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민석 총리는 어디 있나?

이재명정부 초기 내각 인선, 3대 특검 등 굵직한 사안이 추진되고 있을 때 김민석 국무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광복절 행사와 대통령 국민임명제로 민심이 다시 둘로 나눠져 요동치고 있는 데도, 김 총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총리는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검토해 걸러내고, 다시 정책으로 구현하는 행정 책임자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자리기도 하다. 또 대통령의 절대 권력을 견제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동시에 무리한 업무 추진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그런데 김 총리는 최근 국민 요구를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지도 않았고, 특히 대통령의 잘못된 드라이브 정책에 제동을 걸지도 못했다. 대통령을 대신해 행사장에 가는 게 고작이었다. 필자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국민의 생각이고 여당 인사까지도 흘리는 말이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 축사를 대신 읽는 대독 총리나 행사장에 불려다니는 의전 총리는 원치 않는다.

새 정부는 출범 첫날이었던 지난 6월4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총리로 지명했고, 30일 후 국회는 여당 단독으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8일 취임 이후 지금까지 40여 일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총리는 취임사에서 "첫 30일간 국정 파악과 업무 시스템 정비에 집중해 국정 중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안정되도록 보좌하겠다"며 30일을 열흘씩 나눈 업무계획 '10X3 플랜'을 발표했다.  


그는 계획대로 첫 번째 10일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고 명한 대로 폭염, 호우 등 자연 재난,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 예방에 집중했고, 두 번째 10일은 공직사회의 시스템 점검에 주력했고, 세 번째 10일은 정책 점검에 집중했다.

지금까진 김 총리가 국정 전반을 파악하는 시간이었으니 굵직한 이슈가 있는 현장에 책임감 있게 나타나지 못했던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총리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 외교안보 문제는 대통령에게 맡기고 국내 모든 문제는 책임지는 자세로 강한 리더쉽을 보여줘야 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내각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인데 실제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에 눌려 대통령의 얼굴 마담이나 대리인 역할을 해온 게 우리나라의 아픈 흑역사다.

그러다가 DJP연합정부 때 자민련 출신 총리가 연립 정권의 지분자로 참여하면서 상당한 권한 행사를 했고, 이어 노무현정부 때 노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가졌다.

노정부 때 책임총리, 실세총리로 불렸던 이해찬 총리는 이런 제도적 혜택을 봤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고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을 지휘하는 등 현실 정치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책임총리 얘기를 할 때마다 이해찬 총리가 언급되고 있다.

이회창 총리는 김영삼정부의 책임총리는 아니었다. 대법관 출신으로 대통령의 방탄 역할에 지나지 않던 총리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는 말을 남기고 4개월 만에 사퇴했다.

이재명정부의 김 총리가 이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에 눌려 헌법상 총리로서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힘없는 허수아비 총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이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결단을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놓고 정대철 헌정회장과 만나 조기 대선 전에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는 데 동의했고, 구체적인 개헌 방안으로 책임총리제를 언급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 전 개헌의 첫 단추인 책임총리제를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임총리제는 총리 권한을 확대해 대통령 권력을 분할하는 것이다. 즉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은 국무위원 제청권,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 행정 각부 통할권 등인데, 여기서 '제청'과 '건의'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재가가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정부 2인자'인 총리도 일부 나눠 갖자는 게 책임총리제의 핵심이다.

책임총리제는 실제 권한 행사가 어려운 총리의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인 '권력 집중'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현행 헌법상 총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그래서 이제 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이 대통령이 대선 당선을 위해 자신의 집권기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로 책임총리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야 하기에 제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의 신뢰와 권한 위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친필로 “국정을 운영하다 성공한 일은 다 총리 책임이고, 실패한 건 다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하라“고 쓴 확인서를 김 총리에게 줘서라도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대표는 연일 국정에 개입하고 있는 데, 정작 나랏일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리는 잘 안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혹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책임총리 역할을 잘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정치 내공이 강한 김 총리에게 권한만 주어진다면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으로서 보여준 강한 리더쉽을 통해 책임총리 역할을 더 안정적으로 잘 하리라 믿는다.

1990년대 중반 대학가 운동권에서 "판사를 하려면 이회창처럼, 검사는 홍준표처럼, 변호사는 노무현처럼 하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총리를 하려면 김민석처럼 하라”는 말도 유행어가 될 수 있도록 김 총리가 고군분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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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