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 '공공의 적' 된 사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27 11: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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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털 박힌 싸움닭 사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공공의 적'이 따로 없다. 지난해 말부터는 SK-Ⅱ와 비교 광고 건으로 소송 중이고, 최근 LG생활건강과 '광고 방해'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인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다음 타깃을 정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다. 정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와의 독점 계약을 포기하라는 종용을 받았다는 것인데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대표가 경쟁업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협박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서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신 형식으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와의 독점 계약 포기를 종용하는 협박전화를 받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협박 전화"

서 대표는 2008년 미샤가 서울메트로 역사 내 네트워크형 화장품 전문매장 사업권을 따낸 후 정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2008년 미샤는 공개적인 전자입찰 온비드를 통해 메트로 내 60여 개의 매장을 낙찰 받았다"며 "매장을 낙찰 받은 후 미샤는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동일 역내에 동일업종이 입점해서는 안된다는 추가 협의를 이끌어 냈다. 이것은 결코 불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동일 업종이 입점해선 안 된다는 서울메트로와의 계약 내용이 불법이 아님에도 정 대표가 이 부분을 지적하며 협박하듯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점 조항을 풀면 두 업체가 다 해먹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정 대표가 했다"며 "이를 거절하자 정 대표가 '검찰 고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샤와 협상 담당 메트로 직원이 검찰에 고발됐으나 조사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고 서 대표는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전화상에 검찰 조사 운운하며 위협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주장이다.


서 대표는 또 "서울메트로와 수의계약을 한 상가 운영업체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이 무단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영업방해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상가가 업종 변경을 할 때는 서울메트로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있으나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16곳은 절차도 없이 화장품 매장으로 변경돼 입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서 대표가 개인 SNS에 올린 글에 대해 한 기업의 대표로서 상도의상 걸맞지 않은 처사이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자사에 밝힌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사는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고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사료돼 부득이하게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메트로 내 16곳 매장에 대해서도 상가운영업체와 정당한 계약을 통해 입점해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미샤-네이처리퍼블릭 특혜 의혹 진실공방
SNS 통해 잇달아 경쟁사 흠집내기 빈축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서 대표는 곧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공식 보도자료가 발표된 날 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부도덕하고도 협박적인 이야기들을 인정하는 것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라"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미샤의 서울메트로 내 매장 입점 특혜 논란은 최근 열린 서울시의회 서울메트로 행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당시 서영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2008년 서울메트로가 네트워크형 화장품 전문매장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샤 브랜드에 독점권을 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모지침서에는 역내에 다른 화장품 가게도 열 수 있도록 한 반면 계약서에는 다른 화장품 가게의 진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명백한 특혜계약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는 '근거 없는 사실 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공식입장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이 같은 에이블씨엔씨 측의 입장에 대해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서 의원은 특혜 의혹을 악성 루머로 치부한 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명백한 거짓이라며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문제는 서 대표의 경쟁사 '흠집내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 대표는 지난 2월 에이블씨엔씨 제품소개 사이트인 뷰티넷에 업계 1,2위를 다투는 더페이스샵을 겨냥한 '나는 분노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서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운영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 패션잡지와의 광고계약을 방해해 자사 광고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도 이번 네이처리퍼블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 무근"이라며 서 대표의 주장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LG생활건강에 대한 무혐의 판결이 남으로써 서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노이즈마케팅?

3월에는 미샤의 1분기 매출이 더페이스샵을 앞서자 "미샤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더페이스샵이 못해서 얻게 된 반사이익"이라며 경쟁사를 자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샤는 현재 고가 화장품 브랜드 SK-Ⅱ와 상표권 침해건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미샤가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기가 힘겨워 보인다"며 "서 대표가 동일 업종 브랜드를 비방하는 방법으로 미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노이즈마케팅'을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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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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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