 했다.

오픈 시기나 구체적인 운영 방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루 숙박료 10만∼20만 가량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보유 부지 활용…비즈니스호텔 '붐'
건설사·외국체인·중소기업도 관심 '업'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도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파크하얏트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2월18일 개관 예정인 파크하얏트부산의 오너이기도 하다. 파크하얏트부산은 해운대 마린시티에 위치해 있고 69개의 스위트를 포함한 269개의 객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KT의 부동산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서울 역삼동 영동전화국 옆 주차장 터에 300실 규모 호텔을 짓고 있다. 전국 전화국 자리를 호텔로 재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도 오랫동안 제주에서 관광호텔을 운영해온 자회사 오라관광을 앞세워 비즈니스호텔사업에 진출했다. 이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플랜트사업본부 사옥을 24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재단장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 중구 장교동 부지와 을지로 인근 부지를 임대해 각각 540실, 200실 규모의 호텔 건립도 검토 중이다.

호텔이 완공되면 운영은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맡거나 위탁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오라관광은 자본금 500억에 대림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제주도에서 '제주그랜드호텔'과 골프장 '오라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부영그룹도 최근 1700억규모의 중구 소공동 옛 삼환기업 부지를 매입해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주리조트와 제주 앵커호텔을 인수했다.

외국계 호텔 체인과 중소기업도 관심이 뜨겁다.

일본계 중저가 호텔 체인 도요코인과 도미인은 부산 등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롱스테이 재단 한국지부 코비즈는 부산 해운대에 저가 체류형 시설인 '롱스테이텔' 건립에 본격 착수했다.

하나투어는 최근 서울 인사동 서울아트센터 맞은편에 특2급 호텔인 '센터마크'를 오픈했다. 또 다른 여행업체인 모두투어도 센터마크 호텔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견지동에 '아벤트리 종로 관광호텔'을 지난 9월 열고 운영 중이다.

여행 업체도 뛰어든
비즈니스호텔 사업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등 11개 호텔을 운영 중인 앰배서더호텔 그룹은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 이비스 앰배서더 오창, 노보텔 앰버서더 성북,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등을 차례로 열기로 했다. 2015년까지 총 20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임페리얼팰리스그룹도 국내외 5곳의 신규 호텔을 낼 방침이다. 호텔프리마도 북창동에 약 100실 가량의 호텔을 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호텔 업체수는 644개, 객실수는 7만763개에 이른다. 이중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000여 실, 공급량은 2만8000여 실에 그쳤다. 한국관광공사는 3년간 3만1000개의 객실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벌가들이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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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