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배불리기’ 에이스침대 배당 잔치

겉만 그럴듯한 ‘차등 배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에이스침대가 또 한 번 배당 규모를 키웠다. 실적 개선의 효과로 풀이된다. 8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는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에 힘입어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을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액주주는 그다지 남는 게 없다. 이들을 대우한다는 취지로 내세운 차등배당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 3일, 보통주 1주당 1450원을 지급하는 2024회계연도 현금 결산배당을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140억원이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소액주주보다 150원 적은 1주당 1300원을 배당받는 게 골자다. 해당 안건이 내달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오는 4월20일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통 큰 곳간 풀기

에이스침대의 현금배당 규모는 최근 들어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2022년 보통주 1주당 1330원을 현금 배당했던 이 회사는 이듬해 1주당 배당금을 14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1주당 배당금을 50원 상향 조정한 데 힘입어 배당금 총액이 전년(107억원) 대비 33억원가량 증가했다.

배당 규모 확대는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2395억원, 영업이익 4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27% 상승한 수치다.

2022년 20.46%, 2023년 25.31%였던 ‘현금배당성향(순이익 중 현금배당으로 지급된 비율)’은 지난해 30% 안팎을 형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 동기(351억원) 대비 112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의 기본 취지를 감안하면, 에이스침대의 배당 확대는 주주 입장에서 희소식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6468억원에 달하는 등 배당 여력이 충분한 상태였다.

다만 배당의 혜택을 오너 일가 구성원이 독식하는 구조라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이스침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79.55%(882만2350주)에 달하는 반면, 소액주주는 총 주식 중 12.17%(134만7971주)만 쥐고 있다.

안성호 대표가 지분율 70.06%(782만4815주)로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안 대표의 누이인 안명숙씨는 지분 4.99%(55만3935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또한 안 대표의 두 아들(안진환·안승환)도 2.00%(22만1800주)씩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두 사람이 쥐고 있는 주식은 안 대표가 2023년 9월 1주당 2만6100원에 증여한 것이다.

오너 일가에 지분이 쏠린 구조는 매년 에이스침대가 상장폐지 논란에 휩싸이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분기별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에이스침대는 80%에 가까운 지분이 묶인 특성상 월평균 거래량이 턱없이 부족하곤 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10~12월) 월평균 거래량이 5만9906주에 불과했는데, 이는 총 유통주식(1055만6945주) 중 0.6%에 해당한다.

총액 140억 규모 배당 결정
소액주주 챙기는 척하지만…

에이스침대는 대신증권과의 유동성공급(LP) 계약을 활용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해 왔다. 두 회사는 2009년부터 지금껏 빠짐없이 LP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0일 연장 계약(계약기간 지난달 16일~내년 1월15일)을 계기로 17년째 동행이 확정된 상황이다.


상장폐지 위험을 차단한 에이스침대 오너 일가는 압도적인 지분율을 활용해 현금배당의 효과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당장 이번 배당 결정으로 배당금 총액 140억원 중 약 115억원이 오너 일가에 귀속될 예정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유 주식에 1주당 배당금을 다소 낮게 책정하는 차등배당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에이스침대가 차등배당을 시작한 건 2018년 결산배당부터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고, 배당의 열매를 오너 일가가 독식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꺼내든 조치였다.

그럼에도 소액주주가 누리는 배당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소액주주의 1주당 배당금과 오너 일가가 수취하는 1주당 배당금의 격차는 매년 좁혀지고 있다. 차등배당을 첫 도입한 시기에 400원었던 1주당 배당금 격차는 ▲2022년 330원 ▲2023년 200원 ▲지난해 150원 등으로 줄었다.

향후 안 대표의 두 아들이 승계 절차를 밟게 되면 배당금이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안 대표가 지분 증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자신의 보유 지분 782만4815주(70.56%) 중 5만5450주(0.5%)를 두 아들에게 2만7725주(0.25%)씩 추가 증여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2023년 9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지분율을 2.25%(24만9525주)씩으로 끌어올렸다.

안 대표는 주가가 낮은 시점에 지분을 증여하면서 출혈을 최소화했다. 2021년 8월 6만7400원을 찍었던 에이스침대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진환씨와 승환씨가 주식을 추가 증여받은 지난해 12월27일 기준 1주당 취득단가는 2만5900원에 불과했다.

두둑해진 주머니

배당 기준일(지난해 12월31일)에 앞서 증여가 이뤄진 덕분에 안 대표의 두 아들은 3600만원씩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이 오는 4월 받게 될 배당금은 3억2440만원씩이다. 이 외에도 안 대표는 101억원, 명숙씨는 7억2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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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