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대명사' 동아제약 리베이트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5: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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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계 맏형의 문란한 방황은 끝이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동아제약'하면 떠오르는 게 2가지 있다. 바로 '박카스'와 '리베이트'다. 동아제약은 지난 5년간 끊임없이 리베이트 관련 구설수에 시달렸다. 올해 역시 검찰 수사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회사 수장까지 직접 나서 불공정 거래 관행 근절을 다짐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잔혹사를 짚어봤다.

 

국내 1위 제약기업이자 '박카스' 신화로 유명한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제공 혐의가 포착됐다. 동아제약은 기프트카드 '카드깡' 수법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의사자녀 해외유학 시 비행기비용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의 불법 리베이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자금 조성 정황

지난 21일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합동수사반)은 동아제약이 법인카드로 기프트카드를 대량 구입한 사실을 포착해 카드깡 수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합동수사반은 동아제약이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전국 의료기관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서울 동대문구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합동수사반은 동아제약의 법인카드 계좌 조사 및 기프트 카드깡 중간 유통업체, 회사 내부연루자, 기프트카드 사용처 등을 1차로 조사 중이다.


또 여행사를 중간 대행사로 이용해 의사자녀 해외유학시 비행기 비용 등을 지원해 오는 등의 리베이트 수법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관련 수사는 처음이 아니다. 동아제약에는 지난 2007년부터 항상 리베이트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 2007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병원과 약국, 의사들에게 약 처방 대가로 5000억원이 넘는 '뒷돈'을 뿌려 오다 적발된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제약사 10곳에 총 19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또 동아제약 등 매출액 상위 5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종합병원에 '오논캡슐' 처방을 확대하기 위해 매월 회식비를 지원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는 병원 교수들에게는 항공료와 숙박료를 지원하고 골프 접대까지 했다. 전남의 한 의원에는 1000만원 상당의 골다공증 검사기계를 지원하고 도매상과의 계약에서는 박카스 등 동아제약 제품의 가격을 못 내리도록 강요했다.

동아제약은 10곳의 제약사 중 2번째로 큰 규모인 45억3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기프트카드·골프접대·회식비지원 수법 동원
강신호 회장 자정약속 무색…"툭 하면 뒷돈"

이에 동아제약은 2008년 2월 "고객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업자의 고객을 유인할 가능성이 있는지 공정위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함에도 이를 특정하지 않고 고객유인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 등의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의약품은 의사가 처방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판촉행위가 결국 환자의 의약품 구매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판결 이유였다.

제약사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워 지자 2009년 3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국내 제약사 대표 및 임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한국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대국민 결의대회'를 갖고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투명경영에 적극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에는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 등 상위 제약사 10곳의 CEO들이 모여 리베이트 근절 간담회를 갖고 상위제약사들부터 솔선수범해 불공정행위를 근절하자고 결의했다.

실효성은 없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경제정의실천을위한시민연합(경실련)이 제약사와 병의원 및 약국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바탕으로 가격 담합을 했다며 동아제약 등 12대 제약사와 병의원 등 56곳을 공정위에 고발했다.

2010년 말에는 경남 거제시 공중보건의들과 동아제약 직원들이 짜고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됐다.

동아제약은 2008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경남 지역 공보의를 대상으로 1회 5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사용이 가능한 기프트카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같은 해 동아제약은 철원지역 공보의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 지난해 7월 약가 인하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혁신적(?) 리베이트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적발된 '역지불 합의' 사례에도 동아제약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연계돼 있다. 역지불 합의는 신약 특허권자와 복제약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다른 제약사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다. 공정위는 역지불 합의를 한 동아제약에 21억2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제약사 리베이트 근절은 현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설정한 목표 중 하나다. 현 정부는 리베이트 적발 시 혁신형 제약기업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 7월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동아제약 관계자는 "아직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 되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 답변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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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