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청부살인’ 비정한 남편 풀스토리

완전범죄 노리다…들통난 ‘마누라 죽이기’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거듭된 사업실패로 아내의 사업체를 가로채려 청부살인을 의뢰한 매정한 남편이 경찰에 구속됐다. 남편은 비교적 사업수완이 좋았던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 당하자 양육권과 재산 등이 빼앗길까 두려워 심부름센터에 아내 살인을 청부했다. 무능력한 남편과 부자 아내.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40대 남성 정모씨는 지난 5월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의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서 심부름센터 사장 원모씨를 만나 현금 3000만원을 건네며 아내의 청부살인을 요청했다. 원씨는 정씨가 제안한 착수금 3000만원과 성공보수인 6000만원이 청부살인 대가로 한참 부족했던지 시간을 질질 끌며 총 9차례에 걸쳐 1억9000만원까지 심부름값을 올렸다. 원씨는 “범행을 준비하는데 돈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갈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정씨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심부름센터 통해
살인 계획 세워

약속의 날 9월14일이 다가왔다. 원씨는 정씨를 이용해 정씨의 부인 박씨가 살해 장소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정씨는 아내를 불러 “친한 동생이 카센터를 운영하는데 수리를 싸게 해주니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꾀었다.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꿈에도 몰랐던 부인 박씨는 남편의 말만 믿고 자신이 운영하는 성동구 성수동 소재 렌터카 업체로 향했다.

오후 4시쯤 짙은 회색 빛깔 인피니티 차량이 박씨의 업체로 들어왔다. 박씨는 순전히 카센터 직원으로만 생각했던 원씨를 자신의 업체로 들인 뒤 원씨의 차량으로 다가갔다. 원씨는 자신의 차 뒷자석에 박씨를 태운 후 인근 오피스텔로 향했다. 원씨는 CCTV를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 지하 3층 주차장까지 내려가 차량을 세운 후 뒷자석으로 자리를 옮겨 계획대로 박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그는 박씨의 얼굴을 검정 비닐봉지로 덮어 테이프로 감았다. 원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완전범죄를 위해 증거를 없애야 했다. 원씨는 살해 당일 8시경 연고가 있던 인적이 드문 경기도 양주시의 한 야산 계곡 근처를 삽으로 구덩이를 판 후 박씨의 사체를 유기하는 잔인함을 드러냈다.

거듭된 이혼요구에 양육권까지 뺏길까 우려
월수익 2억 아내 사업체 가로채려 살인 의뢰

남편 정씨는 원씨로부터 아내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후 완벽한 알리바이 설계에 치중했다. 정씨는 청부살인이 발생한 다음 날인 9월15일 오전 7시쯤 경찰서에 직접 걸음 해 아내를 단순가출로 신고했다. 너무도 태연한 모습으로 가출신고를 마친 정씨는 박씨가 단순 실종사건에 휘말려 아내에 대한 청부살인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제사건으로 남길 원했다. 정씨는 원씨와 사건 당일 대포폰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아내 살인과 향후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세세하게 의논했다.

이후 정씨는 원씨에게 박씨의 휴대폰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고, 경찰 추적에 의심될 만한 사항들을 철저히 차단시켰다. 이를테면 원씨는 박씨의 휴대폰 위치를 수차례 옮겨가며 전원을 껐다, 켰다 반복하면서 아내 박씨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정씨의 알리바이는 박씨 측근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정씨는 원씨를 시켜 피해자 박씨의 어머니와 친구, 실종신고를 받은 담당 경찰관의 휴대폰에 “잘 있어요, 전혀 그런 일 없어요” “개인적인 문제로 얘기 중이예요” “나중에 들어가서 말씀 드릴게요, 걱정마세요” 등의 문자를 보내도록 했다.

문자 알리바이에 성공한 원씨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장소들을 사전 조사해 경기 수원 및 강남 일대에서 여성들이 주로 방문·소비하는 네일샵, 숙녀복 판매점, 선글라스 가게, 커피숍 등을 전전하며 박씨의 법인카드 및 개인 신용카드로 약 270여만원을 결제했다. 이는 박씨의 가출에 힘을 실을 중점적인 알리바이였고 경찰 측 수사의 혼선을 유도한 사전에 계획된 정씨와의 모략이었다.

알리바이 만들어
수사 혼선 유도

그렇다면 왜 정씨는 심부름센터에 2억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아내가 죽기를 원했던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돈과 양육권에 있었다.

지난 2004년 박씨와 결혼한 정씨는 근로기준법위반을 포함한 범죄 경력 13범의 전과자였다. 그럼에도 정씨는 박씨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했고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박씨와 슬하의 자식들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정씨 가족은 말 못할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씨의 사업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기 때문. 정씨는 결혼 뒤 렌터카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사업결과는 절망적이었다. 렌트카 사업이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그는 지난 2008년 사업을 정리할 요량으로 아내 박씨에게 업체를 위임했다. 이후 같은 해 정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 유흥주점 및 노래방 등 3개 업체를 개업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씨는 또다시 사업난에 허덕이는 고배를 맛보았다. 반면 남편으로부터 렌터카 사업을 물려받은 아내 박씨는 의외의 사업수완과 출중한 미모를 한껏 내세워 다 죽어가던 렌터카 업체를 보란 듯이 살려 놨다. 최근엔 월수입 2억에 다다르는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아내의 사업이 날이 갈수록 승승장구하자 위기감과 자괴감에 빠진 정씨는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다. 남편의 무능함과 의욕상실에 진저리가 난 박씨는 정씨를 향해 잔소리를 늘어놨고 둘의 싸움은 하루를 멀다하고 계속됐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싸움은 가정불화로 이어졌고 박씨는 남편 정씨에게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줄곧 남편에게 “위자료 6억원을 줄테니 자녀 양육권을 달라”며 강력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정씨는 아직 어린 자신의 자식들을 빼앗기는 게 두려웠다. 연이은 사업부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는 아내가 자신의 무능함에 마음이 떠났다고 생각해 사업을 되살리려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사업을 되살리면 아내가 이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 정씨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에 아내와의 이혼에 구두 합의한 후 위자료 총 6억원 중 4억원을 미리 당겨 받았다.

이후 주점사업에 올인 했다. 그는 거액을 쏟은 주점사업이 전보다 성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업은 여전히 부진했고 더 이상 회복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남은 위자료 2억원을 더 받으면 그는 자식은 물론 재산까지 모두 잃게 되는 것이었다. 아내의 이혼요구도 이전보다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는 결국 ‘위험한 결정’을 하게 된다. 정씨는 자신이 위임했던 아내의 사업체를 가로채고 아이들 양육권까지 자신의 몫으로 돌려놓으려 아내 살해를 사주했다. 정씨는 자신의 주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심부름업체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경기도 수원에 자리한 한 심부름업체 사장 원씨와 접촉했다.

원씨는 범죄경력 15범의 전과자로 타인의 불륜관계 뒷조사와 인적사항 등을 주로 진행하는 흥신소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정씨와 원씨의 만남은 훗날 파국을 몰고 올 위험한 만남이었다.       

지속된 이혼요구에
위기감 느껴 범행

박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신고 당일 오전 7시경 위치추적을 시작했다. 위치추적 결과 박씨는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카드를 결제하고 있었다. 경찰은 여러 차례 박씨 측에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매번 부재중이었고, 박씨는 “사정이 있어 잠시 나와 있다”는 문자만 보낼 뿐 묵묵부답이었다.

박씨의 소재파악이 힘들었던 당시 경찰은 아이를 돌보고 있던 박씨의 모친을 만나 가출경위에 대해 물었다. 박씨 모친은 “내 딸이 가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제발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경찰은 박씨 주변인 등을 찾아다니며 수사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박씨 측근은 “박씨가 남편에게 1년 여 전부터 계속 이혼을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실종당일 박씨의 행적을 낱낱이 조사했다. 그 결과 실종 전 날인 9월14일 2시경 사무실 인근 차량전시장 개업식에 참가한 후 혼자 유유히 떠나는 박씨가 포착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씨의 이후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박씨의 휴대전화 사용내역과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한 결과 별다른 특이사항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완벽한 알리바이 탓에 하마터면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 사건은 경찰의 끈질긴 탐문수사 끝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차량서 살해하고 야산에 암매장
가출신고·부인 카드 쓰며 위장

9월23일과 24일 양일간 약 7개 업소에서 박씨 소유의 법인카드 및 개인카드에서 270여만원이 결제된 사실을 확인한 후 현장에서 CCTV를 분석한 결과 한 젊은 남성이 동일하게 나온 영상을 증거자료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10월14일 강남구 논현동 소재의 한 스파의 종업원으로부터 “우리 업소 회원과 매우 흡사하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한 뒤 원씨의 신원파악에 나섰다.

원씨가 심부름업체인 S기획의 대표임을 확인한 경찰은 원씨의 전 여자친구와 접촉했다. 그녀는 원씨가 최근 돈을 펑펑 쓰고 다닌 점과 “잘못되면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얘기를 건넨 점, 결별선언 이후 카카오톡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애를 해온 점 등을 진술했다. 경찰은 진술 확보를 마친 후 당일 오후 8시40분께 경기도 수원시에서 원씨를 긴급체포했다. 원씨는 체포당한 후 “살인청부를 받았지만 살인을 하지 않고 돈만 빼앗았다. 피해자 박씨는 남양주시 화도읍 부근에 숨어있으라며 보내줬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18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양주에서 피해자 박씨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원씨의 거짓은 탄로 나고 말았다. 모든 증거가 확실시 되자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원씨와 정씨는 결국 모든 사실을 자백했고 경찰은 정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원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그릇된 과욕
재앙 불러와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 남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남편 정씨는 일반적인 가출 및 실종사건과 달리 경찰에 크게 협조적이지 않았고, 부인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경제난과 이혼요구에 시달렸을 정씨를 계속 주시한 결과 수상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점을 미뤄 탐문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전했다.

위기감에 휩싸여 아내살해를 청부하고 완전범죄를 꾸미려 실종신고까지 했던 매정한 남편 정씨. 아내만 죽으면 모든 게 자기 몫이 될 것이라는 그의 그릇된 과욕이 결국 한 가정을 무너뜨리는 재앙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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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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