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스크린 마케팅’ 비결 완전해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0.22 11: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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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명차…알고 보니 국가대표차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정말 튼튼하다."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극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제네시스는 달려오는 기차와 정면으로 충돌하고도 별 다른 문제없이 질주를 계속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이는 분명 현대기아차의 독특한 마케팅 기법이다.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많은 스타들이 기아차의 K9, K7 등을 타고 영화제 곳곳을 누볐다. 현대기아차가 문화·예술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영화 마케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월4일부터 10월13일까지 열흘간의 세계적인 영화축제가 부산에서 진행됐다. 1996년 9월13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목표로 시작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31개국 169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27개국 224명의 초청인사들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성장하는 기아차
 

어느덧 17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초청작 75개국 304편,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2편이 소개됐고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행사장을 찾았을 정도로 애초의 목표대로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갈수록 그 규모와 인지도가 커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으로 기아차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04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후원사로 참가해 한국의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젊고 역동적이며 친문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기아차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주요 영화배우와 유명 감독들의 의전차량 및 행사 업무차량으로 K9, K7, 쏘렌토R 등 총 130대의 차량을 제공했다.

또한 개·폐막식 등 공식 행사에 설치되는 포터월, 포스터, 현수막, 기타 야외홍보물, 입장권 등에 기아차 로고를 삽입하고 행사장 곳곳에서 기아차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등 영화제를 찾은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을 대상으로 기아차 브랜드를 적극 알렸다.

기아차는 지난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인기차종 120대를 의전·업무용 차량으로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을 맞아 문화·예술 차별 마케팅 본격 시동
'스타의 애마' 영화제 등 각종 행사 공식 후원

이밖에도 기아차는 영화제 기간 동안 해운대 해수욕장에 마련된 야외 특설무대인 비프 빌리지에 신형 프라이드를 전시해 영화제를 찾은 영화팬들과 부산 시민들이 직접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미니카페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했으며 영화제와 관련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북 2만부를 제작·배포하는 등 다채로운 현장 마케팅을 진행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아차는 부산국제영화제 후원과는 별도로 영화관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CGV청남 씨네시티에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전용 브랜드 상영관인 '기아 시네마'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기아 시네마는 상영관 곳곳이 기아차 로고 등 기아차를 상징하는 요소로 꾸며져 있으며 달리는 자동차를 형상화한 대형 디지털 조형물을 상영관 입구에 설치해 영화관을 찾은 젊은 관객들에게 활기차고 역동적인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또한 등받이의 높낮이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트를 적용했고 관객석의 위치에 따라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정면, 양측면, 천장 등 총 4개의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최고급 시설로 꾸며져 있어 영화관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기아차는 기아 시네마를 통해 여성 고객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는 초대편지를 보내면 추첨을 통해 140명을 선정해 오는 27일 최신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볼 수 있는 'K 시스터즈 데이'와 분기별 1회씩 콘셉트를 정해 '기아 시네마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관에 이어
안방까지 공략한다
 

현대차도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종 영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은 '이제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을 뛰어 넘어 고객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즐거움이자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현대차 브랜드 캠페인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출시와 연계해 '브릴리언트 시네마 데이' 등 2차례나 고객들을 영화관으로 초대했다.

지난 7월19일에는 전국 CGV 11개소 45개관에 고객 4500명을 초청해 당시 최고의 화제작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했으며 6월30일에는 CGV청담 씨네시티의 최고급 상영시설을 갖춘 '더 프라이빗 시네마'에 고객 90명을 초청해 연화 <연가시>를 상영하는 초대형 영화 마케팅을 펼쳤다.

현대기아차는 문화마케팅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영화에 다양한 차종을 출연시키는 PPL을 통한 마케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저 놈이라고, 현대차." 2004년 8월 개봉작 <본 슈프리머시>에서의 제이슨 본의 대사다. 이는 한국관객들의 귀를 놀라게 했고 눈은 은색 EF소나타가 나타나자 커졌다.

초반부 추격신에서 등장한 EF소나타는 장시간 노출이 된 것은 아니지만 꽤 중요한 장면에서 주인공이 차를 타고 쫓고 쫓기는 긴장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에도 EF소나타는 2005년 개봉된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 <우주전쟁>과 2008년 국내 개봉된 <허트로커>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2010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록버스터 SF액션 영화인 <인셉션>에 등장한 제네시스였다.

극중 비가 쏟아지는 꿈속의 도시로 들어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태우고 달려오는 기차와 충돌하는 장면에 등장한 벨벳레드 컬러의 제네시스는 기차와 충돌한 뒤에도 별 타격 없이 쌩쌩하게 달리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연출했다.


영화는 아니지만 국내 인기리에 방영된 화제의 미국드라마 <워킹데드 시즌2>에는 현대차 투싼ix가 주인공의 차로 등장한다. 특히 이 드라마에선 투싼ix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가 구형 미국 자동차라는 점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투싼ix가 튼튼하다"는 등의 대사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등 현대차의 상품성과 브랜드를 알리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면서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차가…"
국내외 영화·드라마 PPL 
상품성·브랜드 홍보 효과

최근 영화에는 현대차가 2012년 고현정 주연의 <미스고>, 비 등이 출연한 액션 블록버스터 <R2B>, 유동근 주연의 코믹물 <결정적 한 방> 등에서 에쿠스 리무진, 제네시스, 쏘나타 등을 선보였다. 기아차는 윤계상 주연의 <풍산개>, 이병헌과 최민식이 열연한 <악마를 보았다>, 황정민과 류승범 등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 <부당거래> 등에서 K7, 모하비, 쏘렌토R 등을 선보였다.

드라마에서는 지난 2009년 이병헌과 김태희가 출연한 대형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KBS 2TV)서 출시 전 K7을 먼저 선보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2010년에는 <신데렐라 언니>(KBS 2TV)서 스포티지R을 출시 전  선보인 바 있다. 올해에도 신세대 스타 유아인 주연의 <패션왕>(SBS)에서 K9을 출시 전 공개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도 지난해 이민호 주연의 액션 드라마 <씨티헌터>(SBS), 김래원과 수애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천일의 약속>(SBS) 등에 벨로스터와 i40 등 신차를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프레지던트>(KBS 2TV)에도 제네시스, 에쿠스 등을 성공적으로 협찬한 바 있다.


특히 <시티헌터>에서는 주인공 이민호를 비롯해 드라마 주요 인물들이 벨로스터를 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벨로스터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실제 드라마 방영 이후 벨로스터의 일 평균 계약대수가 방연 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하는 등 시청자들의 이목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천일의 약속>에선 극중 박지형 역을 맡은 김래원이 i40를 타고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고 이서연 역을 맡은 수애는 엑센트, 노향기 역을 맡은 정유미는 벨로스터를 각각 타고 등장해 현대차의 주요 차종들이 노출되는 효과를 얻었다.

영화 통한 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현대기아차는 고객들이 가장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영화·드라마라는 소재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은 스타들의 멋진 모습과 어우러지는 자동차의 모습을 보며 그것을 꿈꾸기도 하고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특히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국제적인 행사와 유명 영화에서 현대기아차의 엠블럼을 더욱 자주 보게 된다면 현대기아차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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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