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민주당 웃지 못하는 이유

목소리가 갈라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철옹성이 정권 교체 두 달 만에 무너졌다. 그토록 염원하던 순간이지만 정부·여당이지만 한구석엔 고민이 남은 듯하다. 법안 처리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8월 첫 주부터 여야 간의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그동안 윤석열 전 정부서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힌 법안들을 몽땅 처리하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다. 정권 초 확실하게 주도권을 쥔 채 국정 동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 세져서
돌아왔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6월 임시국회 동안 윤 전 정부가 거부한 40건의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고 여야 간의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쟁점 법안 대부분이 7월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은 더이상 입법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4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양곡·농안법, 상법 개정안, 방송3법 등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월 국회에서는 윤 전 정부의 거부권에 막힌 민생개혁 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며 “지금의 복합적인 위기, 민생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법안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먼저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의(이하 환노위)에서 단독으로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도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두 차례 폐기된 바 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와 파업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 구체적으로는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배상 의무자의 책임 범위를 정하고,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이하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사용자는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 등이 적시됐다.

‘사용자’에 대한 정의 또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 국한하지 않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포함됐다. 이로써 하청 노동자와 원청 사업주의 교섭이 직접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노사 갈등의 원인이었던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외에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범위를 넓혔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법안들…국회 난타전
사실상 ‘입법 프리패스’ 질주하는 여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도 쟁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이 법안 역시 지난 정부서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양곡관리법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함으로써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안법은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기존안과 비교했을 때 초과 생산량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평년 가격을 공정 가격으로 명시하되 쌀값이 공정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가 담겼다.

‘더 세진’ 상법 개정안과 방송3법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졌다. 특히 상법개정안은 한때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주주 충실 의무’ 개정에 더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권력이 대주주에게 쏠리는 현상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사회적 숙의나 야당과의 협치 없이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여야 간 최소한 신뢰마저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지금 와서
발목잡기?

노란봉투법 통과가 현실화되자 재계에서는 각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6·3 조기대선 정국부터 최근까지도 실용경제와 친기업 행보를 보였던 만큼 후폭풍도 거세졌다는 해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상법 개정안 등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회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은 기업에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상법 및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상황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을 잃는 것이고, 따라서 경제 정책 및 기업 경영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중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 관해서는 사업재편 반대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선거 운동을 할 때 이 대통령은 경제 우클릭을 하는 등 달콤한 말로 친기업 행보를 보였다”며 “당선되니 모든 게 걱정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벌써부터 이런 식이면 앞으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이 다르고 뒤가 다른데 무엇을 믿고 일을 하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한국이 혁신과 경제 정책 측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며 “해당 법안이 어떤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암참은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의사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을 전달해 왔다.

겨우 국회 문턱을 넘기게 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에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정당과 농민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당이 진땀을 뺐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양곡법 개정안 투표 당시 기권표를 던지고 “공정가격은 지난 광장에서 한 농민과의 약속”이라며 “가격 안정제에 있어서도 양곡법에 명시될 내용이 농안법으로 이관되면서 공정가격과 기준가격 하락, 평년 가격이 삭제됐다. 이는 명백한 후퇴”라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 또한 성명을 내고 “지난 개정안에는 ‘2개월분 국민 식량’을 비축하는 의무 규정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국제기구의 권고 등을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후퇴했다”며 “폐기된 개정안에 포함됐던 수입쌀의 사료용 사용 등의 내용 역시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양곡관리법에 투입될 비용도 문제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수급 조절이 가능해 농민들의 소득이 보장되지만, 시장 기능의 왜곡으로 다른 작물 재배를 꺼리는 등 쌀 과잉 생산이 문제로 지목된 것이다. 부담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 되는데 당초 예상보다 쌀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의무 매입에 따른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의무 격리 시 2026년 약 1조원, 2030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봤다. 게다가 쌀은 연평균 43만t(톤)을 초과 생산하는 등 산지 쌀값이 오히려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한 농해수위 관계자 역시 해당 법안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며 실질적인 대안과 예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쌀 초과생산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수급정책을 제도화하겠다”며 과잉 생산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추가적인 재정 소요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또한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선제적 수급 관리를 하고, 사후 조치를 하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또다시
침대 국회

제자리를 맴돌던 법안들이 막상 국회 문턱을 넘으려 하자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격이다. 여야와 법안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지만,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정부를 흔들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현장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마련했다지만, 3년 만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상 대통령 거부권이 사라진 만큼 법안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정부·여당에 전적인 책임이 달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후유증은 하루 만에 생기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였다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터지는 것”이라며 “당장 변화를 보여주어야 하고 집토끼를 잡아야 하니 야당일 때 밀어붙였던 법안을 죄다 꺼내온 것 같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반대해온 이유가 있는데, 이걸 대화로 풀면서 협치를 해야지 지금처럼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오히려 탈이 난다”고 말했다.

개정안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막상 통과 앞두고 느슨해졌나”


민주당은 민생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남은 7월 본회의를 ‘민생개혁 입법 2차 슈퍼위크’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김 직무대행은 “가장 빠른 방법인 여야 합의처리를 위해 국민의힘을 설득해왔지만 이유 없는 반대와 몽니에는 단호히 대응했다”며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모든 관문에서 크고 작은 진통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묵묵하게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격한 대립이 예고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맞불을 놓으면서 또 한 번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서 협상이 안 되면 유일한 방법은 필리버스터뿐”이라며 쟁점 법안이 상정되면 각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부 여당에서 야당의 의견을 들어서 조금 더 협상하면 좋겠다는 게 현재 우리 입장”이라며 “노란봉투법이나 상법의 경우 독소조항 또는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을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경영계·산업계·기업들의 얘기를 들어서 경영권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조항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지만 실질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을 길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 표결을 통해 토론 강제로 종결하고 법안 표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론 종료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요구하고 24시간이 후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되는 만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도움을 받으면 179석으로 강제종료가 가능하다.

그래도
끝까지

다만 필리버스터가 진행됨에 따라 국회는 쟁점 법안 중 한 가지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8월 임시국회가 곧바로 소집되지 않는 이상 7월 국회 내에서 모든 법안을 처리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

이에 민주당은 우선순위에 따라 법안을 하루에 하나씩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필리버스터로 시간에 발목이 잡히더라도 8월 내 모든 법안을 입법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발목잡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윤 전 정부가 시대에 역행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부터 처리하겠다”며 “민주당의 민생개혁시계는 언제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제시간을 지켜갈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연히 몽니를 부려서 국민적 비판을 자초하지 말고 입법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의 3년 거부권 몇 번?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탄핵되기까지 3년 동안 총 25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소야대 정국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려보내는 등 무한 굴레가 이어진 것이다.

12년간 45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3년 만에 정권이 끝나면서 기록을 깨지 못했다.

한편 탄핵 이후 권한대행 체제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8번, 자리를 넘겨받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윤 전 정부는 총 42번의 거부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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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