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고객 VS 펜션 업주 급발진’ 옥신각신, 왜?

“막무가내 퇴실 요구 황당해”
일부 “초과 요금 미지불 꼼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여름 휴가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숙박시설을 이용한 피서객들과 업주 간 의견 충돌 사례가 늘고 있다. 펜션 등 숙박시설이 광고했던 것과는 달리 비위생적이라거나 객실 이용 기준을 두고 업주와 손님이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펜션에서 쫓겨났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먼저 올렸던 글을) 사정이 있어 지웠었는데, 저희 가족이 진상이 돼있어서 다시 남긴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총 다섯 가족이 방문했었고 편의상 B(2명), C(2명), D(4명), E(3명), F(2명)라고 하겠다. 놀러 간다는 계획이 잡혔을 때 제게 ‘방을 알아보라’고 해서 15명 이상 인원이 되는 숙박업소를 알아봤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여러 숙박 업소를 검색했으나 결국 큰 고모부 측에서 예약한 곳으로 가게 됐다.

그는 당일 오후 6시20분쯤 해당 펜션에 동생과 함께 도착했으나 당시 E 가족은 인근 해수욕장에 있었다. 이후 E 가족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데, 마침 펜션 업주가 “총 인원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옆에 있던 고모부가 “총 14명이고 영유아 2명이 포함돼있다”고 하자 업주는 “왜 그 사실을 이제야 말하느냐? 홈페이지에 인원 초과 시 환불 조치 없이 퇴실이고, 환불은 불가하니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퇴실 요청에 고모부가 “영유아 포함인지 확인을 못했다. 추가금을 내겠다”고 제안했으나 업주는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이용하셨을 것 아니냐? 환불은 못해주겠으니 나가라”며 재차 퇴실을 요청했다.

결국 이날 다섯 가족은 해당 펜션에서 고기만 구워 먹은 후 B 가족 집으로 가야 했다.

“저희가 추가금을 낸다고 해도 사장님은 E 가족과 큰소리치시며 나가라는 말만 했고, 자리가 불편해서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A씨는 “주작이나 꾸민 상황 없이 제가 본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에 가면서 어이가 없어서 해당 펜션의 리뷰를 찾아봤는데 당연히 좋은 것도 있었지만 불친절하다던가 만족을 못한 내용도 상당히 많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날 개인적으로 사장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저도 어이가 없고 황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글을 올린 것”이라며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는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아는 한에서 답변 남겨드리겠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문자메시지 예약 내역, 통화 내역 이미지 캡처본도 함께 첨부했다.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애완견은 없었다. 할머니 생신 차 가족끼리 모인 자리였다. 다들 다른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저녁에 온 거였고 4인 기준(최대 6인) 방을 2개 잡아서 총 12명 수용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다만 영유아 관련 약관은 잘 읽어보시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먹다가 업주가 몇 명이 묵느냐길래 ‘영유아 포함 14명’이라고 했더니 왜 ‘영유아는 결제하지 않았느냐’며 ‘기분 나쁘니 환불 없이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얘기가 오가고 30~40분 지나서 E 가족이 도착해 ‘추가 인원이라 안 되면 다른 곳에서 자겠다’고 했지만 업주는 ‘됐다. 나가라. 환불은 없다’고 해서 말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원들의 의견은 펜션 업주의 잘못과 진상 고객이라는 두 의견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글은 펜션 업주 측의 과오라고 해석했다.

회원 ‘이OOOO’은 “원래 인원 초과로 인한 환불 없는 퇴실은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걸 일부로 간과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2명이 초과됐으면 2명만 다른 곳에서 자면 될 일인데 홈페이지에 적어 놨으니 땡이라고 하면 골 때리는 것”이라며 “사채업자가 이자 80%라고 계약하면 그대로 지켜야 하느냐? 법에는 상식과 현실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요금도 안 된다면 업체는 2명만 다른 곳에서 자야 한다고 안내하고 고객은 받아들이면 되겠지만, 그것조차 거부한다면 지탄받고 경찰도 부를 수 있다”면서도 “오직 환불 없는 퇴실만 요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A씨의 잘못을 지적했다.

회원 물이OOOOO는 “도착해서 ‘인원이 아이들 포함이라 14인 초과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문의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업주가 물어보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가셨겠죠?”라고 의심했다.

이 같은 지적에 A씨는 “저도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E 가족은 해수욕장을 다녀와서 도착하자마자 환불 없이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고, 도착 후 짐만 풀어놓고 고기 먹다가 쫓겨난 상황이라 황당해서 쓴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회원도 “E 가족은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니냐. 최대 인원이 초과됐는지 안 됐는지만 중요하고 초과 요금 안 내려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며 “그냥 손님이 잘못한 것이다. 보통 호텔도 (인원 제한 초과) 걸리면 그냥 퇴실인 곳도 있다”고 거들었다.

또 다른 회원도 “본인이 인원 규정 어긴 것부터 잘못했다. 규정을 지켰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원인 제공을 해놓고 피해자처럼 써놨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도 “다른 후기들과는 상관없다. (A씨 일행이) 규정을 어긴 건 맞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한쪽 주장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중립 댓글도 눈에 띈다.

데OOOOO는 “펜션 사장 입장도 안 듣고 이런 글 올라오면 댓글 쓰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쪽 편도 안 들고 글 내용만 갖고도 글쓴이 잘못이 더 큰 건데 펜션 사장은 왜 욕하느냐?”며 “인원은 여행 계획 때부터 정해지고, 영유아든 초등학생이든 예약 단계에서 말하지 않은 게 착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몰라서? 나이 많은 어른이라서는 건 본인들 합리화고 증거도 없는 주장일 뿐”이라며 “마음 먹고서 추가 비용 내지 않으려고 생각한 쪽이 더 가능성이 근데 펜션 업주는 작정하고 속이려 한 것으로 믿고 행동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만약 업주가 발견 못했으면 추가금 내지 않고 이용했을 텐데…반대 입장에서 본인들이 장사하는 사람인데 인원 제대로 얘기 안 하고 이용하면 ‘아, 그럴 수 있겠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도 “이런 사연들의 대다수가 그렇듯 글쓴이의 일방적인 입장이 서술된 경우가 많은데 이쯤 되면 이슈가 됐으니 업주분의 입장도 들어봐야 할 듯”이라며 “전후사정 차치하고 첨부된 불만 리뷰 내용 보면 공통점은 규정을 어긴 사람들이다. 정해진 운영 약관에 동의 후 이용했을 텐데, 자신의 편리를 위해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고 불평불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쓴이님도 해당 리뷰 캡처본 첨부할 때 내용 파악됐을 텐데 과연 도움이 될 만하다고 판단하시는지 의문”이라며 “본문 내용조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몰지각한 이용자들의 주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연 모두가 100% 사실이고 불리할 만한 내용을 제외시킨 게 아니라면 당연히 펜션 업주는 강한 지탄을 받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건은 퇴실 조치가 아니라 환불받아야 할 것 같은데?” “환불 없이 퇴실을 요구하는 불공정 계약이 말이 되느냐?”며 A씨를 두둔하는 댓글들도 다수 달렸다.

이 외에도 “예약자도 잘못이긴 한데 입실할 때 미리 얘기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펜션 업주도) 바로 내쫓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충분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 “솔직히 글쓴이도 자초지종을 모르는 것 같다. 여론몰이하려고 올리기는 했으나 보다시피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등 양측 모두를 저격하는 댓글도 달렸다.

A씨는 글 말미에 “방금 통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E 가족은 방문하지 않기로 돼있었고, 내용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12명(성인 10명, 영유아 2명)으로 예약했었다. 결제 후 사장님과 통화하고 추가 결제로 넉넉하게 최대 인원 수로 맞춘 것”이라면서도 “언제 방문하기로 결정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추가글을 덧붙였다. 

해당 글은 26일 오후 3시 현재 1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읽었으며 573개의 댓글 및 974명이 추천 버튼을 누른 것으로 확인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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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