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자극’ 국민의힘 믿는 구석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25 06:14:02
  • 호수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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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막 던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관련 논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토대로 강성 보수층을 자극하고 있다. 이 황당한 상황은 미래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 에너지부가 내달 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관련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이 결정을 한 시기는 지난 1월 초였다. 이는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라는 ‘대행의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서, 우리 외교력에 심각한 구멍이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견강부회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가 ▲국가 안보 ▲핵 확산 우려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지정한다. 지정 후엔 미국 정보방첩국과 국가핵안보국이 함께 리스트를 관리하고, 목록에 포함되면 미국과의 원자력 등 첨단기술 관련 협력이 제한된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023년 1월 자체 핵무장 가능성 발언 이후 “미국은 같은 해 6월부터 한국의 자체 핵무장 동향을 축적해 나름의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여당·정부·대통령 할 것 없이 수년간 핵무장을 주장했기 때문에 우리가 경계 대상이 된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도 고려사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서 “한국과 미국이 미국의 핵 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묻는 현지 언론 질의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 핵무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적극적으로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대통령과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친중·반미 노선의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입만 열면 반미 정서를 드러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했다”며 “북한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민주노총과 함께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이 대표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물이 유력 대권후보라고 하니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만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이재명 대표의 성향’이라는 국내 정치 요소를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내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엄연히 야당이고, 이 대표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유력 대권후보라
민감국가 지정” 주장

이 같은 국민의힘의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에 대해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박대출·엄태영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근처서 연좌 시위를 하면서 ‘탄핵 각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고문을 맡고 있는 자유통일당도 지난 17일부터 각하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통일당 손민기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각하해야 하는 이유로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 철회 ▲윤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 ▲증인신문 시간 제한 ▲재판부 구성 불공정 등을 들었다.

이 중 ‘내란죄 철회’ 논란은 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서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 그는 “거대 야당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기해 선포된 계엄을 불법 내란으로 둔갑시켜 탄핵소추를 성공시켰다”며 “탄핵 심판서는 탄핵 사유서 내란죄를 삭제했는데, 그야말로 초유의 사기 탄핵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논리를 진심으로 믿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탄핵 심판서 대통령을 파면하는 기준 중 첫 번째는 ‘중대한 위헌·위법’이다. 국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라는 위법 여부를 소추 사유서 제외했을 뿐이다.

이 행위가 위헌으로 인정된 후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게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판단까지 성립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서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등 국정조사특위서 활동한 의원들은 오동운 공수처장을 지난 10일 불법 구금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같은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서 공수처 폐지론을 언급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11일 공수처 폐지 법안을 발의하자, 윤 대통령을 가장 강경하게 두둔하는 윤상현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도 발의에 참여했다. 재판부가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고자 했던 사안을 단정적으로 사실로 규정해 정치적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황당한 주장 늘어놓다
거짓 드러나면 모른 척

양당은 논란이 되는 논점을 놓고 지지층을 선동하기 위해 속이는 정치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과거에 했던 발언과 대치되는 언행을 하고, 비판하거나 비꼬는 일도 흔하다. 통상적인 상황에선 대변인단의 논평을 통해 서로 비판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을 하는 수순으로 논쟁을 진행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의 정국은 상황의 특성상 모든 상황이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이전에도 윤 대통령은 당 대표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당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여소야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야당과의 극한 대립도 이어왔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서 절대적인 존재가 됐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엔 강경 보수층을 자극해 신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됐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상왕정치를 통해 조기 대선 출마 후보를 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의원은 지난 18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아크로비스타서 사저 정치를 할 것”이라며 “그 형식은 ‘(한)동훈아, 너는 오지 마. 김(문수) 장관은 여기 식사 한번 하러 오시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경선 절차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파면 후 구속 기소됐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석방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조기 대선 정국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을 상대로 윤심 테스트를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설령 대선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누가 진짜 주인공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심각한 구멍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내부서 다시 크게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든 전임자는 영향력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지만, 후임자는 자신이 온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한다.

윤 대통령과 선출된 조기 대선주자가 또 갈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최소한의 논리적 완결성조차 갖추지 못한 황당한 주장들이 당의 공식 의견으로 꾸준히 전파되는 현 상황이야말로 미래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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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