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양재혁 101일 미스터리 행적 추적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31 09: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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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뒤통수 친 가신 찾아 삼만리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수천여억원에 달하는 잔여자금을 들고 잠적한 측근을 잡기 위해 '작전'을 감행한 양재혁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 그의 기묘한 행적은 마치 한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 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양 전 회장은 측근보다 먼저 경찰에 붙잡혀 복수에 실패했다. 양 전 회장의 미스터리 행적을 추적해봤다.

지난 10월22일 양재혁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이 경찰에 검거됐다. 그가 실종 된지 101일만이다. 그는 부산 대연동 커피숍에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종업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양 전 회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양 전 회장이 감금·협박으로 실종된 게 아니라 잠적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양 전 회장이 처벌을 받을 지 관심이 쏠렸다. 처음 경찰은 양 전 회장이 단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인 데다가 "현재 수배돼 있는 전 삼부파이낸스 재무이사 하인봉씨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행적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말해 처벌은 애매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의잠적 잠정결론
공무집행방해 혐의

하지만 고의로 잠적해 수사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입건됐다. 그동안 경찰은 양 전 회장을 찾으려고 많은 수사 인력을 동원하는가 하면 양 전 회장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을 때마다 사실 확인에 들어가는 등 적지 않은 경찰력을 낭비해야 했다.

양 전 회장은 '고의잠적' 의심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23일 그는 "처음부터 자작극은 아니었고 자작극이라고 하면 하씨가 웃을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양 전 회장은 무슨 사유로 자택을 떠나 서울의 한 허름한 고시원을 숙소로 삼아 지내다가 갑자기 잠적해야 했을까. 그의 실종 101일간 행적을 추적해보니 마치 한편의 첩보영화 같았다.
지난 7월19일 연제경찰서로 실종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양 전 회장이 하씨를 만나러 나간 뒤 일주일째 소식이 없다"는 양 전 회장 동생의 전화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양 전 회장의 행적을 추적하려 했으나 미스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양 전 회장은 지난 7월13일 오후 2시쯤 "하씨를 만나러 간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집을 나섰고 그 뒤 3시간 만인 오후 5시13분 속초항 방파제 부근에서 종적이 끊겼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정상적인 배터리 방전이 아니라 누군가 배터리를 강제 분리한 신호가 기지국에 잡힌 것을 확인했다.

양 전 회장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세 달이나 연락이 두절된 것을 보아 양 전 회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까지 종합해 보면 양 전 회장은 하씨에 의해 납치나 감금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열흘 후 양 전 회장이 대구의 한 대형마트 CCTV에 찍히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실종 열흘 뒤인 7월23일 오후 4시, 양 전 회장은 아들이 사는 곳에서 7km 떨어진 마트에서 아들 명의 카드로 2만5850원 어치의 식료품을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CCTV 속의 양 전 회장은 눈에 띄는 개량한복을 입고 태연하게 물건을 둘러보는 등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회장님의 기묘한 실종 납치냐? 자작극이냐?
돈 들고 튄 측근 잡기 작전…첩보영화 방불

실종 54일째인 지난 9월5일에는 양 전 회장의 한 측근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씨가 중국 교포 둘을 매수해가지고 내가 지금 감금돼있습니다."


발신자는 양 전 회장 본인. 정말 양 전 회장은 하씨에게 납치된 것일까.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아들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신용카드가 사용됐다는 카드회사의 알림 문자였다. 당시 아들의 카드를 갖고 있었던 이는 양 전 회장이었다.

경찰은 이때부터 실종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고의잠적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양 전 회장은 같은 달 22일 경북 포항시 장어집에서 아들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에서 택시운전기사 휴대전화를 빌려 친구에게 전화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3일 낮 12시4분께 부산역 공중전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자 김모씨에게 전화해 "부산에 내려왔다"고 말을 한 뒤 도중에 전화가 끊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고의잠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경찰은 양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행적이 확인된 부산에 있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추적하는 중 22일 오후 5시25분께 커피숍에 양씨와 인상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종업원의 제보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그를 붙잡았다.

여기까지 경찰의 입장을 바탕으로 한 실종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양 전 회장의 말은 달랐다. 양 전 회장은 하씨는 만나지 못했지만 하씨의 대리인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양 전 회장에 따르면 지난 7월6일 인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방은 "하씨를 만나려면 13일 오후 6시까지 강원도 속초 방파제로 와라"라고 일방적으로 말한 후 끊었다. 양 전 회장은 고민 끝에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약속한 장소로 갔다.

약속시간 30분이 지나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조선족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하씨의 대리인이라며 양 전 회장의 휴대전화를 배터리를 분리토록 요구했다. 그리고 수신만 가능한 노키아 휴대전화를 양 전 회장에게 줬다.

속초 방파제에서
조선족 만났을까

속초에서 하룻밤을 보낸 양 전 회장은 다음 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이 대리인과 함께 자신이 거처하고 있던 서울 역삼동의 고시원으로 갔다. 영 전 회장은 이때 자신의 휴대전화를 고시원에 두고 나왔다.

이후 양 전 회장과 대리인은 경북 울진으로 내려가 3일을 보냈고 포항에서 또 3일을 보냈다. 대리인은 또 대구로 가자고 했다. 영 전 회장은 "현금이 충분히 있었지만 아들에게 자신이 무사하다고 알리기 위해 아들의 체크카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양 전 회장에 따르면 대리인은 하씨를 선처해 달라고 요구했고, 양 전 회장도 잡히는 것보다는 자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회유했다고 한다.

지난 8월30일 이 대리인은 양 전 회장에게 "하씨와 함께 갈 테니 원룸 인근에 있는 호텔에서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4시간이 지나도 하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리인은 "하씨가 11월30일에 자수를 할 것이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말을 남긴 후 사라졌다.


양 전 회장은 과거 자신의 경호원이었던 A씨와 함께 하씨를 찾아 나섰지만, 하씨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수중에 돈이 떨어진 양 전 회장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커피숍에서 지인을 만나려다 결국 자신을 알아본 커피숍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잡혔다는 것. 여기까지 양 전 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사건의 전말이다.

양 전 회장은 1999년 파이낸스 사태로 부도가 나기 전까지 국내 최대 규모였던 삼부파이낸스와 삼부건설 등 계열사 5개를 거느렸던 부산에서 이름난 거물이었다. 자산 규모만 1조5000억원에 달했고 연예계와 체육계도 주물렀다.

양 전 회장은 유사수신행위로 부산 경제를 뿌리째 뒤흔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는 1996년 1월 부산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한 뒤 '연수익률 30%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1999년 회사설립 불과 4년 만에 내부 부실운영과 이자 돌려막기에 의한 경영악화로 파산했다.

당시 부산지역 90여 개 파이낸스사 중 '삼부사태'로 29개 업체가 파산했고 피해액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가 부도나면서 삼부파이낸스에 돈을 맡긴 투자자 6500여 명의 2280억원이 날아갔다.

당시 이 사건의 피해인원이 3만 여명으로 추산돼 부산경제에 막대한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높은 수익률 보장이라는 대대적인 광고에 속은 부산지역 영세서민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을 삼부사태에 날린 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 와중에 양 전 회장은 고객투자금 1116억원을 빼돌려 계열사를 설립하고 호화생활 경비로 써버린 혐의 등으로 지난 1999년 9월 대검 중수부에 구속됐다.


경찰이 대신 추적하도록 유도?
잔여자금 챙긴 하씨는 어디에?

2004년 1월 출소 후 재기를 꿈꾸던 양 전 회장은 최측근이었던 하씨에게 맡겨둔 2200여억원을 손실 정산법인 ㈜CKA를 통해 찾으려 했다. 양 전 회장은 구속 수감 중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다는 취지로 ㈜CKA를 설립하고 삼부파이낸스 재무담당부사장을 맡았던 하씨를 대표이사로 앉혀 잔여자금을 맡겼었다. 하지만 하씨가 2200여억원과 함께 잠적해 그의 계획은 무산됐다. 출소 후 양 전 회장은 복수의 칼을 갈며 8년 넘게 하씨를 뒤쫓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은 시작된 것이다.

경찰의 수사가 진척되면서 이 실종사건의 주요 열쇠는 양 전 회장이 아니라 삼부파이낸스 부도 잔여자금을 관리해오던 하씨에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씨가 어디에 있는지, 그를 찾을 수 있는지가 사건을 풀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씨는 현재 양 전 회장 등으로부터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고소된 상태이며 2010년 자수해 조사를 받다 다시 잠적했다.

또 지난해 4월 경기도 여주에서 불심검문에 걸려 부산으로 인계된 후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양 전 회장이 해외에 나가있었던 데다 48시간 내 혐의점을 밝히지 못해 석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당시 양 전 회장 이외의 고소인과 대질심문도 벌였지만 혐의를 다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하씨는 정산법인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4월부터 검경에 의해 수배된 상태다.

삼부파이낸스가 한참 잘나가던 시절 양 전 회장은 하씨를 만났다. 당시 하씨는 세무공무원으로 삼부파이낸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다 양 전 회장의 신임을 얻어 영입된 후 삼부파이낸스 재무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양 전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양 전 회장의 하씨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고 알려졌다. 양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2200여억원에 달하는 삼부파이낸스 잔여자산을 하씨에게 모두 맡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랬던 하씨가 양 전 회장의 출소에 맞춰 그가 관리해오던 2200여억원과 함께 돌연 잠적하면서 두 사람은 졸지에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린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천억 원대 재산 은닉설'은 양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하씨가 실제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갖고 있는지 확인된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당시 양 전 회장이 횡령한 회사자금 대부분을 방탕한 호화생활로 탕진해 버려 수중에 남은 재산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 하씨가 실제 관리하는 돈은 2200여억원이 아닌 수십여억원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8년 동안 추적

연제경찰서 측은 양 전 회장의 속초에서 하씨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조선족 2명을 만났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작극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린 경찰은 양 전 회장이 애초에 하씨의 소재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양 전 회장이 속초 방파제에서 하씨를 만나기로 한 것 역시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경찰 측의 예측이 틀리지 않다면 양 전 회장은 잔여자금을 들고 달아난 하씨를 경찰이 찾아내게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 아래 가족까지 속이며 연극을 한 셈이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하씨와 잔여자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은닉 재산이 과연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는 도피 중인 하씨의 신병을 확보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씨는 수배 중인만큼 소재파악 등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양 전 회장은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하기 전에는 주택건설과 컴퓨터유통업을 하다가 1980년대 말 사채업체인 부민투자금융을 운영하면서 금융업계에 뛰어들었다.

양 전 회장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속에 동남은행과 부산지역 4개 종금사들이 무더기 퇴출당하면서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던 지역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펼쳐 부산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물이 됐다.

삼부파이낸스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양 전 회장은 심형래 감독이 제작한 영화 <용가리>에 22억원을 투자하고 <짱> <엑스트라> 등 100억여원을 영화산업과 공연물에 투자했다. 한때 부산을 쥐락펴락 했다. 또 삼부건설, 삼부엔터테인먼트, 삼부벤처캐피털, 한결파이낸스 등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기도 했다.

 

[양재혁 전 회장 검거되기까지]

▲1999년 1월       삼부파이낸스 설립
▲1999년 9월       양재혁 회장 구속
▲1999년 10월     삼부파이낸스 도산
▲1999년 12월     검찰 양재혁 회장 징역 15년 구형
▲2000년 1월       법원 양재혁 회장 징역 5년 구형
▲2000년 6월       정산법인 ㈜CKA 설립(최측근 하인봉씨 대표 선임)
▲2004년 1월       양재혁 전 회장 출소
▲2004년 4월       ㈜CKA 대표 하씨 잠적, 검찰 수배
▲2011년 11월      58억원 횡령한 ㈜CKA 직원 2명 구속
▲2012년 7월13일 양 전 회장 속초에 하씨 만나러 간 후 실종
▲2012년 7월19일 양 전 회장 아들 경찰에 신고
▲2012년 7월23일 대구 남구 대형마트 CCTV에서 양 전 회장 모습 포착
▲2012년 9월5일   양 전 회장 감금당했다고 한 측근에게 전화
▲2012년 9월22일  양 전 회장 경북 포항 장어집에서 아들 신용카드로 음식 값 지불
▲2012년 10월3일  양 전 회장 지인 김모씨에게 "부산에 내려왔다"고 전화
▲2012년 10월22일 양 전 회장 부산 대연동 커피숍에 지인을 만나러 왔다가 경찰에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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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