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휴대폰 삐끼 주의보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16 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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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여성만 노리는 '변태 폰팔이'

[일요시사=사회팀] "왜 이래요? 손 좀 놔주세요!"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된 거리에선 호객꾼에게 끌려가는 여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호객꾼들은 지나는 여성의 길을 막은 채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거나 몸을 밀착해 허리를 감싸는 등 성추행 수준의 행위까지 벌인다.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매하는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강제로 끌려가 고가의 스마트폰을 강매당한 양모씨도 피해자 중 1명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 대학가의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악명이 높다. 휴대전화 판매 호객꾼들이 여성들만 골라 대놓고 손목을 잡고 판매점 안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예사고 어깨동무를 하거나 남자 여럿이 몸을 껴안다시피 하기도 한다. 또 매장 안으로 끌려간 여성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매에 시달린다.

강압 분위기 조성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에 왜소한 양모(23)씨는 호객꾼들의 좋은 표적이 됐다. 양씨는 지난달 29일 저녁 5시께 아이폰4 블랙 모델을 만지작거리며 경성대 부근에 있는 SK텔레콤 PMS 본점 앞을 지나다 봉변을 당했다.

한 호객꾼이 "폰 뭐 쓰고 있나, 폰 한번 보자"며 다짜고짜 양씨를 매장 안으로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직원은 양씨가 들고 있던 아이폰4를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양씨는 "지금 집에 가야 한다. 돌려 달라"고 저항해봤지만 막무가내였다.

매장 안에서 양씨는 직원의 설명을 계속 들어야 했다. "폰을 바꿀 생각이 없다. 폰을 돌려 달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직원은 양씨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기기와 위약금, 요금제 등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날 때까지 양씨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

양씨는 일단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럼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직원의 의도대로 끌려가기 시작한 것. 직원은 "그건 네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고 내가 생각할 문제" 등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여놓으며 구매를 강요했다. 한참을 듣던 양씨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직원은 양씨의 손목을 잡아끌어 자리에 주저 앉히기까지 했다.


결국 지친 양씨가 "어떤 모델에 관심이 있느냐"는 직원의 질문에 "갤럭시S3 핑크가 예쁘더라"고 답하자 직원은 다짜고짜 갤럭시S3 신품을 꺼내오더니 포장 케이스를 뜯은 후 양씨에게 내밀어 만지게 했다. 양씨가 구매의사를 보이지도 않았는데 계약서 작성도 시작했다. 포장 케이스를 뜯고 만지게 해 구매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 이후 양씨는 "당시 직원의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그 상황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을 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기기변경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직원의 안하무인 태도는 이어졌다. 자세한 요금을 설명해주지 않은 채 위약금과 남은 할부금 36만원을 내줄 테니 아이폰4 기기를 반납하라고 강요했다. 양씨는 이마저도 거부하지 못하고 아이폰4도 헐값에 반납했다. 반납금액 29만원도 현금으로 돌려받은 것이 아니라 아이폰4 할부금을 갚는데 들어갔다.

계약서인 단말기 변경신청서 내용은 더 황당했다. 위약금과 기기 잔여할부금 36만원을 매장 측에서 부담한다고 했지만 아이폰4 반납값 29만원을 차감하면 매장에서 부담한 잔여할부금은 7만원에 불과했다. 말을 바꾼 것이다.

판매점 간 막장경쟁 막무가내 호객행위 기승
은근슬쩍 성추행…폰 뺏은 후 신제품 강매

계약 내용도 두 달 동안 'LTE72요금제'를 강제 받은 후 'LTE52요금제'로 변경해야 했고 약정 24개월, 기기 할부 30개월, 할부원금 99만4400원으로 바가지가 씌워져 있었다. 부가서비스조차도 '마이스마트콜' 2000원에 '컬러링서비스' 900원이 매달 청구되도록 돼 있었다.

계약서대로면 매월 기기값 3만2000원, 통신요금 5만2000원에 부가서비스 요금까지 기본납부액만 9만원에 육박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양씨의 후배 서모(20)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서씨는 자신이라도 나서 양씨가 입은 피해를 보상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양씨와 함께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 측은 처음엔 강매한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 서씨가 고객센터 측에 문의하자 그제서야 개통철회를 수용했다. 하지만 기기반납 된 아이폰4는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해당 직원은 "반납된 아이폰4를 그날 팔아서 지금쯤이면 해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서씨는 "개통철회는 14일 이내라면 가능한 것인데 당일 반납기기를 팔아버린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존에 쓰던 아이폰4를 돌려받을 수 없게 되자 서씨는 아이폰4 출시 금액으로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매장 직원은 "삼성전자 측에서 휴대폰 환불이 불가하다는 공문서가 왔다"며 "다른 기기들은 돼도 삼성 기기만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씨가 다시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하자 매장 측은 아이폰4 중고기기를 구해 보상해주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화가 단단히 난 서씨는 강매에 의한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개통철회와 구매 당시 금액 환불을 요구했다. 결국 양씨는 아이폰4 출고가에서 29만원을 뺀 52만원을 받고 합의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해당 매장은 SK텔레콤 대리점이 아닌 대리점으로부터 위탁받아 판매하는 판매점"이며 "서로 실적 경쟁을 하느라 과도한 호객행위가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통신사 측은 "물의를 일으킨 지점은 본사 대리점이 아닌 판매점으로 피해받은 부분에 공감하지만 직접적인 제재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리점은 전속계약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판매점은 대리점과 자유로운 계약관계에 있어 사실상 관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 누리꾼은 "여자 후배가 바보같이 폰 강매 당했다고 울고 있기에 자초지종을 물어 보니 양씨 경우처럼 계약서 작성할 때까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며 "계약서에 수작을 부려 환불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특약'까지 만들어놓았더라"고 황당했던 경험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남자라서 끌려가 본 적은 없지만 여동생의 말을 들어보면 손목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잡는다"며 "여성분들 모두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절도나 다름없어

이외에도 "저건 절도행위나 다름없다" "저 매장 유명하다" "여성분들 폰 판매직원이 신체 부위를 잡으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라" "매장에서 나가려다 팔을 잡아당겨 팔 인대가 늘어나 고소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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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