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남중국해 악몽 재현되고 있는 서해

중국의 남중국해 전략이 이제 서해로 북상하고 있다. 이것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해양 주권·경제 생명선·국가 전략체계 전체를 흔드는 구조 변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국회는 서해를 단순한 외교 사안으로 취급하며, 위기의 축적을 ‘조용한 일상’으로 오해하고 있다. 지금 서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시끄럽지 않아서 더 위험한 것이며, 조용해서 더 빨리 진행되는 변화다.

최근 미국 헤리티지재단 스티븐 예이츠 연구원이 “한국이 남중국해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중국해에서 일어났던 그 전략적 패턴이 서해에서 거의 동일한 속도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이 서해에서 잃고 있는 것은 ‘구조물 한 개의 관리권’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공간 자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진짜 골든타임은 끝난다.

침묵은 안정 아닌 전략 붕괴의 신호

중국이 올해 초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폐 시추선을 개조한 철제 구조물을 무단 설치한 사건은 구조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보 구조 전체를 흔드는 ‘전략적 지진계’에 가깝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수십년 동안 반복해 온 ‘기정사실화–군사화–영해화’ 전략을 서해에서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그 과정은 언제나 조용하고 단계적이며, 외교적 항의를 무시한 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지금 서해의 고요함은 평화의 징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이 사실상의 지배력을 굳혀가고 있는 위험한 침묵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항의성 메시지만 반복하고, 국회는 이를 국가 전략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전략 부재의 침묵이다.

중국 서해 전략은 남중국해 매뉴얼의 복사본

필자는 ‘서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남중국해에서 이미 검증된 전략의 재현’이라고 생각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법적 근거가 없는 선(구단선)을 그어 주변국의 항행권과 조사권을 제한했고,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조차 무시했다.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시설을 구축하며 해군·해경·민병대를 동원해 사실상 남중국해 90% 이상을 자기 나라 바다처럼 만들었다.

지금 서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움직임은 그 모든 과정과 유사한 패턴을 따른다. 구조물 설치는 ‘전진 거점 확보’를 의미하며, 지난 9월 한국의 조사선 추격과 활동 제한은 ‘영해 주장 실험’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미 서해에서 남중국해 방식의 1단계와 2단계에 착수했다. 우리나라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3단계 군사화는 시간문제다.

필리핀의 실패는 반드시 피해야

필리핀은 중국의 점진적 남중국해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자국 해역 안에 있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바위섬(스카버러 암초)’을 상실했다. 중국은 어민으로 위장한 민병대, 해경선, 무인기 등을 투입해 충돌 없이 점령하는 방식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했다.

필리핀은 국제 여론과 미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다 전략적 거점을 빼앗겼고, 그 이후에야 국제재판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실효를 얻지 못했다. 지금 필리핀은 중국의 물대포 공격과 고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해역만 유지하는 처지다.

만약 우리나라도 지금 대응을 미룬다면 필리핀처럼 뒤늦게 더 큰 사태를 맞을 것이다. 우리가 서해에서 보이는 소극적 태도는 필리핀의 과거 실수와 지나칠 만큼 닮아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필리핀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 막아야 한다.

서해는 한국의 경제·안보 생명선으로 DNA 모여 있는 곳

서해는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생명혈관이다. LNG 도입선, 원유 운반선, 반도체·배터리 수출선이 모두 서해를 통과한다. 이는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경제의 심장 박동에 해당하는 동맥이다. 동시에 서해는 전쟁 발발 시 한·미·일 연합전력이 진입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작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이 서해에서 지배력을 확보하면 우리의 경제 체력, 응전 능력, 외교적 자율성 모두가 제약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서해 문제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 정도로 축소하거나 단순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전략적 공간을 중국에 넘기는 꼴이 된다. 서해는 바다가 아니라, 한국의 번영을 떠받치는 구조적 기둥인데, 그 기둥이 지금 흔들리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 지형 특성으로 대부분의 강이 서해로 흘러 나간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강들이 서해로 연결돼있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DNA가 서해에 모여 있다는 의미다. 서해를 중국에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

대만해협·서해 운명은 하나로 연결

전문가들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가 한국의 중대한 국가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그 전략적 효과는 서해와 동중국해까지 확장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포위망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국가 전략의 자율성은 급격히 축소된다. “대만 문제는 조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지만, 이는 전략적 계산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의 침묵을 ‘한국은 이미 우리 영향권에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것이고, 이는 서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서해의 안정이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미국·일본·호주는 전략 속도 ↑ 한국만 정체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 체제에서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중국의 행동에 즉각 대응하는 전략체계를 갖췄다. 호주는 중국 군함이 태평양 연안까지 진출한 현상을 보고 해양 전략을 전면 재정비했다. 미국은 필리핀과의 공동작전을 강화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확대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 정치 일정에 발목이 잡혀 이 같은 전략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서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소모하고, 정부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만 우려하며 전략 발표를 미루고 있다. 중국의 시간표는 빠르고, 우리의 시간표는 느리다. 이 속도 차이가 바로 서해 붕괴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재명정부가 중국과 가깝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서해 위기 대응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과연 중국에 단호할 수 있느냐’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단 하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중국과의 거리·원칙·국가이익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다. 서해에서 그 원칙을 보여주지 못하면 외교·안보 전반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서해 수호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정부는 지금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심리를 전략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회피는 전략이 아니다. 억제는 전쟁을 막는 기술이며, 억제는 원칙과 행동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서해 기정사실화 저지 원칙을 공식화하고, PMZ 관리체계를 우리 주도로 재편하며, 서해 전용 감시체계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서해 전략회의를 정례 주재해 이 문제를 국가 전략의 최상위로 격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한·미·일 협의체에서 서해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리고, 서해 현상 유지 입장을 명확히 주장해야 한다. 국회도 서해 전략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고, 중국의 경제·관광·금융 보복에 대비한 사전 매뉴얼을 확정해야 한다. 국가가 움직여야 중국이 멈춘다.

동해서도 한국 주권이 시험대

최근에도 일본은 외교청서·교과서·해양조사 발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 ‘독도=분쟁 지역’이라는 인식을 쌓아가려는 장기 전략이다. 단발성 발언이 아니라 누적된 반복을 통해 한국의 여론과 정부 대응이 어느 순간 약해지는 틈을 노리는 방식이다.

결국 서해와 동해에서 각각 중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주권을 흔드는 ‘조용한 영토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실질 점유를, 일본은 분쟁화를 겨냥하며 한국의 전략적 침묵을 이용해 기정사실을 축적하고 있다.

이 상황을 개별 사건으로 분리해 다루면 오히려 위험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바다를 하나의 전략 지도 위에서 보고, 한국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통합 대응체계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한국의 경제 동맥과 안보 기반은 동시에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서해·동해의 근본적 질문은?

지금 서해와 동해는 우리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은 외교도, 군사도, 해양 관리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존재의 질문이다.

서해에서 중국은 조용한 기정사실화를 누적시키고, 동해에서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보이게 하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잠식하는 이중 압박이다.

만약 한국이 지금처럼 대응을 미루고 정치적 계산만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겪었던 치명적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경고는 이미 시작됐고, 침식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서해와 동해를 다시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되돌릴 것인가, 아니면 주변국 이슈로 취급되며 또 다른 침식을 허용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당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지금이야말로 그 기준점을 세워야 할 때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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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