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08>건설사 마케팅의 진화

‘손님 끌기’꼬리 살살…이래도 안살래?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불황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부동산시장. 각 건설사들은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파격 마케팅과 다양한 혜택을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지 더욱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꼬리(?)를 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 국면…전국 주택시장 몸살
‘불황 탈출’파격 마케팅·다양한 혜택 쏟아내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분양률과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입주율을 높이는 것이 분양을 하는 것과 같이 중요성이 높아진 이유는 아파트 분양대금 회수와 직결돼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은 기존 분양가 할인이나 이자지원 등의 금전적인 지원부터 선임대 후분양, 전월세 알선 서비스, 살아본 후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 등 차별화된 입주 마케팅 전략으로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분양대금 회수 직결
유동성 확보 큰 영향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각 건설사들이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데다 정부의 9·10부동산 정책에 따라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라면 입주 단지의 다양한 혜택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일단 살아보고 분양을 받을지 결정하는 애프터리빙 계약제도를 채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애프터리빙 계약제는 입주자가 계약금만 낸 상태로 2년 동안 직접 살아본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입주자가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10∼20%를 내면 건설사에서 중도금(50∼60%선)에 대해 3년간 이자를 대신 납부해준다. 나머지 잔금에 대해서도 납부가 유예되기 때문에 입주자는 사는 동안 계약금을 빼곤 추가 비용 부담이 없다. 만일 입주자가 2년간 살아본 뒤 집을 사지 않기로 결정하면 계약기간 3년이 끝나고 나올 때 계약금에서 감가상각 등 실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돌려받고 회사가 대신 내준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방식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아파트 미분양분에 대해 ‘리스크프리(Risk-Free)’라는 이름으로 판촉에 나섰다. 새 아파트에 3년간 전세로 거주한 후 분양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분양가의 40%만 내면 입주할 수 있다. 계약 시 나머지 60%에 대해서도 무이자 대출이 지원된다.

두산건설 역시 부산 ‘해운대 위브 더 제니스’에 분양가의 15∼20%만으로 2년간 거주한 후 매입을 결정할 수 있는 ‘저스트-리브(Just-Live)’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분양금의 80∼85%는 대출이자지원 및 잔금유예 등의 조건이어서 거주기간 동안 사실상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거주자가 분양계약을 원치 않은 경우 별도의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가 가능하고, 취득세도 지원된다.

가격할인·이자지원 서비스 확대
분양률 높이려 각종 유인책 마련
전월세 알선 등 차별 입주전략도

일산자이 위시티에서 톡톡한 효과를 거둔 GS건설은 최근 김포 ‘풍무자이’ 미분양 물량에도 분양가의 15∼20% 수준의 가격에 ‘애프터리빙·리턴제’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풍무자이의 경우 거주 후 미계약 시 분양가의 1.5∼3%의 위약금이 발생한다.

이 같은 조건을 통해 전용 156㎡ 미분양 물량을 빠른 속도로 계약 완료시키는 등 좋은 호응을 얻어 전용 133㎡도 적용 중이다. 인근의 전용 84㎡ 아파트보다 저렴한 8800만∼1억1800만원의 계약금만 납부하면 바로 생활이 가능하다. 2년 뒤 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실수요자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잔금 납부 유예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잔금 납부 유예제는 잔금유예를 받으면 전셋값 정도의 초기 입주금만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해 혜택이 많다. 기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계약금을 빼고 분양가의 대략 80∼95%에 해당하는 잔금을 입주 시 한꺼번에 치러야 했다. 중도금과 잔금을 분할 납부하는 일반 분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무이자, 발코니 확장
치열한 미분양 판촉전

 
만약에 잔금유예를 선택하면 초기 부담이 확 낮아진다. 특히 최근의 높아진 전셋값 비율은 이러한 잔금유예 아파트의 선호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높은 전셋값 부담을 견디진 못한 수요자들이 전셋값만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가용자금이 많지 않거나 대출이자 지급능력이 낮은 실수요자은 적극 고려할 만하다.

최근에는 9·10대책 세제감면 혜택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다양한 혜택으로 미분양 판촉을 하고 있는 만큼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 등 지원하는 경우도 많아 전세난의 틈새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95%의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건설의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는 분야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입주관리팀을 운영 중이다.

세대를 직접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비롯해 입주예정자들의 부동산거래상담, 대출상담, 등기 및 세무상담 등 입주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입주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용 145㎡와 171㎡ 가구 일부를 대상으로 분양가의 40%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잔금인 60%에 대한 대출이자와 취득세(1.75%)를 건설사가 대납해주는 ‘리스크 프리’ 마케팅을 진행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신안건설산업은 경기 파주시 아동동 금촌역 인근 ‘신안 실크밸리’를 최초 분양가보다 7500만∼1억5000만원 저렴하게 분양하고 있다. 전용 84㎡의 경우 5000만원대로 입주할 수 있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했으며 1·2차에 걸쳐 전용면적 59∼150㎡, 977가구로 구성됐다.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잔금 천천히 갚아도 됩니다”

지난 9월부터 입주에 나선 우미건설의 ‘영종하늘도시 우미린’은 분양가의 50% 수준의 담보대출에 대해 2년간 이자를 잔금에서 차감해준다. 입주지정기간 만료 전에 잔금을 완납하면 해당 선납일수만큼 연 15%의 할인율을 적용해 잔금에서 차감해준다. 관리비도 2년간 일부금액을 지원하고, 교통비도 지원한다. 이밖에 셔틀버스 2년간 무상 운행, 수영장을 비롯한 운동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의 부대시설에 대해 1년간 운영 지원한다.

동부건설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미분양 해소와 입주를 독려하기 위해 조합보유분 오피스텔과 아파트 물량에 ‘선임대 후분양’을 적용했다. 월 임대료가 은행 이자를 상회하는 점에 착안, 대출 부담을 줄이고 계약자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

실제 분양가 15억1740만원의 전용 121㎡는 시세에 따라 조합 측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400만원의 임대료를 책정했다. 계약자가 최대 빌릴 수 있는 금액은 분양가의 60% 수준인 9억원으로, 3.98%의 대출금리를 적용하면 매달 약 3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이자를 갚고도 월 100만원이 남는 셈이다.

세입자를 구해주는 서비스도 잇따르고 있다. 계약자가 제때 잔금을 내지 못하면 연체료를 물거나 예금을 압류당할 수 있어 전세금을 잔금에 보탤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동부건설은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인천 계양 센트레빌’에서 이미 계약자들에게 세입자를 찾아주는 ‘전세 1대1 매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고경영자(CEO) 이순병 부회장까지 현장을 찾아 이 제도를 점검할 정도로 입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단지 안에 편의시설을 확충해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거나 관리비 지원을 하는 단지도 많다. 1가구당 분양가의 5% 안팎의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도 나오는 등 사실상 분양가 할인을 해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입주난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는 실수요자들이 기피하는 대형 아파트 입주물량만 1만7000여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가량 늘었다. 수도권뿐 아니라 최근 2∼3년 새 집중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지방에서도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서서히 늘어날 예정이다.

선임대 후분양 인기
세입자까지 구해줘


교통편을 제공해주는 현장도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올 1월 입주를 시작했던 남양주시 ‘별내신도시 쌍용 예가’아파트다. 쌍용건설은 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받아 부동산 중개업소와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2개월 만에 200건의 전월세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분양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성공한 사례다. 쌍용건설은 이 아파트가 별내신도시 내 첫 입주 단지인 만큼 불편한 교통시설을 감안해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과 인근 대형마트까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4회 셔틀버스를 자체 운행하고 있다. 덕분에 초기에 입주율을 50%로 높였고, 현재는 90%를 넘을 정도로 안정화된 상태다.

인천 영종도의 ‘영종하늘도시 우미린 1·2차’는 2년간 담보대출금 이자를 잔금에서 차감해주고, 관리비도 2년간 일부금액을 지원해준다. 또한 셔틀버스를 2년간 무료로 운행하고 수영장 등 부대시설 운영비를 1년간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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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