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민주당 웃지 못하는 이유

목소리가 갈라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철옹성이 정권 교체 두 달 만에 무너졌다. 그토록 염원하던 순간이지만 정부·여당이지만 한구석엔 고민이 남은 듯하다. 법안 처리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8월 첫 주부터 여야 간의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그동안 윤석열 전 정부서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힌 법안들을 몽땅 처리하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다. 정권 초 확실하게 주도권을 쥔 채 국정 동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 세져서
돌아왔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6월 임시국회 동안 윤 전 정부가 거부한 40건의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고 여야 간의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쟁점 법안 대부분이 7월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은 더이상 입법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4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양곡·농안법, 상법 개정안, 방송3법 등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월 국회에서는 윤 전 정부의 거부권에 막힌 민생개혁 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며 “지금의 복합적인 위기, 민생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법안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먼저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의(이하 환노위)에서 단독으로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도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두 차례 폐기된 바 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와 파업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 구체적으로는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배상 의무자의 책임 범위를 정하고,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이하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사용자는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 등이 적시됐다.

‘사용자’에 대한 정의 또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 국한하지 않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포함됐다. 이로써 하청 노동자와 원청 사업주의 교섭이 직접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노사 갈등의 원인이었던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외에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범위를 넓혔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법안들…국회 난타전
사실상 ‘입법 프리패스’ 질주하는 여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도 쟁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이 법안 역시 지난 정부서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양곡관리법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함으로써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안법은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기존안과 비교했을 때 초과 생산량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평년 가격을 공정 가격으로 명시하되 쌀값이 공정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가 담겼다.

‘더 세진’ 상법 개정안과 방송3법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졌다. 특히 상법개정안은 한때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주주 충실 의무’ 개정에 더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권력이 대주주에게 쏠리는 현상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사회적 숙의나 야당과의 협치 없이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여야 간 최소한 신뢰마저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지금 와서
발목잡기?

노란봉투법 통과가 현실화되자 재계에서는 각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6·3 조기대선 정국부터 최근까지도 실용경제와 친기업 행보를 보였던 만큼 후폭풍도 거세졌다는 해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상법 개정안 등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회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은 기업에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상법 및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상황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을 잃는 것이고, 따라서 경제 정책 및 기업 경영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중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 관해서는 사업재편 반대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선거 운동을 할 때 이 대통령은 경제 우클릭을 하는 등 달콤한 말로 친기업 행보를 보였다”며 “당선되니 모든 게 걱정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벌써부터 이런 식이면 앞으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이 다르고 뒤가 다른데 무엇을 믿고 일을 하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한국이 혁신과 경제 정책 측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며 “해당 법안이 어떤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암참은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의사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을 전달해 왔다.

겨우 국회 문턱을 넘기게 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에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정당과 농민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당이 진땀을 뺐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양곡법 개정안 투표 당시 기권표를 던지고 “공정가격은 지난 광장에서 한 농민과의 약속”이라며 “가격 안정제에 있어서도 양곡법에 명시될 내용이 농안법으로 이관되면서 공정가격과 기준가격 하락, 평년 가격이 삭제됐다. 이는 명백한 후퇴”라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 또한 성명을 내고 “지난 개정안에는 ‘2개월분 국민 식량’을 비축하는 의무 규정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국제기구의 권고 등을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후퇴했다”며 “폐기된 개정안에 포함됐던 수입쌀의 사료용 사용 등의 내용 역시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양곡관리법에 투입될 비용도 문제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수급 조절이 가능해 농민들의 소득이 보장되지만, 시장 기능의 왜곡으로 다른 작물 재배를 꺼리는 등 쌀 과잉 생산이 문제로 지목된 것이다. 부담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 되는데 당초 예상보다 쌀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의무 매입에 따른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의무 격리 시 2026년 약 1조원, 2030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봤다. 게다가 쌀은 연평균 43만t(톤)을 초과 생산하는 등 산지 쌀값이 오히려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한 농해수위 관계자 역시 해당 법안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며 실질적인 대안과 예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쌀 초과생산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수급정책을 제도화하겠다”며 과잉 생산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추가적인 재정 소요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또한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선제적 수급 관리를 하고, 사후 조치를 하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또다시
침대 국회

제자리를 맴돌던 법안들이 막상 국회 문턱을 넘으려 하자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격이다. 여야와 법안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지만,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정부를 흔들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현장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마련했다지만, 3년 만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상 대통령 거부권이 사라진 만큼 법안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정부·여당에 전적인 책임이 달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후유증은 하루 만에 생기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였다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터지는 것”이라며 “당장 변화를 보여주어야 하고 집토끼를 잡아야 하니 야당일 때 밀어붙였던 법안을 죄다 꺼내온 것 같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반대해온 이유가 있는데, 이걸 대화로 풀면서 협치를 해야지 지금처럼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오히려 탈이 난다”고 말했다.

개정안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막상 통과 앞두고 느슨해졌나”


민주당은 민생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남은 7월 본회의를 ‘민생개혁 입법 2차 슈퍼위크’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김 직무대행은 “가장 빠른 방법인 여야 합의처리를 위해 국민의힘을 설득해왔지만 이유 없는 반대와 몽니에는 단호히 대응했다”며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모든 관문에서 크고 작은 진통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묵묵하게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격한 대립이 예고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맞불을 놓으면서 또 한 번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서 협상이 안 되면 유일한 방법은 필리버스터뿐”이라며 쟁점 법안이 상정되면 각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부 여당에서 야당의 의견을 들어서 조금 더 협상하면 좋겠다는 게 현재 우리 입장”이라며 “노란봉투법이나 상법의 경우 독소조항 또는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을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경영계·산업계·기업들의 얘기를 들어서 경영권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조항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지만 실질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을 길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 표결을 통해 토론 강제로 종결하고 법안 표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론 종료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요구하고 24시간이 후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되는 만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도움을 받으면 179석으로 강제종료가 가능하다.

그래도
끝까지

다만 필리버스터가 진행됨에 따라 국회는 쟁점 법안 중 한 가지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8월 임시국회가 곧바로 소집되지 않는 이상 7월 국회 내에서 모든 법안을 처리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

이에 민주당은 우선순위에 따라 법안을 하루에 하나씩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필리버스터로 시간에 발목이 잡히더라도 8월 내 모든 법안을 입법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발목잡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윤 전 정부가 시대에 역행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부터 처리하겠다”며 “민주당의 민생개혁시계는 언제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제시간을 지켜갈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연히 몽니를 부려서 국민적 비판을 자초하지 말고 입법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의 3년 거부권 몇 번?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탄핵되기까지 3년 동안 총 25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소야대 정국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려보내는 등 무한 굴레가 이어진 것이다.

12년간 45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3년 만에 정권이 끝나면서 기록을 깨지 못했다.

한편 탄핵 이후 권한대행 체제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8번, 자리를 넘겨받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윤 전 정부는 총 42번의 거부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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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