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좌불안석'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5: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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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돈 퍼주고 사모님은 빚 떠안고

[일요시사=경제1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국내 63개 대기업들의 자금보충약정 실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 7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을 상대로 지주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자금보충약정 현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공정위 칼 어디로?

자금보충약정이란 자회사나 계열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해당 자금을 지주사나 모회사가 대신 떠안는 보증계약이다. 하지만 자금보충약정은 금융감독원의 공시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를 막을 법적 근거도 없다.

이번 공정위의 자금보충약정 실태 파악은 웅진그룹 사태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가 계열사인 극동건설과의 자금보충약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자금보충약정에 대한 법적 제한 근거 마련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막내아들 성한씨가 대표로 있는 부영엔터테인먼트(부영엔터) 지원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영엔터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부채총계(69억7100만원)가 자산총계(35억6800만원)의 2배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작년 매출액은 6억3200만원이었지만 20억6200만원의 영업적자와 23억2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영엔터에서 제작한 영화 <히트>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관객수는 11만여 명에 그쳤다. 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제작된 성한씨의 첫 작품인 <스페어>는 관객수가 4만5290명에 그쳤고, 2009년 작품인 <바람>도 1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10만여 관객만을 동원했다.

부영엔터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에서 매달 5억원씩 총 35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렸다. 당초 연이자 5.5%에 1년 뒤 갚는 조건이었지만 올해 6차례에 걸쳐 차입금 전액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자본잠식 아들 회사 계열사 통해 지원
차입금 만기 연장에 일감몰아주기까지

그렇다고 동광주택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283억4900만원의 영업손실과 222억8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주목해야할 점은 동광주택 대표이사가 이 회장이라는 점이다. 회사 사정과는 상관없이 막내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돈을 몰아준 셈이다.

이 회장의 자식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예 부영엔터의 빚을 모두 떠안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엔터는 성한씨가 100% 보유 중인 주식 2만 주를 부영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대화기건에 무상양도했다. 부영엔터가 지난 2년간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로 상속세 및 증여세는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성한씨는 부영엔터 최대주주 자리를 박탈당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유지했다.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가 최대주주(40%)인 대화기건은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자본금 6억원, 지난해 기준 매출액 137억원, 영업이익 20억원, 직원 12명 규모의 알짜 회사다. 결국 '아빠'는 돈을 빌려주고 '엄마'는 빚을 떠안아준 셈이다. 대화기건은 부영엔터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지난 8월 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부영엔터에 4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부인의 일감을 아들에게 몰아주기도 했다. 대화기건이 영화 및 광고물 제작과 광고대행업을 사업 내용으로 공시하기도 했지만 실제 그룹 차원의 광고·영상 일감은 부영엔터로 몰렸다. 부영엔터는 부영주택을 상대로 해외홍보영상물 촬영과 기증사업 광고를 따내 작년 한해 동안에만 3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심지어 부영엔터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건물도 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 소유다. 보증금 1억원에 연간임차료는 고작 1100만원이다. 일각에선 성한씨의 신작이 발표되면 부영그룹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영화표와 DVD를 구매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사업적 효과를 보지 못하는 영화사업에 부영이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아들 회사'라는 것 밖에 없다"며 "비상장계열사라는 점을 이용해 아들을 도운 게 아닌가 라는 의혹이 든다"고 전했다.

동광주택의 한 관계자는 부영엔터 대출 건에 대해 "이자는 제대로 내고 있다"면서 "당연히 갚아야 할 돈이고, 우리도 대여금 회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전부 비상장

부영그룹은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업을 주업으로 하는 재계서열 19위(공기업제외·2012년 기준)에 계열사 17개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지난해 무주리조트와 제주 앵커호텔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삼환기업이 보유한 1700억규모의 소공동 땅 인수에 나섰을 정도로 현금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계열사 전부가 비상장사라는 것. 공정위는 지난 8월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영은 기업공개비율이 낮은 집단 1위를 차지해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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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