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동화마을 ⑤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유럽이라 착각 이국적인 풍경

정읍은 백제가요 ‘정읍사’의 도시다. <고려사>에는 물건을 팔러 간 남편이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부른 노래라고 전한다. ‘정읍사’의 고장답게 정읍을 대표하는 관광지 역시 백제가요정읍사문화공원, 한국가요촌 달하 등이다. 

요즘은 유럽마을 엥겔베르그가 ‘정읍사’만큼 관심을 끈다. 김병조 대표가 웰니스관광 휴양촌으로 조성했다. ‘정읍사’를 떠올리며 예스러운 전통 풍경을 예상했던 이들은 그 풍경에 놀란다. 정읍서 유럽의 어느 도시로 순간 이동한 듯하다.

순간 이동

엥겔베르그는 스위스 인터라켄 북동쪽의 마을 지명이다. 천사를 뜻하는 ‘엥겔(Engel) ’과산을 의미하는 ‘베르그(Berg)’를 합친 지명으로 김석주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촌장이 제일 좋아하는 휴양지다. 그렇다고 스위스 마을은 아니다. 독일 문화를 중심으로 유럽 전반을 아우른다. 

마을은 크게 실버타운 형태의 일반 분양 공간과 유럽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건물동, 그리고 유로마켓동으로 나뉜다. 일반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유로마켓 1층의 베이커리 카페로, 면적이 넓고 층높이가 높아 여유롭게 머물며 쉬기에 좋다.

천장은 유럽식 목골 구조(건축물의 뼈대는 목재로 구성하고 벽체는 다른 구성재를 이용하여 만든 구조)가 고스란하고 카페를 채운 가구 역시 유럽풍이다. 벽면은 앤티크 소품이 장식하고 있어, 유럽의 어느 저택에 들어온 듯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베이커리 카페는 차와 디저트 등으로 이뤄진 애프터눈티 메뉴를 예약제로 운영한다.

베이커리 카페 외에 3층 앤티크 라운지 또한 유로마켓의 명소다. 앤티크 라운지는 애프터눈티 예약 고객에 한해서 개방한다. 도슨트와 함께 약 30분가량 돌아보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층 전체를 가득 채운 앤티크 소품과 가구에 압도된다.

김병조 대표 가족이 20여년에 걸쳐 수집한 물건들이다. 독일 마이센 도자기부터 순금으로 금박 입힌 그릇과 주전자, 100년 이상 된 목가구 등 진귀한 볼거리가 많다. 그 가운데 스페인 옛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해 만든 식탁은 김병조 대표가 가장 아끼는 전시물이다. 

유로마켓을 나와서는 본격적인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탐방에 나선다. 차 박물관은 앤티크 라운지와 비교해 관람할 만하다. 유로마켓 베이커리 카페는 이례적으로 진년보이차(21년 발효) 메뉴를 내는데 그 비밀 또한 차 박물관서 밝혀진다. 

차 박물관은 이양수 향원당 원장이 반세기 넘게 공을 들여 모은 다구와 다기 등으로 반짝인다. 앤티크 라운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자사호(자줏빛 진흙이 특색인 항아리), 탕관(약을 달이거나 국 등을 끓이는 그릇), 개완(뚜껑이 있는 찻잔) 등 그 모양과 빛깔 등이 아름다워 어느 하나 쉬이 지나칠 수 없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것처럼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

3층은 21년 숙성 보이차가 빼곡한데 초입부터 은은한 차향이 매혹적이다. 차 박물관은 한국, 중국, 일본의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유럽마을 안의 동양 차 문화공간이다. 


차 박물관을 나와서는 유럽마을을 돌아본다. 독일 마을을 모티브로 한 건물의 이중경사(Mansard) 지붕, 첨탑 등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나 광장을 거닐 때는 잠시 유럽으로 연말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실내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일부 개방하는 내부는 유럽식 목골 구조나, 바닥을 꾸민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각 국가의 도시 깃발 문양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국가요촌 달하는 ‘정촌가요특구’의 새로운 이름이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달하’는 ‘정읍사’ 가사의 첫 문장 ‘ㄷ·ㄹ하 노피곰 도ㄷ·샤’의 첫 번째 단어다. 지금 말로 풀어 쓰면 ‘달아 높이 높이 돋으시어’다. 원조 한류 가수 보아의 ‘No.1’이 ‘정읍사’에서 달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가요전시관 전시는 크게 ‘정읍사’와 현대 음악 두 가지 테마로 나뉜다. 제1전시실은 ‘정읍사’ 설화를 소개하고 이를 영상 등으로 연출해 선보인다. 제2전시실은 19 00~1980년대 현대 가요의 흐름을 다룬다. 가요의 역사를 따라 전시실을 이동하는데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하다. 옛날 극장이나 공연장, 음악다방 등을 재현해 보는 재미가 있다.

갤러리카페 이오일스페이스는 정읍을 찾는 20~30대가 손에 꼽는 ‘핫플’이다. 가운데 잔디마당과 스크린을 두고 ‘ㄷ’자형으로 자리한 2층 건물은, 도로를 등지고 주변 산세를 품는다. 그저 흔한 지역 갤러리카페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카페 한가운데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Focus Moving 2018’이 턱 하니 걸려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는 백남준과 김중만의 작품이 있다. 서울스퀘어의 ‘걷는 사람’으로 유명한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작품에 ‘××’ 눈을 그려 넣는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 아톰 형상의 오브제로 잘 알려진 허명욱 작가 등의 작품도 찾아볼 일이다. 

레트로 감성의 여행자라면 정읍에서 쌍화차 한 잔을 마시지 않고 떠날 수는 없다. 하물며 마음마저 덥히는 겨울 쌍화차다. 정읍의 정읍쌍화차거리는 정읍 8경의 하나다.

레트로 감성

새암로를 따라 약 450m 거리에 몰려 있다. 쌍화차는 숙지황, 생강, 대추 등 총 20여가지 약재를 달여 만든다. 정읍이 쌍화차로 알려진 건 주재료인 숙지황의 주산지기 때문이다. 차뿐만 아니라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먹는 즐거움 또한 쌍화차만의 매력이다. 곱돌로 만든 찻잔에 마시며 같이 나오는 가래떡, 누룽지 등을 먹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유럽마을 앵겔베르그→한국가요촌 달하→정읍쌍화차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유럽마을 앵겔베르그→한국가요촌 달하→정읍쌍화차거리 
-둘째 날 정읍시립미술관→백제가요정읍사문화공원→이오일스페이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https://blog.naver.com/euro-market
-정읍시 문화관광 https://www.jeongeup.go.kr/culture
-이오일스페이스 http://www.251space.com

운영 정보
유럽마을 엥겔베르그(유로마켓 카페&베이커리)
*운영시간: 11: 00~16:00(화,일) 11:00~18:00(수~토) *휴무: 월요일


문의 전화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063)535-5398
-정읍시 관광과 063)539-5235
-한국가요촌 달하 063)533-7922
-이오일스페이스 070-8691-2611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정읍역, KTX 18~19회(05:08~22:23)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정읍역 정류장서 215번 버스 이용 야룡정류장 하차 후 264m 이동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정읍시청 교통과 063)539-5911

-버스 센트럴시티-정읍,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0~13회(07:00~22:00)운행, 2시간55분 소요. 정읍고속터미널 터미널후문정류장서 101, 102, 103, 128 버스 이용 야룡정류장 하차 264m 이동.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정읍시청 교통과 063)539-5911   

자가운전
정읍IC→IC사거리 좌회전 →벚꽃로→충정로→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숙박 정보
-호텔로얄: 정읍시 중앙로, 063-538-0500, https://juroyalhotel.modoo.at
-골드스테이호텔: 정읍시 서부로 51, 063)533-3100, https://www.instagram.com/goldstay_2024
-호텔그린토피아: 정읍시 내장산로, 063)538-9763

식당 정보
-대일정(참게장백반): 정읍시 태인면 수학정석길, 063)534-4030
-양자강(비빔짬뽕): 정읍시 우암로 57, 063)533-4870
-다선전통찻집(쌍화차): 정읍시 중앙1길, 063)531-0852

주변 볼거리
백제가요정읍사문화공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내장산국립공원, 무성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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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