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돈줄과 총알받이, 기로에 선 한미동맹

트럼프 뻥카와 이재명 베팅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 협상은 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대표적 동맹 협력의 이면이다. 1991년 처음 분담금을 지원한 이래,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해마다 조정·분담해왔다.

군사동맹
역할 전환

분담금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주한미군 한국인 인건비·군사시설 건설·군수지원 등 한반도 동맹의 실질 운영비다. 2026년 기준, 연간 1조5192억원(한화 기준)이 투입되고 있고, 향후 2030년까지 물가상승률에 따라 추가 인상이 예정돼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해 온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본질은 ‘비용’ 그 자체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수십년간 미국의 대외적자, 무역불균형, 과도한 동맹국 군사비 부담을 문제 삼으며 “한국은 더 내야 한다,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숫자 이상의 정치·외교적 함정이 숨어 있다.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 이면에는 한·미 군사동맹의 역할 전환이 내포돼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단순히 북한 억제용’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안보플랫폼, 미·중 패권경쟁, 대만 해협 등 훨씬 넓은 전략적 유연성의 도구이길 원한다. 즉, ‘한반도 전용’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을 위하거나 동맹국(일본·필리핀·대만) 안보에도 쓰겠다. 그 대신 돈으로 내든지, 전략협조를 더 하든지 선택하라”는 압박이다.


연 1조5192억원 투입
2030년까지 추가 예정

무역·관세 협상의 ‘레버리지’로도 활용된다. 실제로 트럼프가 방위비 언급을 관세·무역선언과 연계하며, 협력 부족 땐 보복관세 카드까지 암시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은 전체 주한미군 운용비 대비 한국 분담이 30%라고 주장하지만, 구체 내역의 투명성은 여전히 낮다. 실제로 미국은 일부 미집행금(수조원 대)이 쌓여가고 있음에도 더 높은 금액만을 요구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매년 인플레이션과 조건, 미국 의회의 압력에 따라 증액되는 한국 분담금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최근 10년 간 꾸준히 증가했고(2025년 연간 1조5000억원+), 인건비·군사시설비 외에 각종 면세, 카투사·경찰·부동산 지원, 훈련 지원 등 간접 비용까지 합하면 실제 체감 부담은 수조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외 여론조사에서 한국 시민 68~94%가 분담금 인상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다. 시민단체, 노동계는 ‘세금 퍼주기 그만, 대폭 삭감’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한국이 덜 낸다’는 정치·언론 프레임을 반복한다. 실제 미군 기지 철수·축소 위협, 중국 견제 동참 요구 등 ‘돈’ 이상을 요구하는 협상 패턴이 일반화됐다.

트럼프는 방위비, 무역관세, 기술이전 등 모든 대외정책 카드를 ‘협상지렛대’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주한미군 주둔 및 방위비 분담의 경우, “우리는 한국 덕에 돈도, 방위도 대신해주며 피해만 봤다”는 식의 대중정치를 펼치며, 한국을 단순 ‘머니 머신’(돈줄) 취급하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통상·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카드를 같이 꺼내, 한국이 압박에 순응하면 관세 유예·경감 등을 교환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혹은 유사 성향의 미국 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미동맹 자체가 ‘돈’과 ‘동북아 전략이익’으로 더욱 적나라하게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 중국과의 패권 경쟁, 경제 이익 중심, 일방주의, 공포 조성하며 협상하는 거래주의 등의 성향으로 한미동맹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대만 방어 투입 등 역할 확대와 방위비의 대폭 증액 모색이라는 두 가지 도전적 과제를 다룬다.

주한미군의 지역 안보 역할 확대 모색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3월 중순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 미 본토 방위와 함께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한국이 북한의 위협 억지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며 국방비 증액을 압박할 것임을 명시했다. 또 3월30일 도쿄에서 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헤그세스 장관에게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의 동중국해 전역(戰域)과 남중국해 전역, 그리고 한반도 전역을 하나의 전역(one theater)으로 설정하고 한국,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이 함께 방위협력을 강화하자고제안하자 이에 호응했다.

이미 한미연합사령관들은 2021년 부임한 러캐머라 대장부터 주한미군의 지역 안보 투입을 적극 모색해왔다. 2022년부터 시진핑 주석이 군에게 2027년까지 대만 공격 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지난 4월 초 중국군의 무력침공을 상정한 대만 합동군사훈련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대만군 참모총장의 고문으로 참가해 전시 상호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대만 분쟁에 파견되면 한국이 국제법상 중립의무 위반이 될 수 있어 중국의 공격 사유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이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양안 간 분쟁 투입은 물론이고 한국군도 이를 어떤 행태로든 지원해 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방위비 분담금 폭증 요구와 한미동맹의 안보 딜레마인 방기와 연루의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우리와 협의없이 미국에 전역 통합을 제안한 것은 한국의 국가 주권을 침해한 것이고, 반중 신냉전 구도를 조성하며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도이다. 양안 분쟁시 일본의 참여가 기정사실화 되고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을 동원하고 한국군도 자동적으로 연루되도록 도모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양안사태에 투입되면 한국의 미군기지가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되며 한중관계는 준적국 관계로 악화할 수 있다. 미국의 속내를 파악한 일본이 이를 이용해 한국을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 몰아넣은 것이다.

전략적
딜레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시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면서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5배나 더 내라고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작년 대선 기간 중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 지칭하면서 자신이 연임했었다면 9배 정도의 분담금을 받고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만간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방위비분담금은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 Agreement)으로 선의로 주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1990년까지 토지와 시설을 제외한 모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해왔는데 1991년부터 우리가 특별히 일부 부담해주는 일종의 선물이다. 1978년부터 주기 시작한 일본이 ‘배려예산’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분담금은 1991년 1073억원에서 시작해 2026년부터는 1조5192억원으로 이미 15배나 늘었다. 작년 10월 한미 합의로 결정되었고 한국 국회의 비준까지 마쳤다. 미국은 행정협정이므로 대통령이 재협상을 지시할 수는 있지만, 국가 간 상례에 어긋난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금액은 GDP 대비로 비교하는 것이 통례인데, 독일 0.01%, 일본 0.037%, 한국 0.056%로 한국이 독일은 물론이고 일본보다 1.5배나 많다. 더구나 일본과 한국의 계산법이 달라 일본은 토지이용료를 분담금으로 계산하지만, 한국은 빠진다. 따라서 우리가 주한미군에 제공하는 토지이용료와 주일미군에는 없는 카투사 임금까지 더하면 1조원이 넘으므로 실제 GDP 분담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2.5배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미국 방산물자를 수입하는 최대 고객 중 하나이고, 주한미군이 단지 북한만 억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세계전략의 최우선 과제인 중국 견제와 억지 역할을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너무 수세에 몰릴 이유가 없다.


한국의 안보는 한국군이 책임지고 주한미군은 보조적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다. 이것이 위기라고 인식되는 것은 한국군이 북한군보다 월등한 재래식 군사력을 가졌지만 작전기획과 지휘능력이 부족해 미군이 보조만 하면, 제 구실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3조7000억원까지 올려야” 주장
숨은 정치·외교적 함정 보니⋯

한국전 이후 우리 군은 지휘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전쟁 기획과 지휘를 미군사령관에게 맡겨두어 미군 없이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94년 평시작전권을 환수했지만 그 즉시 연합권한위임(CODA)으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작계 수립, 교리 발전, 위기관리, 연합훈련등 핵심사안들을 재위임했으므로, 사실상 전평시 작전권을 미군사령관이 계속 행사해왔다.

따라서 조속히 CODA 중 작계 수립과 연합훈련 권한 등을 환수하고 전작권도 시점을 정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환수해 우리 군의 독자적인 기획과 지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주한미군 역할 확대 모색에 대한 대응하나의 전역화 제안에 대해 정부는 일본 정부에게 강한 유감과 함께 강력히 항의해 시정해야 할 것이다.

미·일은 의기투합했으므로 우리가 침묵하면 기정사실로 진전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는 미국과 일본의 전략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독립된 주권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물론 주한미군에 해군 선박은 없고 공군도 대만 작전은 어렵다. 단지 군산에 배치된 F-16이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급유를 받으면 대만 작전이 가능하다. 양안분쟁 시 한국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려면, 주한미군의 해외 분쟁 ‘직접’ 투입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 한국의 타국 분쟁 개입은 반드시 한국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며, 특히 한미동맹 조약상 영토가 침범당해야 군사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므로 한국군의 양안사태 개입은 선택사항이고, 북한 억지를 위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폭증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2026~2030년 기간에 대해 합의했고 2026년 분담금 1조5192억원도 8.3%나 인상된 금액이므로 이를 이행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으로 한국 여론에 충격을 줄 경우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자고 동조할 수 있다는 게 우려된다. 이를 정치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냉철하게 국가안보 상황을 검토하고 미리미리 국민을 설득하고 안심시키면서 접근하면 극복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가 취약한 것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비대칭적으로 개발해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식 군사력은 우리가 세계 5위, 북한은 36위이다. 따라서 우리가 핵 억지력은 미국의 보장을 받는 게 필요하지만 재래식 군사력은 주한미군에 도움은 받되 의지할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이 점을 국민에게 잘 설명하고 미국에게는 핵 확장억지책을 더욱 실제적으로 강화하되 미군 주둔 경비가 부담스러우면 1만명 이내의 미군은 감축해도 좋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대북 재래식 도발과 침략을 억지하고 방어하는 것은 당연히 우리 군이 주축이 돼 수행해야 한다. 물론 국민을 안심시켜 일상생활을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해드리고, 미국에게는 부담을 줄여준다는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냉철하게
극복해야

거래주의적 접근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상의할 것이고, 감축한 미군을 미국에서 유지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들며 중국 견제도 어렵다고 판단한 뒤, 상식 수준의 약간의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은 현 규모를 유지하자고 회답할 것으로 예상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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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