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코리안 드림’ 로이 아지트의 잃어버린 15년

“한국에 온 걸 후회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20대 이주노동자 청년이 15년 만에 폐병 환자가 됐다. 치료만 받아도 버거운 상황인데, 송사까지 진행 중이다.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는 사이 이 소송은 이제 40대가 된 노동자에게 ‘목숨줄’이 돼버렸다.

“내 골든 에이지(Golden Age)”. 그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20대 중반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던 청년은 지나가 버린 시간을 골든 에이지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황금 시절을 한국에서 허무하게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읽혔다.

20대 청년
40대 됐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와 법무법인 원곡 등이 준비한 이날 기자회견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로이 아지트의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아지트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명문대인 자간낫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처음 한국에 왔다. 2016년까지 일한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뒤 2018년 다시 한국에 노동자 신분으로 들어왔다.

2011년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아지트는 이후 소방설비 제조업체를 거쳐 2021년 농기계 제조공장에 들어갔다. 아지트가 맡은 일은 기계의 금속 표면을 그라인딩 하는 일이었다. 2021년 가슴 통증을 느낀 아지트가 병원을 찾았고 ‘간질성 폐질환’ 진단이 나왔다.

아지트가 걸린 간질성 폐 질환이 그라인딩 과정에서 발생한 쇳가루 등 분진으로 인한 것인지를 두고 소송이 벌어졌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아지트의 산재 신청을 ‘불승인’하면서 사안이 법정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아지트의 질환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2021년 사업장 작업환경 측정 결과, 분진 정도가 유해인자 노출 기준 미만으로 평가된 점 ▲높은 수준의 분진에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근무 기간이 9개월 정도로 누적된 노출량은 적다고 판단되는 점 ▲본국(방글라데시)에서 기침을 많이 했다는 의무기록지 내용과 흡연 경력 등을 들었다.

아지트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결정에 불복,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아지트의 질병과 업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법원이 지정한 감정의는 업무상 질환을 인정하는 내용의 결과지를 제출했다. 2021년 이후 5년 가까이 이어진 아지트의 고통에 끝이 보이는 듯했다.

2011년 처음 한국행
2021년 이후 폐 질환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재감정을 신청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달성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산재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지트는 살아갈 수 없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인데 병원비는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재감정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아지트는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한탄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이 변론기일을 앞두고 재감정을 신청한 것은 의학적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재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 1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피해자는 치료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삶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아지트는 “가족과 함께 조금이나마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고자 한국에 왔지만 행복하기는커녕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나는 경기 지역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폐 기능의 40%를 잃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근로복지공단의 적이 아닌 평범한 근로자일 뿐”이라며 “부디 나에게 무리한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아지트의 방에서 그를 만났다. 아지트는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에서 살고 있다. 병들고 갈 곳도 없는 그를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도운 결과였다. 교회에 도착해 아지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중 나오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길어지는
소송 문제

아지트가 취재진과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다시 그의 방으로 가는 길을 보면서 그 시간이 이해됐다.

좁고 복잡한, 미로에 가까운 길을 한참 걸어가자 집이 나왔고 그 안에 아지트의 방이 있었다. 집 안과 아지트의 방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이 있었다. 특히 아지트의 방은 그가 어떻게 누워도 발이 벽에 닿을 듯 좁았다. 안쪽에는 이불이 깔려 있고 선반 위에는 약이 가득했다. 가래 빼는 기구도 보였다.

아지트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동네 병원에 5번이나 갔지만 낫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아지트는 인터뷰하는 동안 여러 차례 울먹였다. 고국에서의 생활과 현재 처한 상황 등을 이야기할 때는 꽤 긴 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거듭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프다고 해도 외면하고 산재 신청을 취소하라고 종용하던 회사의 행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과 소송 과정에서의 재감정 신청 등을 말할 때 나온 표현이었다.

아지트는 “그라인딩 작업을 하면 쇳가루가 많이 나오는데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그 일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마스크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거나 ‘네 돈으로 사라’는 말을 들었다. 숨 쉬기 어렵고 가래가 나오고 기침이 나는데도, 심지어 피가 나온다고 말해도 병원에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단 한 층을 오르는 것조차 힘겨운 지경에 이르자 아지트는 회사에 말하지 않고 병원을 찾았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동네 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고 어렵게 찾아간 큰 병원에서는 ‘빨리 수술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수술을 받고 나서도 문제였다. 아지트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주변 도움에
간신히 연명

아지트는 “병원에서 회사에 전화해 며칠 동안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 사람이 나를 3일 동안 돌봐줬다”고 전했다. 수술 이후 아지트는 친구 집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김 목사를 만났다.

김 목사는 “아지트가 나를 찾아왔을 땐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가장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몸은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상태였고 마음도 많이 다쳤다. 이후 페이스북에 아지트의 사연을 올렸더니 변호사, 의사, 교회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이 나지 않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아지트를 치료해 주겠다고 나선 의사 선생님의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신고 8개월 뒤에야 현장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사측의 입장만 받아들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지트는 “나는 한국의 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자신을 적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나는 노동자일 뿐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랬는데 나의 ‘골든 에이지’가 여기서 끝나 버렸다. 돈도 없고 몸도 망가졌다”고 눈물을 흘렸다.

아지트는 한국에 대해 양가감정이 드는 듯했다.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크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에게 2011년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에 올 것이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걸 후회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후회한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불승인 이어
업무상 연관성 인정 이후 재감정

그러면서도 “김달성 목사님, 교회 사람들, 의사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나는 지금 살아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만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의 기사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아지트를 알아봤다. 반계탕을 주문하는 그를 보면서 “아지트가 반계탕을 제일 좋아한다. 여기에 오면 반계탕만 먹는다”고 귀띔했다.

아지트의 젓가락질은 수준급이었다. 그에게 젓가락질에 관해 묻자 “배웠다”고 대답하며 수줍게 웃었다. 닭고기에 마늘을 곁들여 한 그릇을 다 먹은 그는 “사실 이 식당에 자주 오지 않는다”고 작게 말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여기에 오면 돈을 받지 않는다. 그게 미안해서 잘 오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 아지트에게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뭘 하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어 공부도 하고 성경 공부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숨이 차서 많은 걸 하진 못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래를 빼고, 자기 전에 가래를 빼는 데만 수 시간이 소요된다고도 했다. 교회 앞에서 헤어질 때 아지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고, 조심히 가라고.

김 목사는 “그래도 아지트는 운이 좋은 경우다. 우리 센터도 그렇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지 않나. 이런 사례는 만에 하나”라고 한탄했다. 지난 9년 동안 이주노동자와 부대껴 온 그는 각종 산재 사건을 봐온 터였다. 그러면서 “산재 피해를 본 이주노동자의 99%는 어떤 치료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듯이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근본적 원인”

이어 “이주노동자 산재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가 정책이 이 문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그중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작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독소 조항이 사업자와 노동자를 철저한 주종 관계로 만든다. 문제가 생겨도 이의를 제기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가 정책, 제도가 산재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근로복지공단 입장 “소송 지연 아냐”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일 기자회견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법원에 호흡기내과 감정을 추가로 신청했는데, 이는 이미 내려진 판단을 뒤집기 위한 것이 아니라 1차 감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의학적 쟁점을 보다 충실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처분하는 과정에서 직업환경연구원의 조사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을 거쳐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받았다”며 “최종적으로 불승인 처분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고 있다”고 했다.

‘쟁점 확인 과정’ 해명

또 “법원 판단이 아닌 감정인 1인의 의견에 따라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공단 행정의 신뢰성에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근로자에게는 다소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공단은 재해자의 권리 구제를 외면하거나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 절차를 대응하고 있지 않다”며 “원 처분의 근거와 의학적 쟁점을 법원의 절차에 따라 충실히 설명하고 판단 받기 위해 필요한 소송 행위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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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