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얼굴, 이름, 나이 등의 신상을 무단 공개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 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유튜버 ‘나락보관소’ 김모씨가 서울남부지검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30대 남성 김씨는 지난해 경남 창원지검에 송치된 후 같은 해 10월에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이며, 기소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30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밀양 사건 피해자 및 가해자들의 동의 없이 실명과 사진 등을 무단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의 신상 공개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이다급 영상이다. 정의구현”이라며 크고 작은 액수의 후원금을 보내며 열광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적 제재가 도를 넘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같은 해 6월5일,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밀양 피해자 가족과 대화를 나눴다며 44명의 가해자들의 공개를 허락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제게 ‘피해자에게 허락을 구했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다”며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저를 돕겠다며 가해자들의 신상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감사하지만 엄연히 크로스체크가 돼야 하는 사건이라 혹시라도 가해자들의 신상을 올리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와 같이 펙트체크 한번 더 하시고 올리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44명의 가해자는 계모임처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생활하고 있고,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며 놀러 다니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현재까지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동네 자체가 작기 때문에 뒤에서 어떤 작당모의를 하는지 다 제보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밀양 성폭행 사건의 지원단체 중 한 곳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나락보관소가 피해자 측과 소통이 없었다”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역풍이 일었다.
이들은 “해당 유튜버와 소통한 바 없으며, 일방적으로 영상 업로드를 지속했다”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같은 달 1일엔 경북 청도군서 식당을 운영 중인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후 사흘 뒤에는 개명 후 김해 소재의 한 외제차 전시장서 근무 중이라는 다른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하기도 했다.
김씨의 폭로가 도화선이 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식이 퍼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해당 식당은 휴업을 선언했고, 전시장 직원은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여성이 밀양 인근 소재의 경찰서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홈페이지가 댓글로 도배되거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황모씨는 2004년 12월, 소셜미디어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니만. X도 못생겼다던데 그 X들. 고생했다. 아무튼”이라며 가해자를 위로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밀양시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같은 달 25일, 안병구 밀양시장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지역사회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 시장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회복과 밀양시의 자정 노력에 관심을 갖고 도와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 질문에 “사과문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불필요한 답변으로 사전에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무성의하다” “사과에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서 44명의 고등학생들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 고등학생들로 이들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은 기소됐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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