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 조리사 쓰는 이유

‘밥맛? 몰라!’ 자격증만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요양병원에서 적용하는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자의 식사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조리사가 아닌 조리원과 영양사가 업무를 떠안고, 이 때문에 환자 식사와 위생 관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환자의 식사 질과 위생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집단 급식소 운영이 법적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만큼, 자격을 갖춘 조리사를 일정 규모 이상 채용한 의료기관에 추가 수가를 지급해 인력 확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돈 때문에?

현행 제도는 환자 식대에 붙는 기본 수가에 ‘가산’을 얹어주는 구조다. 일정 인원 이상의 조리사를 채용하면 병원은 그만큼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얻게 된다. 병원들은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확보해야만 추가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형식적 채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조리사 채용이 실제 조리 능력이나 위생 관리 역량과 무관하게, ‘자격증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영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실제 업무 환경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병원은 수가 가산 확보를 위해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하지만, 채용된 인력이 현장에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는 지적이다.


5년차 영양사 A씨는 “조리사라고 해서 다 조리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부는 설거지는 하지 않겠다, 쌀이 무거워서 밥은 못한다, 배식은 조리원이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업무를 피한다”고 토로했다. 또 “돈가스는 튀기지만 써는 건 조리원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기도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제 조리와 위생 관리의 상당 부분은 조리원과 영양사에게 전가된다. A씨는 “오히려 조리원 인력 중 더 성실하고 위생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가 무책임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영양사 역시 본래의 전문 업무인 영양 관리, 식단 관리, 위생 점검에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 인력 충원과 업무 조율에 매달리느라 하루 대부분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산 수가만 보고 우선 채용
환자들 식사 품질 저하 우려

요양병원 조리 인력이 처해진 상황은 전형적인 저임금·고강도 노동 환경에 속한다. 주말·공휴일에도 근무가 이어지고, 조리실 환경도 열악하다. 이 때문에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이라도 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사 자격증을 딴 뒤 현장에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병원은 하루 세 끼, 수십 명에서 수백 명 환자 식사 분량을 동시에 준비하는 대량 조리를 해야 한다. 환자가 먹을 음식이니 위생 절차도 까다롭고, 반복 노동강도가 높아 장기간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자격증 취득은 쉬운 편이지만, 실무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조리원 인력난도 마찬가지다. 조리원은 법적으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지만, 음식 손질·조리 보조·배식·설거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낮고 업무 강도는 높아 지원자가 적다. 특히 지방의 중소 요양병원일수록 조리원 충원이 어려워, 기존 인력의 피로도가 더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A씨는 “(채용돼) 들어온 조리사조차도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사람이 항상 부족하다”며 “영양사가 식단 관리보다 사람 채우는 데 더 신경 쓰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현장은 점점 지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환자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결국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떨어지고, 위생 관리도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능력·무책임자 많아”
업무는 조리원·영양사 몫

A씨는 “수가를 받으려는 병원은 어쩔 수 없이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하지만, 환자 식사 품질은 나아지지 않는다”며 “실제로 영양사가 관리하지 않으면 위생은 금세 엉망이 된다”고 토로했다.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환자 식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는 자격증 취득 과정과 실제 병원 조리실 업무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조리사 자격증은 ‘국가기술자격법’에 근거한 국가 자격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은 비교적 단기간의 학원 수강과 시험 준비로도 취득이 가능하다. 조리 기능 평가와 이론 시험을 거쳐 합격하면 곧바로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별도의 현장 실무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량 조리와 위생 관리가 필수인 병원 급식 업무와는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현장 적응을 못하거나 업무를 기피하는 점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라고 해도 병원 특수식, 다수 환자 대상의 대량 급식, 철저한 위생 관리 절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병원은 가산 수가를 위해 채용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들이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도의 전제가 “자격증을 갖추면 곧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격증 보유 여부가 현장 실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유명무실

그 결과 병원은 수가 가산을 위한 형식적 채용을 반복하고, 이에 따라 조리사·조리원 간 업무 불균형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환자 식사의 질과 위생 관리라는 제도의 본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형식적 조리사 채용 위법


과거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실제로 영양사와 조리사를 관리·감독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근로계약만 맺고 식대 가산을 청구한 사례에 대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가산금 제도의 본래 취지는 전문 인력을 상근으로 고용해 환자 식사의 질과 위생을 높이는 데 있다”며, 단순히 계약서상 명목만으로는 가산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당시 사건에서는 한 병원이 외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고 급식 업무를 사실상 맡긴 뒤, 해당 인력을 자사 소속으로 기재해 식대 가산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이를 “환자 식사를 책임지는 인력을 실제로 고용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꾸민 행위”라고 판단했고, 해당 병원의 가산 청구는 기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영양사·조리사의 채용 과정, 식단 작성과 식자재 검수, 위생 관리 등에서 병원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무를 타 기관이나 외부 위탁업체가 맡고 병원이 형식적으로만 인력을 둔 경우라면, 가산금을 청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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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최전선에서 일한 사람들이 있다. 방진복을 입고 사망자의 유해를 수습해 화장장까지 옮긴 장례지도사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수천 명의 고인을 모셨다. 하지만 대유행의 시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정산’을 끝마치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대부분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라는 이름의 감염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20년 1월20일 30대 남성의 감염으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전 세계 덮친 감염병 공포 코로나19는 기침, 재채기 등에서 발생하는 비말(침방울)을 매개 삼아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동을 통제했다. 집합시설의 이용 시간이 정해졌고 인원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2023년 5월 윤석열정부가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할 때까지 3년여 동안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각층은 코로나19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경제는 침체기에 빠졌고 문화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 4월11일 권준욱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말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경제 회복을 위해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다. 영화계, 공연계 등 관객 친화형 문화 콘텐츠는 나락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뀐 소비 패턴이나 생활 방식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드러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사회든 개인이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로나19라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당시 최전선에서 정부와 발맞췄던 장례지도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병원, 집 등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감염자를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한 후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시신 수습·화장장 운구 업무 방진복 입고 2년 동안 일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해는 화장장의 마지막 타임인 오후 6시 이후에 화장됐다. 지자체 등의 의뢰를 받은 장례지도사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같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를 운구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꼼꼼히 챙겨 입었어도 감염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국의 장례지도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A 단체가 서울, 경기, 충청 등의 일부 지자체와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비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회장 B씨에 따르면 아직 소송으로 가지 않은 곳까지 따지면 서른 개가 넘는 지자체가 A 단체에 채무가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시신 처리 및 장례 지원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 불안 요인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내놨다. 화장을 원칙으로 하고 유가족의 동의하에 ‘선 화장, 후 장례’를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이 임박하면 가족에게 알리고 장례식장에 장례지도사가 대기하도록 요청한다. 감염자가 사망하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보건소 등에 상황을 통보한다. 보건소는 장례지도사에게 개인 보호구를 지원하고 사망자가 머물던 장소를 방역·소독한다. 이후 사망자는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된다. 장례지도사들은 사망자의 유해를 비닐로 감싸고 보디백에 넣은 뒤 관에 담아 화장장으로 운구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염을 하거나 수의를 입히는 등 통상적인 절차는 할 수 없다. 화장장에 도착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화장한다. 유가족은 유골을 가지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완전 바뀐 사회 상황 B 회장은 “매일 아침 지자체에서 모셔야 할 고인이 몇 분인지, 어디에서 돌아가셨는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오후 6시 전까지 장례지도사들에게 연락해 고인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어디로 몇 명을 보낼지, 운구차는 어떻게 할지 등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셈이다. 이 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2년 동안 매일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 20명도 모셔봤다. 방진복을 챙겨 입었지만 다들 감염될까 무섭지 않았겠나. 그래도 최대한 예우를 다해 한 분, 한 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다. 그게 장례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A 단체가 2년여 동안 모신 사망자 수는 수천 여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2년여 뒤 A 단체가 직면한 상황은 법정 공방이다. 단체는 코로나19가 한창 퍼질 무렵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라 시신 수습과 화장장까지의 운구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B 회장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사망자를 수습하는 경우 우리 단체의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파 방지 비용’이라고 해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이던 환자가 사망해 장례를 치를 경우 감염 예방 및 관리 조치에 소용되는 비용을 300만원 한도로 지원했다. 2022년 6월19일 이전까지 사망자에게 지급된 비용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에게 주던 1000만원가량의 위로금과는 별개였다. 시신 수습, 안치, 입관 등 장례 절차 관련 비용과 관, 보디백 등 장례 물품, 운구 등 기타 전파 방지 관련 비용 등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먹구구 일 처리 B 회장은 “당시 우리 단체가 먼저 용역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질병관리청에 청구해 돈을 받아 다시 우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장례 관련 모든 절차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비용 지급 과정에서 우리 단체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장례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다 보니 말 그대로 먼저 (비용을) 청구하는 쪽이 우선이었다. 늦어지면 말 그대로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32개 지자체에서 받지 못한 비용이 4700여만원에 이른다. A 단체가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받아 일을 진행했지만, 전파 방지 비용은 사망자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지급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천안시에 주소지를 둔 감염자가 서울의 병원에서 사망하면 서울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하지만 비용 지급은 천안시에서 하는 식이다. A 단체는 받지 못한 돈이 큰 지자체를 상대로 ‘용역비’ 지급 명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지역 8곳, 경기 1곳, 충청 1곳 등 총 10개 지역 지자체에 2500여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서는 판결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보낸 후 여의치 않으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 단체는 “지자체는 이 비용에 관해 질병관리청에 질의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의 관계는 우리 단체와는 별개다. 지자체가 추경 예산을 사용하거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교부받는 등의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다. 우리가 비용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지자체는 우리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상대로 초과 비용 달라 법원마다 판결 천차만별 ‘분통’ B 회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은 또 있었다. 지자체마다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의 판결이 제멋대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법을 공부했다. 아무리 민사소송이라지만 법원 판결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실제 A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화해권고결정’으로 이어졌다. 지자체가 A 단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고 특정 날짜 이후에는 지연손해금이 붙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전액, 어떤 지자체는 반액, 또 다른 지자체는 ‘줄 수 있는 만큼’ 지급하는 방향으로 법정 공방이 마무리됐다. A 단체에 따르면 10개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중 7건의 판결이 나왔다. 비용 전액을 준 지자체는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절반, 일부 지자체는 1/3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총 1800여만원을 청구해 1200만원가량을 받은 셈으로 전체 비용의 70% 정도다. B 회장은 “우리 단체가 초과 비용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거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판결이 나온 직후 바로 비용을 지급했다. 거꾸로 말하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직무유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지침 등 안내서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 관련 비용 지원> 안내서는 8판까지 나왔다. 그는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안내서에 그 내용을 포함하는 식이다. 문제는 사안이 다 끝나고 나면 그 안내서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이다. 초과 비용 청구 문제도 초기 안내서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어나면 그땐 누가? B 회장은 “우리 단체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도 장례 관련 업무를 맡아 일했다. 사망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때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놨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그 대가가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받지 못한 돈이 몇십 만원 단위인 곳도 있고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인데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괘씸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단체가 발 벗고 나서겠느냐”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