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조국 미묘한 삼각관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1 10:44:30
  • 호수 1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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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신경전…벌써 대권 행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자마자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금관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통적 외교 노선과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민주 진영의 적자 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여기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됐다. 혁신당은 지난달 21일, 조 전 대표의 복당을 최종 의결한 후 조 전 대표를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지명했다.

석방되고
논란부터

조 원장은 석방되자마자 논란을 일으켰다. 석방 직후부터 특유의 활발한 SNS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석방됐던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 식사’란 게시글이었다. 이 게시글엔 된장찌개가 끓는 영상이 포함돼있었다.

조 원장의 가족이 함께 식사한 곳은 고급 한우전문점이었고, 된장찌개는 후식이었다. 조 원장에 대해선 지금까지 불거졌던 ‘서민 코스프레’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1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싼 집에서 먹었으면,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며 “그런 이미지를 다 가려놓고, 소박한 된장찌개만 게시해서 정말 가증스럽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엔 “저런 위선이 조국다운 것”이라면서 “입만 열면 진보를 언급하면서, 누구보다 기득권과 특권의 삶을 살아온 조국”이란 게시글을 올렸다.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우 고기를 다 먹고, 후식 된장말이밥을 SNS에 올리기 위해 가족을 조용히 시킨 후 된장찌개를 촬영해 올린 이가 그 유명한 ‘조국의 적은 조국’의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2030 남성이 70대와 비슷하게 극우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을 가장 많이 비판하는 세대·성별이 2030 남성이기 때문에, 이 발언도 곧바로 논란이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남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 이탈은 편향된 젠더 정책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 진영의 위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표창장·인턴 경력 위조로 대한민국 청년을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원장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2030 남성을 극우로 몰아세워 자신의 실패를 덮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300여차례 묵비권을 행사해 국민을 기만하던 조 원장이 이제 와서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광폭 행보 “정통성 내게 있다”
금관 쓴 사진으로 속내 드러낸 정?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2030 청년과 70대 어르신 모두 우리 국민이니, 나눠서 공격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사과의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게 사과의 시작”이란 게시글을 올려 조 원장을 비판했다.


조 원장 사면·복권을 공개 주장했던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원장의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성찰하고, 겸허히 때를 기다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조 원장은 이 같은 비판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된장찌개 논란에 대해선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는 글로 반박했다. 이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속이 좀 꼬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 같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4일엔 부산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2030 남성 전체가 극우화되진 않았다”며 “2030의 일부, 특히 남성 일부는 극우화돼있다고 본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됐나 고민하겠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의 행보는 SNS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그 결기를 계속 이어나가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두 사람은 극장을 방문해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을 함께 관람했다.

조 원장은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묘소 방명록엔 “돌아왔습니다. 그립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란 소감을 남겼다.

이 행보들은 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대를 비난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나눠 갖는 행보는 결국 “민주 진영의 정통성은 내게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국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정통성을 챙기는 행보는 곧 “이 대통령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지난달 2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이 대통령과 갈등하던 관계였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일컬어 “그냥 싫다. 생각하는 자체가 싫다”며 “분란을 만들어서 도와주기 싫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묘한 기류

지난 2023년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심판’을 명분으로 내걸고 단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볼링을 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검찰 독재정권을 향해 스트라이크”라는 글을 올렸다.

정 대표의 당선 후 행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개혁신당 예방을 생략했다. 이어 지난달 5일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을 직접 하려고 한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의힘 정당해산 가능성을 강도 높게 언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미묘한 관계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전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방문 도중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이미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정 대표는 지난달 20일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해 천마총 금관을 감상하는 사진을 올렸다. 정 대표 맞은편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가 마치 금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듯한 사진이 촬영됐다.

정 대표는 다음 날 해당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게시글을 봤다. 이후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있는데도 ‘왕’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거나 “이 대통령을 무시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 당선 이후 당내 비중과 관련된 각종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고,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 대표를 지지했다. 당선 직후의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고, 외부 방송인이 지지한 정 대표가 당선된 상황은 정치적 파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적도 없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지난 2005년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특이한 건 민주당 소속 시장임에도 민주노동당 내부 그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과 연정에 가깝게 시정을 운영했단 것이었다.


“안미경중
못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김미희 시장 후보와 단일화한 후 시장에 당선됐고, 김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수위원회엔 김 후보가 소속됐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참여했다. 성남시 청소 용역 업무도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정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정치권 인맥이 빈약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 당선 이후 김씨에 대해선 “민주당의 상왕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과 접점이 없는 조 원장·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조 원장은 곧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물의를 일으켰고, 그 뒷감당은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는 것으로 치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진행한 한일·한미 정상회담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류가 갈등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당 주류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침묵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학생운동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2023년 6월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선전 행사에 참석한 후 “티베트 인권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발언을 하자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이 친중 성향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에선 이 대통령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 발표문은 지난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가 담겼고,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한일·한미일 협력 인식 공유 ▲상생 협력 추구를 위한 체계 기틀 마련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관련 협력 지속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 달라”면서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성공적 정상회담 계기
민주당과 다른 길 가능성

그러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세계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 주시길 기대한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에 맞는 덕담을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한국이 과거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이른바 ‘안미경중’ 노선을 취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정책이 중국 견제 방향으로 명확해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기본 정책과 어긋나게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엔 “반미 좀 하면 어떠냐”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발언 후 곧바로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면 우리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번 붙기 시작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엔 ▲이라크전 파병 ▲한·미 FTA 체결 등 친미 노선을 걸었고, 열린우리당과 진보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게 내부 투쟁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여기서 패해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고,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수난을 당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외교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정 대표 당선과 조 원장의 행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명한 외교 노선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센 시기는 취임 직후가 아니라 취임 이전 당선인 시절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곧바로 취임해 당선인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어준씨는 지난 6월 더 파워풀 콘서트를 개최해 ▲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1만 이상의 인파를 집결시켰다.

일련의 흐름을 놓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게 위력 시위를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김씨·정 대표·조 원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 비주류를 상기시키면서 ‘군기 잡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조 원장에게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합당 압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1일 유튜브 방송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생각·이념·목표가 같다면, 민주당·혁신당이 합당해서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한다”며 “찬반이 있지만, 합당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적자 쟁탈

하지만 조 원장의 행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이어지자 합당론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합당론은 ‘민주 진영 적자’ 자격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이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정 대표·조 원장의 삼각관계는 현 정부의 적통은 누구고, 진짜 실력자는 누구인지 확인하는 미묘한 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정 대표와 조 원장의 언행을 놓고 벌써 차기가 거론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세 사람 모두 “내가 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진짜 적자는 누구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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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