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행복 드리는 따뜻한 마음나눔, 농협의 사회 공헌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농협은 1961년 창립 이후 농업인의 복지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희망농업·행복농촌, 농협이 만들어 갑니다’라는 새로운 슬로건 하에 농업인, 국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따뜻한 동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농협의 최대 장점인 16개 지역본부, 1,111개 전국 농·축협으로 연결된 국내 최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사회 내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사회 공헌 추진 체계를 구축해 전국의 농업인과 국민에게 따뜻한 마음 나눔으로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월별 테마 선정 통한 전국 사회 공헌 동시 추진

농협 사회 공헌 활동의 큰 틀은 ‘사회 공헌 중점 테마’에서 시작된다. 1월 새해맞이로 시작해 4월 영농 지원, 5월 가정의 달 등 매월 테마를 선정하고, 전국적으로 동시 추진 활동을 통해 시너지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경북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범농협 임직원 일손 돕기와 국민과 같이 농촌 봉사활동 등 다양한 영농 지원활동을 중점 테마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전개하며 지역사회 회복 및 농업인의 실질적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ESG 경영 실천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범농협 계열사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범농협 ESG, 가치 있는 모두비움’ 캠페인을 통하여 폐전자제품 기부 생활화를 통한 탄소 감축 실천을 연중 전개하고 있다.


국내 재난·재해 극복을 위한 전사적 동참

이 같은 농협의 나눔 정신은 국가적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산불, 태풍, 집중호우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가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

특히, 지난 3월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자 종합 지원대책으로 무이자재해자금 2000억원, 약제·영양제 50% 할인 공급, 긴급 방제, 농기계 무상 수리 및 농작업 대행 등 영농 지원과 피해 조합원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긴급생활안정자금, 보험금 조기 지급, 결제대금 납부유예 등 18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생필품 긴급 구호 키트 지원, 주거환경 개선 및 피해 지역 일손 돕기, 밥차·세탁차 운영 등 생활지원으로 빠른 복구에 총력을 더했다.

나아가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각 계열 법인과 전국의 농축협 및 범농협 임직원들은 자발적인 성금 모금에 동참하여 41억원의 성금을 조성했으며, 피해 지역에 12억8000만원을 직접 지원하는 등 53억8000만원을 조성·지원해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 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등 지역사회 위한 다양한 활동

농협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과 농업 소득 증대에도 적극 기여했다. 농협은 1월 설맞이 고향사랑기부제 캠페인을 시작으로, 지역행사와 연계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활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와 농축산물 답례품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범농협 12만 임직원의 정기적 헌혈을 통해 혈액 수급 극복에도 앞장서고 있다. 본부에서는 2022년부터 3년째 대한적십자사와 협력해 격월로 ‘중앙본부 헌혈의 날’을 지정해 헌혈버스 배치를 통한 자율적·지속적 헌혈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각 지역본부와 농·축협에서도 관할 혈액원과 연계한 릴레이 헌혈로 매년 2000여명의 임직원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범농협 임직원 소액기부 캠페인’을 통해 2021년부터 매월 희망 임직원의 급여의 일부를 공제해 모금한 성금으로 농촌지역 환아 치료를 지원하기로 하고 누적 2억2000만원을 모아 16명의 환아 가정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국민·대학생 등 대상 농촌 봉사활동 통한 농업가치 확산

농협이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활용해 만들어진 ‘국민과 같이 농촌 봉사활동’은 개인, 기업·기관 임직원 등 일반 국민과 일손 돕기 등 농촌의 어려움을 돕는 여러 활동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농협의 대표 사업으로, 2020년에 시작돼 올해로 6년째를 맞이했으며, 지난해엔 약 4만8000명이 참여했다.

5개월 간 전사적 참여로 27여만 시간
봉사활동, 지원 금액은 407억원 달해

각 지역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희망하는 개인과 단체가 신청을 하면 농협은 도움이 필요한 적합한 농가를 매칭하고 영농 비용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봉사활동에 필요한 사항과 비용 일부를 지원하며, 중앙그룹, LG유플러스, 코레일관광개발, 넥센타이어 등 여러 기업·기관이 꾸준하게 참여해 농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농업인 복지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 실시

농협은 과소화·고령화돼가고 있는 우리 농업·농촌을 지키며 농업인과 농촌 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농촌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의료 진료를 제공하는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올해 크게 확대한다. 84회에 걸쳐 6.2만여명의 농촌 주민에게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으며, 전국 91개 시·군, 15만명 대상으로 양·한방·치과 진료, 근골격계 질환 관리, 구강검사 등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농촌 주민들의 복지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 농촌의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고, 고령·취약계층의 가사 서비스를 돕는 ‘행복채우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후 주거환경 개선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NH농촌현장봉사단’, 농업인의 법률·소비자·정보통신 권익보호를 위해 교육과 상담을 지원하는 ‘농협 이동상담실’을 실시하고 있으며, 농업인 법률문제를 지원하는‘농업인 무료 법률구조사업’ ‘농업인 법률상담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농협 이동상담실’ 운영을 통해 농업인 및 취약계층 주민을 대상으로 통신 서비스 활용 능력을 높이고 보이스피싱 등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농협, 대한민국 대표 사회 공헌 기관으로 자리매김

이런 다양한 활동으로 5월까지 사회 공헌에 참여하는 범농협 임직원의 누적 활동 시간은 27만여 시간에 달한다.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은 407억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은 외부를 통해서도 인정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대한상공회의소·포브스코리아 주최 사회공헌대상을 5년 연속 수상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5년 연속 ‘지역사회공헌인정제’ 인정기관 선정, 행정안전부 주관 ‘2024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대통령표창 수상 등 각종 대외 표창 수상으로 대한민국 대표 사회 공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사회 공헌 실천

이 같은 농협의 사회 공헌은 NH농협은행(은행장 강태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사랑받는 일등 민족은행’을 비전으로 하는 농협은행은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대한민국 대표 은행으로서, 이익의 대부분을 농업인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사적인 농촌일손돕기 참여, 농촌지역 초등학생 멘토링, 스포츠 재능기부 등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농업인과 지역사회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1369명의 임직원이 총 9374시간 동안 농촌 일손돕기 및 재해 지원 등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소외된 농업인을 위한 저금리 지원상품인 '새출발 희망농업 상생대출'을 출시해, 출시 이후 1132건, 493억원을 지원하는 등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앞으로도 농협은 지역사회와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고,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며 “명실상부한 대표 사회공헌 기관으로써 12만 임직원과 함께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정신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구현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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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