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조> 유권자 10명 중 7명 “탄핵 집회 참여 의사 있다”

헌정 질서 회복·민주주의 수호 이유
2030 젊은 세대 적극 참여 인상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유권자 10명 중 7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뉴스토마토>가 발표한 ‘2024 문화·예술 현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핵 집회에 참여하겠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유권자의 74.5%는 ‘참여할 예정’(‘참여한 적 있고 앞으로도 참여할 예정’ 43%, 참여한 적 없지만 앞으로 참여할 예정 31.5%) 이라고 응답했다.

22.3%는 ‘참여 안 할 예정’(‘참여한 적 있지만 앞으로 참여 안 할 예정’ 5.1%, ‘참여한 적 없고 앞으로도 참여 안 할 예정’ 17.2%)이라고 답했으며, 3.2%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을 유보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70세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70% 이상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특히 40·50대는 유권자 80% 대 이상이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도 각각 68.5%, 74.4%의 유권자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전체 유권자의 41.7%가 ‘헌정 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이유로 꼽았다. 35.8%는 ‘탄핵안 폐기에 대한 분노’, 19.1%는 ‘탄핵 반대 정치인들에게 국민 주권 각인’을 위해 참여한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정치 혼란을 종식’(2.0%), ‘집회 문화에 대한 관심’(0.6%)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 는 응답은 0.8%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선 탄핵안 폐기에 분노,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탄핵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비등하게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탄핵안 폐기에 분노해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응답이 모든 연령 중 가장 많았다.

50대 이상에선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참여한다는 응답이 4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거의 모든 지역서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이유로 꼽은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PK 지역은 탄핵안 폐기에 대한 분노로 집회에 참여한다는 응답이 좀 더 많았다.

‘탄핵 집회서 바뀐 집회 문화, 이른바 K-시위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전체 유권자의 41.9%가 ‘청소년, 2030 등 젊은 세대의 적극적 참여’를 꼽았다.

18.7%는 ‘K-팝·응원봉 등 대중문화의 융합’을, 10.4%는 ‘탄핵이 답이다 등 풍자 캐럴 챌린지’를 탄핵 집회에 인상적인 부분으로 봤다.

이외 ‘카페·식당 등 선 결제를 통한 나눔’(6.1%), ‘광화문 광장서 여의도 국회로 장소 이동’(5.4%),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강아지발냄새연구회 등 재치 넘치는 문구의 깃발 등장’(3.8%) 순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3.7%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대서 젊은 세대의 적극 참여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

지역별로도 강원·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서 젊은 세대의 적극 참여를 제일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았다. 강원·제주 지역은 대중문화 융합이라는 응답이 좀 더 많았다.

‘윤석열정부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됐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전체 유권자의 73.3%가 ‘침해됐다’(‘매우 침해됐다’ 57.6%, ‘대체로 침해됐다’ 15.7%)고 응답했다. 19.5%는 ‘보장됐다’(‘대체로 보장됐다’ 10.4%, ‘매우 보장됐다’ 9.1%)고 답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2%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서 침해됐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70대 이상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평가가 동률을 보이며 팽팽하게 나뉘었으며, 잘 모르겠다고 유보한 응답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모든 지역서 침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TK와 PK 지역도 침해됐다는 평가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권자 65.3%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12.7%는 ‘독창적인 문체와 탄탄한 서사’를, 7.2%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린 번역의 힘’을, 3.4%는 ‘아시아 출신 여성 작가에 대한 안배’를 이유로 들었다. ‘잘 모르겠다’는 11.4%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 때문이란 응답이 60대 이하까지 가장 높게 나타났다. 70세 이상의 경우 같은 응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다소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서 한강 작가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수상 이유로 가장 많이 인정받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에 대한 관심은 어떤지’를 묻는 질문엔 전체 유권자의 68.4%가 ‘관심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별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은 23.8%로 집계됐으며, ‘잘 모르겠다’는 7.8%였다.

연령별로는 모든 세대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에 대한 관심 더 커졌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정치권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엔 전체 유권자 중 35.1%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노력’을 택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은 팔길이 원칙 확립’이란 응답은 18.9%, ‘신인 창작자에 대한 발굴·육성’이란 응답은 17.1%였다. 이어 ‘출판 산업 발전을 위한 예산 지원’(10.7%),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번역 지원’(6.2%)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0%로 집계됐다.

유권자 특성별로는 성별, 연령, 지역 등 모든 유권자의 특성서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적용되는 세액공제를 출판으로 확대해 출판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전체 유권자의 68.3%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는 10.4%로 집계됐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1.3%였다.

연령별로는 60대 이하 유권자들은 출판콘텐츠 세액공제 도입 법안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특히 40대부터 60대까지는 70% 이상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 70세 이상 유권자는 43.0%가 찬성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46.6%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모든 지역서 60%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인천과 PK 지역은 70%를 넘는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문화예술살롱’ 의뢰로 지난 1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방법은 무선 ARS 방식이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응답률은 2.2%로 집계됐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서치통 홈페이지 참조).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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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