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조국 미묘한 삼각관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1 10:44:30
  • 호수 1547호
  • 댓글 1개

물밑 신경전…벌써 대권 행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금관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 노선과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민주 진영의 적자 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여기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됐다. 혁신당은 지난달 21일, 조 전 대표의 복당을 최종 의결한 후 조 전 대표를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지명했다.

석방되고
논란부터

조 원장은 석방되자마자 논란을 일으켰다. 석방 직후부터 특유의 활발한 SNS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석방됐던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식사’란 게시글이었다. 이 게시글엔 된장찌개가 끓는 영상이 포함돼있었다.

조 원장의 가족이 함께 식사한 곳은 고급 한우전문점이었고, 된장찌개는 후식이었다. 조 원장에 대해선 지금까지 불거졌던 ‘서민 코스프레’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1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싼 집에서 먹었으면,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며 “그런 이미지를 다 가려놓고, 소박한 된장찌개만 게시해서 정말 가증스럽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저런 위선이 조국다운 것”이라면서 “입만 열면 진보를 언급하면서, 누구보다 기득권과 특권의 삶을 살아온 조국”이란 게시글을 올렸다.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우 고기를 다 먹고, 후식 된장말이밥을 SNS에 올리기 위해 가족을 조용히 시킨 후 된장찌개를 촬영해 올린 이가 그 유명한 ‘조국의 적은 조국’의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2030 남성이 70대와 비슷하게 극우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을 가장 많이 비판하는 세대·성별이 2030 남성이기 때문에, 이 발언도 곧바로 논란이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남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 이탈은 편향된 젠더 정책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 진영의 위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표창장·인턴 경력 위조로 대한민국 청년을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원장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2030 남성을 극우로 몰아세워 자신의 실패를 덮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300여차례 묵비권을 행사해 국민을 기만하던 조 원장이 이제 와서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광폭 행보 “정통성 내게 있다”
금관 쓴 사진으로 속내 드러낸 정?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2030 청년과 70대 어르신 모두 우리 국민이니, 나눠서 공격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사과의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게 사과의 시작”이란 게시글을 올려 조 원장을 비판했다.

조 원장 사면·복권을 공개 주장했던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원장의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성찰하고, 겸허히 때를 기다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조 원장은 이 같은 비판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된장찌개 논란에 대해선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는 글로 반박했다. 이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속이 좀 꼬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 같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4일엔 부산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2030 남성 전체가 극우화되진 않았다”며 “2030의 일부, 특히 남성 일부는 극우화돼있다고 본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나 고민하겠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의 행보는 SNS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그 결기를 계속 이어나가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두 사람은 극장을 방문해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을 함께 관람했다.

조 원장은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묘소 방명록엔 “돌아왔습니다. 그립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란 소감을 남겼다.

이 행보들은 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대를 비난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나눠 갖는 행보는 결국 “민주 진영의 정통성은 내게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국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정통성을 챙기는 행보는 곧 “이 대통령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지난달 2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이 대통령과 갈등하던 관계였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일컬어 “그냥 싫다. 생각하는 자체가 싫다”며 “분란을 만들어서 도와주기 싫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묘한 기류

지난 2023년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심판’을 명분으로 내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볼링을 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검찰 독재정권을 향해 스트라이크”라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의 당선 후 행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개혁신당 예방을 생략했다. 이어 지난달 5일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을 직접 하려고 한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의힘 정당해산 가능성을 강도 높게 언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미묘한 관계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방문 도중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이미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정 대표는 지난달 20일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해 천마총 금관을 감상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대표 맞은편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가 마치 금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듯한 사진이 촬영됐다.

정 대표는 다음 날 해당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게시글을 봤다. 이후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있는데도 ‘왕’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거나 “이 대통령을 무시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당선 이후 당내 비중과 관련된 각종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고,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 대표를 지지했다. 당선 직후의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고, 외부 방송인이 지지한 정 대표가 당선된 상황은 정치적 파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적도 없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지난 2005년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특이한 건 민주당 소속 시장임에도 민주노동당 내부 그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과 연정에 가깝게 시정을 운영했단 것이었다.

“안미경중
못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김미희 시장 후보와 단일화한 후 시장에 당선됐고, 김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수위원회엔 김 후보가 소속됐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참여했다. 성남시 청소 용역 업무도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정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정치권 인맥이 빈약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 당선 이후 김씨에 대해선 “민주당의 상왕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과 접점이 없는 조 원장·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조 원장은 곧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물의를 일으켰고, 그 뒷감당은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는 것으로 치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진행한 한일·한미 정상회담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류가 갈등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당 주류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침묵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학생운동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23년 6월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선전 행사에 참석한 후 “티베트 인권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발언을 하자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이 친중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에선 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 발표문은 지난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가 담겼고,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한일·한미일 협력 인식 공유 ▲상생 협력 추구를 위한 체계 기틀 마련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관련 협력 지속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 달라”면서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성공적 정상회담 계기
민주당과 다른 길 가능성

그러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세계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 주시길 기대한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에 맞는 덕담을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한국이 과거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이른바 ‘안미경중’ 노선을 취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책이 중국 견제 방향으로 명확해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기본 정책과 어긋나게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엔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발언 후 곧바로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면 우리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번 붙기 시작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엔 ▲이라크전 파병 ▲한·미 FTA 체결 등 친미 노선을 걸었고, 열린우리당과 진보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게 내부 투쟁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여기서 패해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수난을 당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외교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정 대표 당선과 조 원장의 행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명한 외교 노선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센 시기는 취임 직후가 아니라 취임 이전 당선인 시절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곧바로 취임해 당선인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어준씨는 지난 6월 더 파워풀 콘서트를 개최해 ▲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1만 이상의 인파를 집결시켰다.

일련의 흐름을 놓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게 위력 시위를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김씨·정 대표·조 원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 비주류를 상기시키면서 ‘군기 잡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조 원장에게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합당 압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1일 유튜브 방송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생각·이념·목표가 같다면, 민주당·혁신당이 합당해서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한다”며 “찬반이 있지만, 합당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적자 쟁탈

하지만 조 원장의 행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이어지자 합당론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합당론은 ‘민주 진영 적자’ 자격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정 대표·조 원장의 삼각관계는 현 정부의 적통은 누구고, 진짜 실력자는 누구인지 확인하는 미묘한 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정 대표와 조 원장의 언행을 놓고 벌써 차기가 거론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 사람 모두 “내가 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진짜 적자는 누구일까?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