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지나간 재보궐 총정리

그래도 돌아가는 민심 풍향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미니 선거’에 가까운 4·2 재보궐선거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 이후 첫 선거인 만큼 이번 재보선은 관심도가 낮아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여야 격전지로 꼽힌 여섯 군데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이번 4·2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는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였다. ▲기초단체장 5곳(서울 구로구·충남 아산시·경북 김천시·경남 거제시·전남 담양군) ▲교육감 1곳(부산시) ▲광역 의원 8곳 ▲기초 의원 9곳 등 총 23곳에서 치러졌다.

격전지 어디?

그중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맞붙는 부산시교육감과 아산시장, 김천시장, 거제시장이 등이 격전지로 꼽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다시 한번 승부하는 담양군수와 구로구청장도 주목할 만했다.

이번 재보선은 탄핵 정국과 전국 산불 피해 등으로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 지난달 28~29일 치러진 사전투표도 7.94%로 역대 재보선 중 4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선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가장 많은 이목이 쏠렸다. 보수 텃밭이지만 과거 진보와 보수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승기를 잡았던 만큼 이번 역시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이,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진영에서는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출사표를 던졌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후보를 배출하는 게 아닌 진보와 보수 간의 대결이지만, 민주당 VS 국민의힘 구도로 그려지면서 PK(부산·경남)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진보 진영 김 후보가 51.33%를 득표해 보수 진영 정 후보(39.4%)·최 후보(8.47%)를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로 표가 흩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자신만만하던 PK를 내준 탓에 국민의힘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다음으로 충남 아산시장 재선거에서는 전 아산시장인 민주당 오세현 후보와 전 천안시 부시장인 국민의힘 전만권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미래) 조덕호 후보와 자유통일당 김광만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3·혁신당 1·국힘 1…야 압승
PK 내준 여…생각보다 큰 탄핵 핸디캡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서 민주당 오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국민의힘 전 후보는 거대 야당의 폭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개표 결과 민주당 오 후보가 57.97%로 39.49%를 득표한 국민의힘 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경북 김천시장 선거서는 민주당 황태성 후보와 국민의힘 배낙호 후보, 무소속 이창재·이선명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와중서도 국민의힘은 김천시장 선거만큼은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김기현·윤상현 의원 등이 선거 유세장을 찾아 보수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 덕분인지 국민의힘 배 후보가 51.86%를 득표해 무소속 이 후보(26.98%)와 민주당 황(17.46%)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번 기초단체장 재보선서 유일하게 승기를 꽂은 곳으로 마지막 남은 ‘보수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경남 거제시장 재선거에는 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 무소속 김두호·황영석 후보가 나섰다. 민선 7기 시절 거제시장이었던 변 후보와 거제 부시장이었던 박 후보가 리턴매치를 선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거제의 경우 보수 성향이 짙게 드러나면서도 스윙보터가 곳곳에 분포한 지역이다. 이번 탄핵 정국서 민주당이 자신 있게 후보를 낸 데에는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뒷받침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변 후보가 56.75%로 38.12%를 득표한 국민의힘 박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파란 깃발을 꽂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4·10 총선까지 국민의힘 후보가 내리 당선된 곳이지만 이번 재보선서 3년 만에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 유세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김천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중진을 비롯한 ‘아스팔트 전사’로 불리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지지 유세에 나섰지만 후보 간의 격차가 20%p가량 벌어지면서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체면 살린 혁신당
1호 지자체장 탄생

국민의힘에 있어 보수 텃밭이었던 거제서 크게 패배한 것과 부산시교육감 자리를 내준 것이 일종의 위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핸디캡을 쥔 국민의힘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크게 참패하면서 다가올 조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 역시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극우 세력 결집을 위한 ‘탄핵 반대’ 기조를 희석시킬 새로운 메시지가 요원해 보인다.

국민의힘 후보가 불출마하는 구로구청장과 담양군수 선거서는 야당 간의 치열한 기마전이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청장은 지난해 10월 여당 소속 문헌일 전 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고 사퇴하며 공백이 생겼다. 귀책사유가 있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아 민주당 장인홍 후보, 혁신당 서상범 후보,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 등 야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로 불린 이곳에서는 민주당 장 후보가 56.03%를 득표해 당선됐다. 자유통일당 이 후보 32.03%, 혁신당 서 후보 7.36% 순으로 득표했다.

담양군수 재선거가 치러진 전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공을 들인 곳이다. 이날 담양군수 투표율 역시 61.8%를 기록하며 지자체장 재보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서는 이재종 후보가, 혁신당에서는 정철원 후보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혁신당 김선민 권한대행 등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담양을 방문해 각 정당 후보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 대표는 유세 현장서 “호남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며 유권자들의 한 표를 거듭 요청했다.


투표 결과 혁신당 정 후보가 51.82%를 얻으면서 혁신당 1호 자치자체장이 탄생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48.17%를 득표하면서 호남 텃밭을 내줬다. 무소속 시절부터 3선 군의원을 지내며 ‘풀뿌리 자치’를 내세운 점이 표심으로 돌아왔다는 게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담양군수 선거 결과가 잔잔한 호수 같던 호남의 정치 구도에 파동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건강한 경쟁’을 내세워 신경전을 보였던 혁신당인 만큼 호남의 대안 정당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도 주목

이 밖에도 광역의원 재보선이 치러진 8곳 중 국민의힘은 ▲대구 달서 ▲인천 강화 ▲충남 당진 ▲경남 창원마산회원 4곳에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은 ▲대전 유성 ▲경기 성남분당 ▲경기 군포서 승기를 쥐었다. 경북 성주는 무소속 후보가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또 기초 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9곳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경북 고령과 인천 강화서, 민주당은 ▲서울 중랑 ▲마포·동작 ▲전남 광양·담양 ▲경남 양산서 각각 당선됐다. 전남 고흥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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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