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남중국해 악몽 재현되고 있는 서해

중국의 남중국해 전략이 이제 서해로 북상하고 있다. 이것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해양 주권·경제 생명선·국가 전략체계 전체를 흔드는 구조 변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국회는 서해를 단순한 외교 사안으로 취급하며, 위기의 축적을 ‘조용한 일상’으로 오해하고 있다. 지금 서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시끄럽지 않아서 더 위험한 것이며, 조용해서 더 빨리 진행되는 변화다.

최근 미국 헤리티지재단 스티븐 예이츠 연구원이 “한국이 남중국해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중국해에서 일어났던 그 전략적 패턴이 서해에서 거의 동일한 속도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이 서해에서 잃고 있는 것은 ‘구조물 한 개의 관리권’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공간 자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진짜 골든타임은 끝난다.

침묵은 안정 아닌 전략 붕괴의 신호

중국이 올해 초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폐 시추선을 개조한 철제 구조물을 무단 설치한 사건은 구조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보 구조 전체를 흔드는 ‘전략적 지진계’에 가깝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수십년 동안 반복해 온 ‘기정사실화–군사화–영해화’ 전략을 서해에서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그 과정은 언제나 조용하고 단계적이며, 외교적 항의를 무시한 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지금 서해의 고요함은 평화의 징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이 사실상의 지배력을 굳혀가고 있는 위험한 침묵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항의성 메시지만 반복하고, 국회는 이를 국가 전략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전략 부재의 침묵이다.

중국 서해 전략은 남중국해 매뉴얼의 복사본

필자는 ‘서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남중국해에서 이미 검증된 전략의 재현’이라고 생각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법적 근거가 없는 선(구단선)을 그어 주변국의 항행권과 조사권을 제한했고,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조차 무시했다.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시설을 구축하며 해군·해경·민병대를 동원해 사실상 남중국해 90% 이상을 자기 나라 바다처럼 만들었다.

지금 서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움직임은 그 모든 과정과 유사한 패턴을 따른다. 구조물 설치는 ‘전진 거점 확보’를 의미하며, 지난 9월 한국의 조사선 추격과 활동 제한은 ‘영해 주장 실험’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미 서해에서 남중국해 방식의 1단계와 2단계에 착수했다. 우리나라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3단계 군사화는 시간문제다.

필리핀의 실패는 반드시 피해야


필리핀은 중국의 점진적 남중국해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자국 해역 안에 있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바위섬(스카버러 암초)’을 상실했다. 중국은 어민으로 위장한 민병대, 해경선, 무인기 등을 투입해 충돌 없이 점령하는 방식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했다.

필리핀은 국제 여론과 미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다 전략적 거점을 빼앗겼고, 그 이후에야 국제재판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실효를 얻지 못했다. 지금 필리핀은 중국의 물대포 공격과 고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해역만 유지하는 처지다.

만약 우리나라도 지금 대응을 미룬다면 필리핀처럼 뒤늦게 더 큰 사태를 맞을 것이다. 우리가 서해에서 보이는 소극적 태도는 필리핀의 과거 실수와 지나칠 만큼 닮아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필리핀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 막아야 한다.

서해는 한국의 경제·안보 생명선으로 DNA 모여 있는 곳

서해는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생명혈관이다. LNG 도입선, 원유 운반선, 반도체·배터리 수출선이 모두 서해를 통과한다. 이는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경제의 심장 박동에 해당하는 동맥이다. 동시에 서해는 전쟁 발발 시 한·미·일 연합전력이 진입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작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이 서해에서 지배력을 확보하면 우리의 경제 체력, 응전 능력, 외교적 자율성 모두가 제약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서해 문제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 정도로 축소하거나 단순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전략적 공간을 중국에 넘기는 꼴이 된다. 서해는 바다가 아니라, 한국의 번영을 떠받치는 구조적 기둥인데, 그 기둥이 지금 흔들리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 지형 특성으로 대부분의 강이 서해로 흘러 나간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강들이 서해로 연결돼있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DNA가 서해에 모여 있다는 의미다. 서해를 중국에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

대만해협·서해 운명은 하나로 연결

전문가들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가 한국의 중대한 국가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그 전략적 효과는 서해와 동중국해까지 확장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포위망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국가 전략의 자율성은 급격히 축소된다. “대만 문제는 조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지만, 이는 전략적 계산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의 침묵을 ‘한국은 이미 우리 영향권에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것이고, 이는 서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서해의 안정이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미국·일본·호주는 전략 속도 ↑ 한국만 정체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 체제에서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중국의 행동에 즉각 대응하는 전략체계를 갖췄다. 호주는 중국 군함이 태평양 연안까지 진출한 현상을 보고 해양 전략을 전면 재정비했다. 미국은 필리핀과의 공동작전을 강화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확대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 정치 일정에 발목이 잡혀 이 같은 전략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서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소모하고, 정부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만 우려하며 전략 발표를 미루고 있다. 중국의 시간표는 빠르고, 우리의 시간표는 느리다. 이 속도 차이가 바로 서해 붕괴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재명정부가 중국과 가깝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서해 위기 대응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과연 중국에 단호할 수 있느냐’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단 하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중국과의 거리·원칙·국가이익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다. 서해에서 그 원칙을 보여주지 못하면 외교·안보 전반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서해 수호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정부는 지금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심리를 전략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회피는 전략이 아니다. 억제는 전쟁을 막는 기술이며, 억제는 원칙과 행동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서해 기정사실화 저지 원칙을 공식화하고, PMZ 관리체계를 우리 주도로 재편하며, 서해 전용 감시체계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서해 전략회의를 정례 주재해 이 문제를 국가 전략의 최상위로 격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한·미·일 협의체에서 서해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리고, 서해 현상 유지 입장을 명확히 주장해야 한다. 국회도 서해 전략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고, 중국의 경제·관광·금융 보복에 대비한 사전 매뉴얼을 확정해야 한다. 국가가 움직여야 중국이 멈춘다.

동해서도 한국 주권이 시험대

최근에도 일본은 외교청서·교과서·해양조사 발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 ‘독도=분쟁 지역’이라는 인식을 쌓아가려는 장기 전략이다. 단발성 발언이 아니라 누적된 반복을 통해 한국의 여론과 정부 대응이 어느 순간 약해지는 틈을 노리는 방식이다.

결국 서해와 동해에서 각각 중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주권을 흔드는 ‘조용한 영토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실질 점유를, 일본은 분쟁화를 겨냥하며 한국의 전략적 침묵을 이용해 기정사실을 축적하고 있다.

이 상황을 개별 사건으로 분리해 다루면 오히려 위험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바다를 하나의 전략 지도 위에서 보고, 한국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통합 대응체계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한국의 경제 동맥과 안보 기반은 동시에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서해·동해의 근본적 질문은?

지금 서해와 동해는 우리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은 외교도, 군사도, 해양 관리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존재의 질문이다.

서해에서 중국은 조용한 기정사실화를 누적시키고, 동해에서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보이게 하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잠식하는 이중 압박이다.

만약 한국이 지금처럼 대응을 미루고 정치적 계산만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겪었던 치명적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경고는 이미 시작됐고, 침식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서해와 동해를 다시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되돌릴 것인가, 아니면 주변국 이슈로 취급되며 또 다른 침식을 허용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당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지금이야말로 그 기준점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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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