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망사건으로 본 10대 극단적 선택 현주소

내몰리다 뛰어내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는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수십 년째 뒤집어쓰고 있다. 더 이상 놀랄 만한 일도 아닌 셈이다.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분포도가 바뀌는 추세다. 젊다 못해 어린 이들이 죽고 있는 것. 도대체 무슨 일일까?

한 언론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극단적 선택 비율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우리나라 극단적 선택 비율이 왜 이리 높나요?”라고 물었다는 것. 우리나라 극단적 선택 비율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이다. OECD 국가 평균인 11.1명의 2배 수준으로 2004년부터 줄곧 1위다.

미래 세대까지

최근 여고생 3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충격적인 동반 사망 사건에 교육계는 물론 온 사회가 경악했다. 전문가도 이번 사건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의 극단적 선택 배경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각종 추측들이 쏟아졌다.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여고생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학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세 학생은 A 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다니는 친구 사이로 20일 오후 11시40분쯤 해당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서 내린 뒤 옥상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사건 현장에서 학생들의 가방과 휴대전화, 각각 1~2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진학과 미래에 대한 고민, 학업 스트레스 등이 언급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A 예술고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A 예술고 학부모회는 비상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4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 3명의 아이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 수사가 이뤄지길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학년 초부터 비상적으로 이뤄진 학교 운영과 무관하지 않다. 그 깊은 연관성에 대해 잘 살펴봐 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10대들의 극단적 선택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원인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1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극단적 선택이다. 2010년까지는 2위였지만 2011년부터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10대 자살률이 유독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10대 극단적 선택 비율은 10만명당 7.9명으로 전년(7.2%) 대비 10.4% 늘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대 비율은 2018년(5.8명)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6년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2021년에 처음으로 7명 선을 넘어선 뒤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초·중·고교생은 221명이다. 2023년보다 7명 늘어난 수치로 2012년 교육 당국의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2012년 조사에서는 139명이었다.

유독 가파르게 늘어나
정신건강도 위험 수위


더 큰 문제는 위험군의 숫자다. 지난해 교육부가 진행한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모두 1만7667명으로 1만8000명에 육박했다. 전체 검사 대상 학생 165만8715명의 1.1%에 이르는 숫자다. 중학생이 975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이 7880명이었다.

정서·행동 발달상에 문제가 있어 상담이 필요한 관심군(위험군 포함)은 총 7만23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의 4.4% 수준이다. 자살 위험군 학생 가운데 13.7%는 전문 기관 연계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고가 일어난 뒤 수습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택을 미리 막을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체계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극단까지 내몰리는 학생을 구제할 방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각종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7.3%, 우울감 경험률은 26%, 극단적 선택 충동 경험률은 13.5%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 시도율과 고립감 경험률은 각각 5.25%, 18.1%를 기록했다.

우울증 진료를 받는 아동청소년(7~18세) 숫자도 증가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아동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5만3070명으로 2018년(3만190명) 대비 75.8%나 늘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우려해 자신의 상태를 감추거나 축소해서 말하는 이들까지 따지면 이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망가뜨리고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르게 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학업 스트레스, 교우 관계, 신체 질환 등과 함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초래한 고립, SNS 사용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문제, 가족 해체 등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10대 극단적 선택 비율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6.5명)을 기점으로 빠르게 치솟는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 시기 청소년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일이 많았다. 정신적으로 가장 성장해야 할 시기에 학습, 교우 관계 등이 단절되면서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죽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극단적 선택 비율을 언급한 이상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대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단적 선택 비율 줄이기가 선순위 국정 의제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 전문가는 전체적인 수치를 줄이는 방안보다는 연령별, 성별 등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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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군 간부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수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모 대령 및 총괄인 이모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