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간큰 임원 스토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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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430억 기름 빼돌린 본부장

[일요시사=경제팀] 남해화학이 끊임없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올 상반기 비료값 담합에 따른 거액의 과징금 부과에 이어 직원의 배임 문제까지 불거지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배임 금액은 총 43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1.7%에 달한다. 남해화학 주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2만여 명의 소액주주들은 패닉에 빠졌다. 

 

국내 1위 비료업체 남해화학(사장 강성국)이 직원의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 폐지될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29일 남해화학은 임원 조모씨가 43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혐의를 받고 있다고 공시했다. 조씨는 유류사업본부장으로 미등기이사다.

같은 날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430억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남해화학 임원 조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가짜 알면서도…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6월 경인에너지 정모 대표가 신한은행에서 발급받은 것처럼 꾸민 지급보증서가 허위임을 알고도 이를 담보로 400억여원 규모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이 회사에 공급해 2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 없이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지점장 2명도 구속 기소된 상태다.

지급보증은 거래 상대에게 줘야할 채무의 지급을 금융회사가 보증하는 대신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는 계약이다.


사건은 신한은행이 지난 5월 위조된 지급보증서가 남양주시 신한은행 호평지점에서 제출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금융감독원에 이를 보고, 감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사실을 적발, 신한은행 전 지점장 박모씨 등 전·현직 직원 5명을 징계했으며 3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재 조씨가 챙긴 2억6000만원에 대해 경인에너지가 서류위조를 묵인한 조씨에게 준 일종의 뇌물로 판단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남해화학 주권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남해화학이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론나면 그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되며 실질심사가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면 매매 거래는 즉시 재개된다.

과거에는 배임·횡령에 대해 확정 판결이 나면 매매정지를 했지만 지난해 4월부터는 통상 자기자본금의 5% 이상의 횡령 혐의가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매매거래 정지가 가능해졌다. 430억원은 남해화학 자기자본의 1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남해화학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 비료 입찰에서 다른 비료업체와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어 기업 이미지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료값 담합에 배임·횡령까지 "내부관리 허술"
자본 12% 증발…상폐 위기에 2만 소액주주 패닉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거래소 규정 강화 이후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한화, 하이마트, 마니커, 보해양조가 폐지 위기를 모면했던 점을 들며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장폐지 시 소액주주의 극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감독당국도 상장폐지를 쉽게 결정키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주가 하락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의 피해가 없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료값 담합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배임·횡령 문제까지 터졌다"며 "회사가 반성은커녕 주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 편입 종목인 남해화학의 급작스러운 매매정지에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장폐지 여부가 판가름 날 때까지 주식거래를 하지 못하는 데다 상장폐지될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매매거래 정지 소식이 알려진 뒤 남해화학은 개인투자자들의 문의 전화와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주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 남해화학 관계자는 "이미 거래소에 관련 자료 제출을 마쳤다"며 "상장폐지 가능성은 100%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담당하던 조씨가 신한은행 지점장과 짜고 임의로 신한은행 명의로 보증을 선 뒤 외상 채무를 받은 것"이라며 "신한은행 지점장도 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은행 측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해화학의 최대주주는 농협경제지주로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2만8709명이 총 2012만8546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40.52%에 달한다. 이 외에 남해화학 임원인 박채홍 조업기술상무이사 공장장과 홍태규 관리상무이사가 각각 1만7500주(0.04%), 1만950주(0.01%)를 갖고 있다.

거래정지 전 남해화학의 시가총액은 4908억원이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3억4000만원, 지난해에는 영업적자 75억원을 기록했다. 올 봄 전 세계적 가뭄으로 비료주가 동반상승하며 한때 1만2000원까지 올랐던 남해화학의 거래정지 당시 가격은 9880원이다.

주가 하락 불가피

남해화학은 지난 1974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방침에 따라 전남 여수에 설립된 국내 비료 1위 업체다. 국내시장 수요의 약 50%를 생산·공급하고 있고 세계 10여 개 나라에 연간 3억달러 이상, 약 60만 톤의 비료를 수출하고 있다. 1995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됐으며 1999년부터는 농약사업, 2003년부터는 주유소 사업을 시작해 당사의 폴사인을 내건 주유소 개장을 시초로 자영, 농협 및 직영 주유소를 운영 중이다. 현재 비료사업부, 화학(황산)사업부, 유류사업부로 구성돼 있고 연간 129만 톤의 황산 생산시설 및 연간 34만 톤의 인산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1조5000억원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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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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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