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 먹는’ 수상한 금은방 실체

돈·귀금속 받고 ‘배째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동네 금은방이 동네 사람들을 피 말리게 하고 있다. 큰돈을 투자해 귀금속을 사려고 해도 금을 팔아도 적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시간을 끌었다. 가게를 찾아가도, 전화를 해봐도 회피하던 금은방 주인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서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나섰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한 금은방이 수년간 손님들을 기망했다. 금을 파는 손님에게는 ‘은행 거래가 갑자기 안된다’고 변명하고, 반지 등 귀금속 주문을 받았을 때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시간을 끌었다.

결혼 반지
맞추려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판매하는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잔액 6101억원 대비 4924억원(80.7%)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금값이 오르자 금은방을 상대로 한 범죄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경기도 안산서 금은방을 턴 뒤 전국 각지로 도주했던 30대 남성이 4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달 5일 오전 11시께 안산시 상록구의 한 금은방서 진열돼있는 금 목걸이 한 개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현장을 이탈했고, 이를 안 금은방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고, 휴대전화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3인 3개조로 나눠 A씨를 추적했다.


1개조는 지역 관제탑을 통한 폐쇄회로(CCTV) 확인, 1개조는 사설 CCTV 확인, 나머지 1개조는 주변을 탐문했다. 탐문 결과 A씨의 도주 경로는 수원, 창원, 울산이었으며 도주 과정서 현금만 사용하고 택시를 12번 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던 중 지난 8일 오후 1시40분께 울산의 한 해수욕장 주변서 발견해 검거했다.

지난달 3일 부산 동래구에서는 2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1명이 한 금은방서 36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훔쳐 달아났다가 열흘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금은방을 노린 범죄도 있지만 금은방이 손님을 기망하고 금 매입 금액을 늦게 주거나 손님이 주문한 금붙이를 늦게 돌려준 사례도 있다.

<일요시사>는 경기도 안성시 진사리 소재의 금은방 정O당에 결혼반지 디자인을 맡겼다가 4개월이 지나서야 물품을 받았다는 한 피해자를 만났다. 피해자 B씨는 결혼반지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부담돼 갖고 있던 금을 녹여 맞추기로 했다.

B씨는 동네 금은방을 돌아보다 정O당이 가장 싼 가격에 맞출 수 있어 바로 계약했다. 계약 당시 B씨는 정O당 사장 C씨에게 “1주일 후에 찾으러 오시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찾아갔지만, C씨가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2주서 3주가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당시 C씨의 말을 듣고 ‘갖고 있던 금붙이들을 녹인 후 원하는 디자인으로 작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O당은 약속한 날마다 같은 핑계를 대며 B씨에게 결혼반지를 주지 않았다.


결국 B씨는 4달이 지나서야 맡겨뒀던 결혼반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결혼반지를 받는 과정서 공황장애를 얻었다고 한다.

비싸게 매입· 싸게 판매에 홀려
거래 뒤 차일피일 나몰라 미루기

피해자는 B씨뿐만이 아니였다. 진사리 주민들에게 정O당에 대해 물어보면 “원래 그런 곳인줄 몰랐냐” “많고 많은 금은방 중에 왜 정O당을 갔냐” “정O당이 그런 짓하는 거 모르는 동네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주민 D씨는 지난해 6월24일 금 35돈을 정O당에 팔았다. 그는 C씨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고, 그를 믿고 거래했다고 한다. D씨는 금을 1360만원에 팔았지만, C씨는 돈이 없다며 대금을 주지 않다가 D씨의 독촉에 주마다 400만원씩 금 대금을 갚았다.

D씨는 <일요시사>와 만나 “종종 가게에 들러 먹을 것을 전달해주는 등 (C씨와) 꽤나 가까운 사이였다”며 “잘 알던 사이고 급하게 돈이 필요해 귀금속을 팔았는데 이렇게 늦게 판매 대금을 받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시간을 내 종로 등 유명한 금은방에 판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씨는 쌍가락지가 작아서 정O당에 맡겼다. 이후 C씨와 약속한 날에 가게를 찾아가도 “서울로 물건을 보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E씨는 반지를 찾기 위해 이후 가게를 5번이나 더 방문하고서야 반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반지 1개는 늘려놨지만 남은 1개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였다.

다른 주민은 4돈 팔찌를 주문했다가 3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고, 또 급한 돈이 필요해 아기 돌반지 등 1280만가량의 금붙이를 팔았던 주민도 3달이 지나서야 그 돈을 받았다.

C씨의 핑계는 여러 가지였다. “서울로 판매한 물건을 보내 재측정 중이다” “디자이너가 바빠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금 돈이 없어서 내일(3일 뒤에) 오면 돈을 주겠다” 등이었다. 게다가 C씨는 가게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도 않고 심지어 가게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닫기도 했다.

“아직 미완성”
시간 끌기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주변 금은방보다 정O당이 금 매입은 더 비싸게, 귀금속을 사는 건 더 싸게 해준다는 말에 혹해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담은 인터넷 커뮤니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진사리 정O당’을 검색하면 피해를 봤다는 글이 바로 검색된다.

이 같은 C씨의 행보에 몇몇 금은방 사장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거리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귀금속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약속된 날짜에 약속된 중량과 함량의 제품을 팔고 귀금속을 매입할 때는 바로 계좌이체나 현찰을 주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데 C씨가 수년간 손님들을 기망하고 있는데 동네서 버젓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반응했다.

피해자들은 C씨의 이런 행보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동네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며 “어르신이 자녀들 몰래 금을 팔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면 C씨는 금 판매 대금을 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금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낮은 가격일 때 금을 매입하고 높은 가격일 때 매도한다면 금 거래 시 나오는 부과세 10%에 추가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은방을 운영 중인 점주 중 일부는 현재 금은방을 운영하는 게 오히려 빚이라 C씨 역시 사정이 나빠 대금을 제때 못 줬다고 봤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거리서 40년째 귀금속 상가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작년 대비 매출이 30~50% 감소한 상황이라 섣불리 금을 매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면 행보
여러 의혹

C씨는 이런 기망 행위로 수십차례 경찰에 신고됐다. 피해자들은 C씨가 차일피일 계속 약속 시간을 미루자 가게로 찾아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해도 “신고해봐라. 아무런 죄가 없는데 경찰이 나서겠냐”라며 C씨가 배짱을 부렸고, C씨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난 피해자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이때 C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 혐의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규정돼있으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C씨는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이 고발인 조사를 받고 C씨가 고소인 조사를 받은 후 바로 남은 금액을 이체받거나 요청했던 귀금속을 받았다고 한다. 수십차례 신고됐지만 C씨가 처벌받지 않은 이유다.

C씨에 대한 신고를 가장 많이 접수한 안성경찰서 관계자는 “사기죄는 피해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가장 큰 범죄 성립 요건”이라며 “C씨의 행위가 의도적인 기망행위였다는 것을 밝히기 어려웠고, 바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해 검찰 송치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에 관한 신고를 접수한 평택경찰서는 진사리와 그 주변 주민들에게 주의를 요하기도 했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평택서 30년간 금은방을 운영한 사람도 금 투자라며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이미 주민들이 해당 가게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지 않아 빠르게 신고가 접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발생한 사고도 다른 금은방보다 싸게 골드바를 판다며 피해자를 모은 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일어났다”며 “정O당은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보이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십 번 신고에도 ‘배짱 장사’
“금 투자 사기와 비슷 주의 요망”

앞서 지난해 11월에 평택시 서정동에 있는 30년 된 금은방서 거액의 금 투자 사기가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금을 싼 가격에 제공한다며 20여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금은방 주인 F씨가 구속됐다.

F씨는 오랜 시간 해당 지역서 금은방을 운영하며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금 1돈을 20~3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홍보했다. 초기에는 소액의 수익금을 꼬박꼬박 챙겨줬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투자받는다며 선입금을 유도해 점차적으로 범행을 확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국보급 도검을 보유하고 있어 곧 500억원이 들어올 것이니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주겠다”며 도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이 고소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추가 고소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 영수증과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고소를 진행 중이나 ‘고소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라는 불안감에 고소를 망설이는 다수의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도 인천 연수구서 저렴한 가격에 금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금은방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G씨는 피해자 10여명에게 금을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접근해 10억원대 현금을 받고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골드바를 한 돈에 30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끌어 모은 뒤 돈이 입금되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자들에게는 한 달에서 6주 뒤 골드바를 발송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금액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최소 징역 8년 이상을 선고받았다. 만약 C씨가 피해자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았다면 C씨 역시 징역형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징역
3~5년 가능”

한 서초동 형사전문 변호사는 “C씨가 늦게 나마 피해자들의 피해를 복구한 것이 맞지만 피해자들을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앞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법원서 사기 금 구매를 유도한 것이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C씨의 경우 마땅한 자금이 없는데 금을 더 비싸게 산다며 피해자들을 기망한 행위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씨가 재판에 기소됐다면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3~5년 사이의 징역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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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