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내란 수사 전쟁

조직 명운 걸고 윤 수갑 채우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10여일이 지났다. 국가 수사기관은 모두 해당 사건에 조직의 명운을 건 듯하다. 검찰이 가장 발 빠르게 핵심 인물을 구속하고 수사하고 있지만 경찰, 공수처, 국방부가 함께 출범시킨 공조본이 이제는 수사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다가 국회에선 상설특검이 통과되고 일반특검도 준비 중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중요한 만큼 중심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수사기관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 한다.

12월3일 오후 10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수사기관들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에 몰두해 있다. 이런 상황에 검찰과 경찰, 그리고 공수처가 각각 수사에 돌입하면서 수사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내란 상설특검이 통과되고 국정조사권이 발동돼 혼란이 예상된다.

내란죄
주체는?

수사기관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 6일, 검사 60명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했다. 특수본은 박세현 본부장(서울고검장)을 포함한 검사 20여명과 검찰수사관 30여명 군검찰 파견 인원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12일 대검은 특수본에 30여명의 검사를 추가 파견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출범 직후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엇갈린 진술이 쏟아지는 가운데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같은 날 자진 출석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뒤 지난 8일 새벽 출석했다. 

특수본은 출석 후 6시간 동안 조사하고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으며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어 9시간 뒤인 지난 9일 오후 5시 김 전 장관을 다시 불러  2차 조사를 7시간가량 진행했다. 


특수본은 같은 날 오후 세 번째 조사를 마치고 김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세 번째 조사를 진행하면서 내란에 가담한 군대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특수본은 지난 9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정진팔 합동참모차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다만 계엄 당시 병력을 동원한 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수전 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등은 당시 압수수색 대상서 제외됐다.

결국 김 전 장관은 지난 11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지난 5일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계엄 직후 유심을 바꾸면서 사용한 휴대전화만 3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특수본은 윤 대통령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8일 만에 핵심 피의자를 구속하고 윗선인 윤 대통령까지 입건하는 등 계속해서 윗선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 김용현 구속으로 법적 정당성 얻어
경, 내부자들 인원 조사·체포 속도전

하지만 당초 검찰이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직 중 불소추특권이 있기 때문에,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없다면 계엄 선포의 정점인 윤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선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규정을 들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개시한 뒤 관련 범죄로 윤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사 당시 법원서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법원은 조지호 경찰청장의 내란·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공무원 범죄로 봐 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조 청장과 공모 관계에 있는 김 전 장관의 내란 등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의 범죄와 관련된 범죄로서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일반적으로 내란죄 자체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수사 원상복구)’ 시행령에 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된 직권남용 혐의를 기본 범죄로 보고, 그와 관련된 혐의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기도 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으로 경찰과 공수처가 검찰의 수사 권한을 문제 삼을 명분이 다소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12·3 비상계엄 사건이 발생하자 150명 규모의 경찰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꾸렸다. 우종수 특수단장(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9일 경찰청 브리핑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수사하라는 국민 여론이 높다. 행정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국가수사본부는 내란죄 수사 주체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한줌의 의혹이 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공수처와 수사권 갈등을 벌이는 것에 대해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없다”며 “지금까지 국수본부장인 저를 중심으로 고발장 접수 이후 신속하게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면서 특수단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청장 등 내부 인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특수단은 지난 11일 새벽 3시49분께 조 청장, 김봉식 청장을 내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전날 조 청장은 오후 4시부터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김 청장은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수단은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12·3 내란 사태 당시 경력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0시46분부터 돌발 사태 발생에 대응하겠다며 국회를 일시 통제했다가 20분 만에 국회 관계자에 한해 출입을 허가했다.

이제 와서
법과 원칙?

하지만 다시 31분 만에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한 바 있다. 경찰은 포고령이 발동된 뒤인 같은 날 오후 11시37분부터 약 2시간8분 동안 국회를 전면 봉쇄했다.


특수단은 김준영 청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번 내란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경찰을 투입한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조 청장은 지난 3일 오후 10시41분 김 청장에게 선관위 청사와 선거연수원에 대한 안전 조치와 우발 대비를 지시했다.

이에 김준영 청장은 오후 10시44분쯤 경비과장에게 경력 배치를 지시했고, 경비과장은 곧바로 과천경찰서와 수원서부경찰서에 이를 전달했다. 과천경찰서는 오후 11시48분쯤 경찰관 13여명을 동원해 현장에 도착했다. 수원서부서도 오후 11시25분쯤 현장에 경찰관 10여명을 배치했다.

당일 오후 11시50분쯤에는 기동대 1개 제대가 선관위에 도착했으며, 이튿날 오전 12시55분쯤에는 2기동대가 선거연수원에 배치됐다. 7기동대는 오전 1시20분쯤 선관위에 도착했으며, 기동대 경력은 오전 6시40분쯤 철수 지시를 받았다.

특수본은 지난 10일 문진영 과천경찰서장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재광 수원서부경찰서장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인원에 대한 조사를 마친 특수단은 곧바로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 방향을 틀었다. 특수단은 지난 11일 대통령실에 18명의 수사관을 보내 계엄 당시 열린 국무회의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려 했지만 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이날 특수단과 경호처는 8시간 가까이 대립했다.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피의자는 윤 대통령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국무회의실, 경호처 등이 압수 대상이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직접 대통령실 청사 등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경호처가)공무·군사상 비밀 등 이유로 직접 들어가지 못한다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 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도 비상계엄 수사에 열을 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순직 해병 등 모든 사건 수사를 일시 중단한 채 ‘비상계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 그리고 휴직이나 사직 의사를 밝힌 검사를 제외한 공수처 검사 11명과 수사관 36명 등 공수처 인원 전원이 투입됐다.

이 차장은 이날 “현재 비상계엄 관련한 국가 중대사가 더 우선이라 순직해병 사건 조사 등은 미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지난 11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참고인 조사했다. 공수처 비상계엄 수사팀(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로 출장을 나가 홍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임무는?

홍 전 차장은 지난 6일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서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들을)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또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홍 전 차장이 밝힌 체포 대상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3명이다.

공수처는 이날 홍 전 차장을 상대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는지, 여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들은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 및 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때 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검·경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근거로 들며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점점 더 격해지는 수사 경쟁에 검찰은 경찰과 공수처에 수사 협의를 진행하자며 회동을 제안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난 9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과 공수처에 각각 공문을 보내 수사 관련 협의를 제안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경찰 국수본은 “3개 기관이 모두 참석한다면 안 갈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수처 역시 “대검찰청과 국수본이 참여하는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협의체에는 검찰만 쏙 빠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공수처, 그리고 국방부와 함께 공조본를 출범했다.

공조본은 국수본의 수사 경험과 역량,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사적 전문성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만 빼고 공조수사본부 구성
국회에선 특검과 국정조사권 발동

검찰 주도로 군검찰이 합류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대응해 경찰 주도로 공수처, 국방부가 힘을 합쳐 윤 대통령 등 내란 혐의자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은 공조본에 대해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공조본 출범에 관해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안한 수사 협의에 경찰과 공수처도 응하겠다고 한 후 협의 일정을 조율하는 중에 공조본이 출범하면서 3파전이던 비상계엄 수사는 2파전으로 바뀌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 수사 혼선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서도 검찰이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검찰이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열린 ‘3년은너무길다 특별위원회(탄추위)’ 회의에 참석해 “(검찰이)내란 수괴 윤석열 대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중심 인물로 만들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대표는 검찰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보된 신병과 수사 자료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기고, 나중에 영장청구와 기소 준비나 하라”고 촉구했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건너뛰고 일개 장관에 불과한 김용현에게 계엄 사태에 대한 전체 책임을 뒤집어 씌우겠다는 것”이냐며 “증언과 증거를 조작하는 범죄집단 검찰이 제 버릇 개 못 주는 짓을 또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특수본 자체를 해제시켜야 한다”며 “검찰은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즉시 사건을 이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곽 전 특전사령관이 지난 10일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서 검찰이 이번 내란 음모와 내란 실행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처럼 질문했냐는 조 대표의 질의에 “그렇습니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서 재석 287명 중 찬성 210명, 반대 63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상설특검안은 우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계엄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계엄사령관을 추천하는 등 윤 대통령의 내란 모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김 전 장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에 검찰 특수본과 공조본, 그리고 상설특검까지 다시 수사가 3파전으로 돌아갈지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수사 권한
어디까지?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추진한다고 밝히며 조사·수사는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우 의장은 “계엄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상한 조치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격히 시행돼야 하며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는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판단에 비춰볼 때, 이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는 국회의 책무라는 게 국회의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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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